80일간의 세계문화기행 - 아빠와 딸 세계로 가다
이희수 외 지음 / 청아출판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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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에 해외여행이라고 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는데 요즘은 신혼여행은 물론 수학여행 등 해외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기억을 떠올려보자. 내가 비행기를 몇번 탔더라. 제주도에 갈때 타보고 호주로 신혼여행 가면서 타본게 전부군. 여행매니아들한테 명함도 못내밀 경험이지만 그래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나 해외에 다녀왔다"고. 비록 멀미약을 귀 뒤에 붙이고 다녀왔어도. 지금까지 난 시간이 없어 여행을 못간다고 나름 변명을 하고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국내여행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해 내 발길 닿지 않은 곳이 엄청나게 많다. 지도한장 들고 땀 뻘뻘 흘리며 사람들 냄새 맡으며 돌아다니는 여행? 물론 꿈꾼다. 그러나 심신이 따라주지 않아 내가 하는 여행이라고는 여행사를 통해 45인승 버스를 타고 내려주면 사진만 찰칵찰칵,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며 열심히 포즈를 취한것뿐. 참 부끄럽다. 하지만 이것도 다 추억이더라. 

호주에 갔을때 가이드가 한 이야기가 있다. "한국사람들 신혼여행때 여행가고 환갑때 가죠" 이 말을 들었을때 불끈 다짐을 했었는데 "여행 부지런히 다녀보자"고. 그러나 역시 돈과 시간이 허락치 않았다. 그래서 80일간의 세계문화기행을 아버지와 딸이 함께 하는 여행에 내가 끼어 감탄사를 연발하며 따라다니지만 타인의 힘을 빌어 세계 곳곳을 이렇게 방안에 앉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된다. 아버지와 함께 하는 여행도 부럽긴 마찬가지. 어딜가나 사람 사는 곳은 똑같을 것이라는 위안과 함께. 산천이 아름다운 한국도 외국인이 오고 싶어하는 나라이지 않겠냐는 자부심과 함께. 

역사책인듯 여행서인듯 타국에 대한 모든 정보를 총망라한 책이 80일간의 세계문화기행이다. 내심 터키와 이집트와 인도가 관심이 가는 바, 다른 곳보다 유독 열심히 눈길이 머무르게 된다. 작년에 친구가 터키를 다녀오고 찍어 온 사진을 보면서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해외여행 어디 가고 싶냐?"고 물으면 두번 생각해 보지 않고 "터키요"한다. 동서양이 공존하는 곳. 테러의 위험이 많다고 애써 외면하는 중이다. 오지여행가 한비야님은 여행온 사람들이 늘 찍어대는 기념물 근처에도 안가시던데 이 책 또한 기념물 외에 사람사는 모습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다양한 문화와 함께 살아 숨쉬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인도에 가면 카스트 제도에 대한 질문은 결례라고 한다. 공식적으로 카스트 제도가 철페되었지만 뿌리깊게 남아있는 일상사에는 없어지지 않아서 인도하면 떠오르는 카스트 제도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야한단다. 생과 사가 교차하는 곳 인도. 외국인은 카스트가 없기에 인도에서 제일 낮은 신분이라고 하니 언어가 되지 않아 묻지도 못하겠지만 카스트제도에 대해서는 함구해야겠다.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는 순례자들. 생과 사를 길게 이어진 선으로 생각하는 곳이라니 한번쯤 방문 해 보고 싶다. 언제? 환갑전에는. 어딜가나 순박한 표정의 사람들. 넉넉한 웃음들. 여행의 참맛은 아마 이런 것일게다. 마음을 느긋하게 하는 여유로움이 있는 곳. 그래서 각박한 세상에서 마음 둘 곳이 필요하면 배낭하나 들고 나서게 되는 힘을 주는 것 아마 사람사이의 '정'이겠지?  

나리타 공항에서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내 모습에 한숨을 푹 쉬며 질문을 하던 일본사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때 "꼭 영어 공부를 해야지" 하던 결심은 어디로 갔는지. 10년기간의 여권은 아직 빳빳한 새것이고 내 손길만 바라고 있다. 나에게 웃음을 보내주던 호주사람들의 모습이 완전히 잊혀지기 전에 해외여행을 꼭 가야겠다 다짐을 해 본다. 아직은 넉넉치 않기에 이 책으로나마 위안을 삼아 보지만 준비되었으면 머뭇거리지말고 떠나자. 산재되어있는 문제들이 여행을 다녀와도 그대로 남아있겠지만 적어도 마음만은 달라져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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