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지금으로부터 아주 아주 먼 훗날, 너의 머리가 은빛으로 빛나는 날 그날이 오면, 사랑하는 딸아. 넌 나를 기억하겠지" 태어나고 자라 소녀가 되고 어른이 되어 자신이 낳은 아이의 머리를 빗겨주는 딸의 모습을 생각해보는 어머니. 그땐 자신의 얼굴엔 주름이 하나씩 늘어가고 머리카락은 은빛으로 빛나고 있겠지. 더 세월이 흘러 딸이 어머니 나이쯤 되어 머리에 흰눈이 내리면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기억하며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이 단 하나의 문장이 이렇게 와 닿을 수 있을까. 자신의 젊은 시절을 아이와 함께 보내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 그 곁을 떠난 어머니. 자신이 함께 하지 못할 세월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각으로 쓰여진 책이지만 사랑받는 아이의 모습도 함께 보인다. 앙증맞은 손과 발을 보면서 하나하나에 입맞추는 여인의 모습은 온 세상의 행복을 다 가지고 있는 듯 빛나 보인다. 불면 날아갈까 조심조심 이쁘게 키웠을 부모님의 마음은 누구나 똑같을 거야. 사람의 기억이란 언제부터 머릿속에 각인되는 것일까. 갓난아이적부터 내 부모님을 기억할 수 있다면 아마 세상이 그리 각박하지는 않을텐데. 사랑받는 느낌 이것은 내 어깨를 당당하게 펼수 있게 하고 큰 목소리로 의견을 말하게 하며 내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게 하는 힘이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가 커 가면서 겪게 될 희노애락을 가늠해 보며 자신이 곁에 있음을 기억 해 주길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이 이 책 한권에 고스란이 담겨져 있다. 나이가 들어 이미 커 버린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종종 아주 어릴적 내가 기억 못하는 나의 모습을 들려주는 부모님을 바라볼 때면 "내가 참 사랑받고 자랐구나. 나로 인해 부모님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 내가 늘 이쁜 모습만 보여줬겠나. 말썽도 피우고 다치기도 하고 고집을 피워 부모님에게 투정도 많이 부렸을터 그러나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인지라 좋은 기억만 이야기 하신다. 때론 짓궂게 장난치던 모습을 말씀하시며 웃음을 머금을때는 그 한없는 사랑에 가슴이 뭉클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자식이 없어 부모님의 마음을 그저 자식의 입장에서만 바라보게 되는지라 나도 부모가 된다면 조금은 철이 들지 않을까. 내 머리가 은빛으로 빛나는 날 부모님을 기억할때 많은 기억이 떠오르기를.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던 부모님에게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 늘 가슴속에 담아 조금씩 꺼내보며 조금은 차가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