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죽은 사람을 본 것이 병원실습때가 처음일 것이다. 자는 듯 고요하게 누워있는 환자를 보면 죽은사람 같지가 않았다. 직접 다른 베드로 옮겨주기 위해 신체를 만져봤지만 아직 온기가 남아있어 그런지 소름끼치는 느낌은 없었다. 죽은 사람은 그 영혼이 어디로 떠나가는 것일까.  

생명이 깃들지 않은 육체는 호흡이 떠남과 동시에 부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신비로운 작용을 하기 시작하고 그 죽음 가장 가까이에 아델리아가 있다. 피터, 해럴드, 메리, 울릭 4명의 아이들이 실종되었다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 아이들이 희생되었다는 것에 울분을 느끼게 하는 사건. 너무도 잔인하게 죽였기에 아델리아는 애써 외면하고 싶다. 자신이 "죽음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보고 싶지 않은 마음과 싸워야했다. 여자의 권한이 미비한 그 시절. 의술을 행하는 것에도 제약이 따른다. 마녀, 사람들은 자신의 눈앞에 일어난 일을 믿기 힘들때 '마녀가 나타났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죽은 아이를 보고 범인를 잡아야하지만 아델리아에겐 여러가지 제약이 많이 따른다.  

범인이 누굴까. 범인이 누구라고 지목되기 전까지 계속 드는 생각이다. 아이들의 몸에 묻은 석회가루. 윈들베리 언덕을 의중에 두고 범인 추적에 나서는데 그럴때마다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로울리 경. 그가 범인일까? 혼란스럽다. 창녀 취급을 받는 그녀곁에는 만수르와 울프, 시몬 그리고 수도원장이 곁에 두게 한 냄새나는 개뿐이다. 적을 맞아 물어뜯지도 못하고 늘 뒤에 숨는 개라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악취만 풍기는 녀석. 실제 범인이 앞장서서 아이를 죽인것은 유대인이라고 선동했을 것이다. 유대인과 채무관계에 놓인 사람을 추적하는 시몬. 범인의 가장 가까이에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시몬의 죽음으로 이 이야기가 극에 달한다. 목을 죄어오는 수사에 범인이 표면에 나타나게 되는 것일까. 이젠 아무생각이 들지 않고 다음 희생자가 나타나기전 범인이 어서 잡혔으면 하는 생각만 든다. 울프가 당할 것같아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천재적인 CSI를 보게 될 것이다"는 문구가 이 책을 손에 쥐라고 유혹해 왔다. 대중매체를 통해 보게 되는 CSI는 진행이 빠르고 첨단장비를 동원하여 범인을 잡는 반면 이 책은 호흡이 길고 오로지 아델리아의 지식에 의해 범인을 쫓게 되는 것이 다르다. 그렇다고 아델리아를 무시하지 말기를. 매우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종교적인 문제가 많이 부각되고 왕권과 종교의 대립에 범인이 명쾌하게 벌을 받지 못해서 오히려 답답한 마음도 들지만 헨리 왕의 주교들을 다루는 솜씨는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수사관 못지 않은 실력이다. 영화를 보면 여주인공을 보호 해 주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멋진 남자가 등장하기 마련인데 여기서도 빼 놓을 수 없는 소재로 등장한다. 죽음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녀가 사랑을 하게 되다니. 시몬을 잃은 적적한 마음에 가득 들어찬 그가 누구인지 알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백마탄 왕자처럼 짠~하고 나타나 그녀를 구해주다니. '죽음'이라는 소재안에 '사랑'이라는 요소도 있어 어두운 느낌만 들지 않아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책을 덮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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