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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보세요..다다 심부름집인가요? 네. 저희집 화장실에 곰팡이가 많거든요. 제거 해 주실수 있나요?" 다다 심부름집에 의뢰하고 싶은 일이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탓인지 심부름집이라면 의뢰한 사람이 시키는 일 이를테면 불륜 현장을 몰래 사진으로 담아서 돈을 받는 그런일들이 연상된다. 그래서 심부름센터가 아닌 심부름집으로 간판을 내걸었을까. 다다 심부름집에서 우리집에 일을 하러 온다면 교텐과 함께 와도 다다가 우리집 화장실 곰팡이를 모두 제거하는 동안 그 옆에서 교텐은 담배를 피우거나 곰팡이 제거제 같은걸 쥐고 서 있지 않았을까. 다다는 친구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두사람 정말 잘 어울린다. 책을 읽는 동안 다다와 교텐의 대화하는 내용에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의뢰하는 사람의 맘까지 헤아려 주는 심부름집이 있을까. 나이를 불문하고 의뢰인이라면 모든 일거리를 맡지만 나름대로 규칙과 정의는 있다. 치와와를 맡기고 도망간 겐타로집의 딸 마리를 찾아서 치와와를 어찌 할지 묻는 것을 보면 참으로 정이 많고 콜롬비아 창녀가 치와와를 원하자 나름대로 이녀석의 주인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니 나름 규칙도 있다. 이래 가지고 돈을 어찌 벌까 싶지만 교텐을 재워주고 먹여주지만 하는 일에 따라 초등학생 용돈보다 작은 돈이라도 담배값이라고 주는 다다이고 보면 돈에 크게 연연하는 성격도 아닌것 같다. 그저 사람이 그리워서 이 일을 맡는다는 생각이 드니까. 동전이라도 모아 다다의 담배를 하나씩 사 주는 교텐. 두사람 고등학교 친구라 그런지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도 끈끈한 정이 남아있는 것 같다. 10년전에 만난 친구이지만 어제 만난듯 편안한 상대. 그런것이 친구일테니까 말이다.
다다 심부름집에 일을 맡기는 것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웃에 부탁해도 되는 일들도 많다. 그런것을 보면 사회가 점점 핵가족화 되고 아파트에 생활하면서 서로 이웃을 모르고 닫힌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사람들 사이의 왕래나 정이 없어지니 심부름센터에 일을 맡기게 되나 보다. 선뜻 이웃집에 벨을 누르고 인사를 하기가 꺼려지는 세상. 물론 나도 그중의 하나이다. 버스 운행시간을 체크하거나 창고 정리 같은것은 평범한 일거리고 약을 운반하는 유리의 의뢰를 도와주는 것을 보면 어두운 세계의 일도 무시하고 외면할 수 없는게 심부름집의 일인가 보다. 그렇다고 악당을 돕는것은 아니고 선한 사람들의 편에서 일을 도와준다.
이제는 교텐없는 다다는 생각 할 수도 없게 되어 다다가 교텐에게 나가달라고 했을때 나또한 다다처럼 나가버린 교텐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기다렸다. 고등학교 시절 사소한 장난으로 교텐의 새끼손가락을 절단하게 만든 다다. 늘 가슴속이 묵직하여 떨쳐버릴 수 없었는데 서로가 만날 수 밖에 없는 끈으로 연결되어 세월이 흘러 만난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간다. 차마 그 때의 일을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의외로 교텐은 그런 다다에게 담담하니 그때의 상처보다 다른 상처가 더 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아픔과 마주서야 했을때는 의뢰한 사건조차 외면하고 싶지만 순리대로 풀어가는 그들이고 보면 정말 행복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늘 재생되는것 같다.
다다의 심부름집에 무엇을 해결 해 달라고 하고 싶은가? 제발 소네다 할머니의 경우처럼 어머니 문병을 대신 가달라는 일거리는 맡기지 않으면 좋겠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도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 일도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