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현재와 2년전 상황이 주거니 받거니 나열된 상황. 처음에 대체 이것이 무슨일인가 싶어 의아하기만 하고 도시 내용연결이 되지 않아 헷갈리기만 했다. 현재의 '나는 시나, 2년전의 '나'는 고토미. 똑같이 '나'라는 화자로 이야기 하지만 전혀 다른 인물들이라 대체 어디서 이들이 만나는 건지. 단지 2년여의 시간의 공백이기에 그것이 궁금하고 가와사키가 현재와 2년전에도 등장하고 있어 점점 미궁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주된 열쇠는 가와사키가 쥐고 있는 것인가. 

내 삶의 주인공은 분명 '나'이지만 타인의 삶에서는 그저 단역일뿐이다. 아예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사온날 옆집에 사는 사람이 나에게 서점을 습격하자니. 시나는 황당하지만 어쩐 일인지 계속 동조하게 된다. 가와사키의 행동은 2년전의 사건과 연결이 되고 그의 말투, 행동 하나하나 정당성을 갖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우연처럼 보이지만 필연적인 것. 왜 고토미는 애완동물 살해범을 신고하지 않는거지? 사건이 터질까 계속 조마조마해서 차마 보질 못하겠다. 외면하고 싶은 약해지는 마음을 이해하지만 결국엔 그들에게 져 버린것이 아닌가. 2년전 이야기의 끝에 함께 하게 된 시나.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고토미와 가와사키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없어 감흥을 느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그럼 나는? 제 3자이긴 하지만 2년전의 일들이 현재와 맞닿아 가면서 고토미에게 일이 닥치는 부분에선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하느님을 가둬 버리면 정말 눈감아 주실까. 나의 나쁜 행동을 못보는건가. 상징적이긴 하지만 밥 딜런을 하느님의 목소리로 여긴 가와사키로 인해 시나가 이들의 이야기에 참여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코인로커에 밥 딜런의 목소리를 가둘때 정말 도르지의 행동을 하느님이 못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애완견 살인자들이 활개를 치고 다닐 무렵 코가 오른쪽으로 삐뚤어진 시바견을 찾으러 간 고토미와 도르지가 애완견 살인자들과 만난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으니. 어쩌면 나도 도망칠때 고토미처럼 "니들 경찰에 신고할거야" 라며 호기롭게 외쳤을지도 모른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불행을 몰고 오는가. 도망가는 고토미의 바지 주머니에서 정기권이 떨어질줄이야. 불안한 예감은 어김없이 닥친다. 마지막에 시나 앞에 나타난 예의 그 시바견. 이것으로 시나는 죽은 두사람을 제외하고 2년전 있었던 이들과 다 만난셈이다. 정말 죽으면 환생하는 것일까? 부탄인들의 느긋한 삶의 방식이 부럽다. 서로 얽힌 일들이 하나씩 풀어지지만 오히려 부탄이라는 작은 나라에 대한 관심과 죽음이 삶의 끝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가와사키와 고토미의 죽음이 큰 슬픔으로 다가오진 않아 다행이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에서 등장한 교노와 쇼코가 이 책에서 시나의 이모와 이모부로 등장하는 것이다. 물론 시나의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등장하여 여기에서는 단역일뿐이지만 꼭 속편을 보는 듯 그 이야기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 하여 조금 유쾌해진다. 무관하지 않은 관계들. 아마 그래서 책을 덮은 지금 등장인물들이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것 같다. 애완견 살인자들이 모두 죄값을 제대로 받았다면 좋았으련만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뭐 삶이란 다 그런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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