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아침에 5분 일찍 일어나면 10분이 여유 있다는 말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는데 아침시간의 그 5분 단잠을 떨치기가 왜그리 힘이 들던지. 늦게 일어난만큼 느긋해지지 못해서 달리게 되고 간혹 건널목이나 신호등에서 빨간불일때 건너는 위험천만한 짓도 서슴치 않았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돌발 사고는 늘 간발의 차이로 일어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깨닫게 된다. 5분 먼저가려다 50년 먼저간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즈코와 고로는 절체절명의 순간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는 트럭에 부딪침으로써 죽음을 맞게 되는 그 순간에 타임리프를 겪게 된다.  

먼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나 무의식중에 간절하게 이 순간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마음에 타임리프를 하게 되다니 나에게 이런 능력이 생긴다면 가즈코처럼 정말 무서울 것 같다. 미래에 있을 일을 미리 안다는 것은 너무도 두려운 일 왠지 그 일을 막아야 할 것 같은 사명감에 현재의 내 생활은 엉망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한치 앞도 못보는게 사람인지라 오히려 이런 능력이 부러운 이도 있겠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더 열심히 살게 되고 기대감을 높일 수 있을 텐데 이러한 감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슬픈일이다. 가즈코처럼 어제 배운 것을 또 배우게 되면 자만심에 그리고 똑같은 숙제를 다시 하기 싫은 마음이 당연히 생기지 않을까. 그건 자신이 쌓아온 세월이 아닌 그저 반복에 의한 경험일뿐이니 삶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결여될 것만 같다.  

이런 일을 가즈오와 고로에게 털어놓는 가즈코. 믿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 그러나 태어나 처음 사랑고백을 받았는데 그 사람이 미래에서 온 사람이라면? 아~ 너무나 먼 미래에서 왔기 때문에 살아생전 그를 만날 수도 기억할 수도 없게 되다니 삶이 참으로 야속하기만 하다. 가즈오가 들려주는 미래의 세계, 서기 2600년대의 먼 미래는 참으로 재미가 없다.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듣고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공간이란 없다. 세살이 되어 수면 테이프로 교육을 받다니. 연습장에 빽빽히 써 가면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니 환영할 일이지만 각박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그래. 과거와 미래의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시공간의 차이, 가즈오에 대한 모든 기억은 세상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만 이 모든 것을 아는 독자들은 그 슬픔을 그대로 떠안고 가게 된다. 라벤다 향을 맡으면 아련한 추억에 휩싸이지만 왜 그리운지 알지 못하는 가즈코를 보는 건 정말 슬프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기억을 모두 안고 가는데 반해 여기서는 기억들이 사라지게 되니 어느 경우가 낫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아니 오히려 기억을 가지고 가는 것이 정말 괴로울 것 같다. "미래에서 기다릴게. 꼭 기다릴게" 너무나 슬픈 인사이니까. 내가 이익을 얻은 시간만큼 누군가가 손해를 본다는 것을 철저하게 깨닫해 해 주는 애니메이션. 탁월한 능력이지만 함부로 사용했을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상황이 그때 그때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책은 오히려 과거로 간다해도 똑같이 전개 되는 상황이라 애니메이션에서의 느낌보다 다양하지 못하다. 또한 세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이야기들이 덧붙여진 느낌이라 흥미가 좀 떨어진다. 

나에게도 한번의 타임리프가 허락된다면 몇살로 돌아갈까 가만히 생각 해 보았는데 항상 몇가지의 선택사항을 놓고 다른 상황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바 또 한번 기회가 온다면 20살 시절로 돌아가 다른 인생을 경험 해 보고 싶다.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까, 아닐까. 지금 내가 선택한 길도 충분히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길이긴 하지만 내가 손을 뻗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으로 늘 다른 인생을 꿈꾸게 되니 인생이란 항상 선택과 후회의 반복속에서 살아가게 되는가 보다. 미래에서 누군가 기다린다면. 언제 그 사람을 만나게 될까 기대되어 훌륭한 모습으로 만나고자 더 치열하게 더 열심히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늙어있고 그 사람은 처음 날 만났을때 그 모습 그대로라면 다시 생각 해 보아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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