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계약 1 뫼비우스 서재
할런 코벤 지음, 김민혜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여름이라 그런지 추리소설, 공포소설을 많이 접하게 되는 듯 하다. 공포소설의 묘미라면 오싹 소름이 돋아 더위를 날려버리는 것이고 추리소설은 말미에 시원하게 사건이 풀어지는 재미로 찾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결말을 보고 나서도 가슴속에 묵직한 돌이 하나 얹어져 있는 느낌이 든다. 답답함. 학교에서 치어리더를 할 정도로 이쁜 '캐시'가 왜 자신의 인생을 그렇게 낭비했을까. 캐시가 변하기 시작한 시점이 12학년이면 그리 어리지도 않을텐데 안타깝다. 사춘기의 치기라 부모에게 반기를 들어 자식의 잘못된 모습을 보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플지 알기에 그것을 볼모 삼아 반항하기엔 '캐시'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흡인력이 떨어진다. 오로지 가족사에 의한 사건이기에 더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사라진 '캐시'를 찾기 위해 아니 사라진 '캐시'가 어딘가에 있다고 존재감을 알려옴으로써 스포츠 에이전트인 '마이런'은 '윈'과 함께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계약관계에 있는 크리스천의 약혼녀이기에 발을 담그게 되었으나 그리 무관한 사이도 아니다. 캐시의 언니인 제시카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마이런은 팔방미인이다. 변호사, FBI 전직 요원, 에이전트 등 사건을 해결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정의롭고 폭력에 무릎을 꿇지 않는 강인함까지. 오히려 경찰보다 직관력까지 뛰어나니 법이 미치지 않는 폭력의 세계는 윈에게 맡겨 버림으로써 두 사람은 콤비를 이뤄 사건을 하나씩 들춰내기 시작한다.  

읽으면서 '범인이 누구일까' 생각 해 보았다. 내가 예상했던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면 희열도 느낄 수 있으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싶어 캐시의 아버지 친구인 폴이 범인이 아닐까 나름 추측해 놓았다. 그러나 점점 갈 수록 사건은 미궁속에 빠져들고 수면에 드러나는 새로운 인물들이 왜이리 많아지는 것일까. 큰 선물 상자를 받았는데 뜯어보니 또 상자가 나오고 또 뜯으니 상자가 나오는 그런 상황에 직면에 있는 것 같다. 끝까지 풀어보아야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게 되는... 

묻혀져 있던 캐시의 행적이 밝혀진다. 그냥 아무렇게나 살아버린 세월, 뒤늦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그로인해 모든 것을 잃어야 했던 캐시. 자신이 시작한 게임이지만 멈추는 것도 자신이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자신의 눈만 가린다고 가려지는 것이 아니었다. 이어지는 사건인 아버지의 죽음까지. 마이런은 사건을 파헤칠수록 덮어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항상 유머를 잃지 않고 사람들을 대하고 관망하는 마이런의 기지로 사건이 결말에 이르렀을때에도 난 범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저 마이런이 이끄는대로 일러주는대로 같이 행동했지만 그의 마지막 수까지 읽어내지 못했다. "나까지 속이다니.."하는 서운함. 그랬다. '캐시'의 사건을 마무리 했을때 그는 모든 것을 잃게 되었지만 사랑하는 사람 제시카가 옆에 있었다. 사랑을 얻기 위해 크리스천에게 다가갔으나 모든 것을 잃은 캐시와 너무도 대조적인 상황.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사랑인지 제대로 보지 못해 캐시는 인생에서 뼈져린 경험을 한 것이다.  

악이 지고 선이 이긴다는 설정은 맞지만 벌을 주기에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이 있기에 명쾌하게 다가오지 않는 책이다. 부와 명예를 위해 인간은 어디까지 사악 해질수 있는 것일까. 사람만큼 무서운것도 없다고 하지만 책을 덮은 지금 가슴이 서늘해질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