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토지 제1부 1 - 박경리 원작
박경리 원작, 오세영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 때 만화책을 보면 혼나고는 했는지라 '만화방'이라도 들어갈라치면 왠지 뒤가 쭈뼛거려지게 된다. 만화책을 계속 보고 싶은 마음에 몰래 가곤 했지만 가면 안된다는 생각은 있었는지 어린 나이에도 "가지말자" 다짐을 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옛 추억이 되어 버렸지만. 자라면서 생각 해 보니 삼국지나 토지는 만화책으로도 충분한 무게를 가지고 있는 듯 하여 이 책들을 완독하지 못한 나로서는 만화책으로 다시 마무리 짓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드라마로 많이 접해 봐서 토지의 인물들은 머릿속에 각인되어져 이미지가 남아있으나 '내가 상상하던 이미지로 표현 되었있을까' 생각에 가슴이 콩닥콩닥. 그 시절 그 시간속으로 걸어들어 간 듯 맘이 설레어왔다.

인물들을 다 기억하고 읽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하기도 하고 이미 토지를 16권까지 읽었는지라 만화 토지 1권을 읽는데 무리는 없었다. 인물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어 이렇게 살아숨쉬게 하다니 문학과 만화의 최고의 만남이기 이전에 우리네 역사이기에 가슴속에 더 와 닿는 듯 하다. 보는 즐거움 또한 가득하니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인 셈이다.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그 시대에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평사리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오세영님의 손에서 다시 살아났다. 이용과 월선의 사랑, 귀녀의 신분상승을 노려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주인공인 서희에게 큰 영향을 주지만 무엇보다 조준구가 나타난 것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조준구의 등장으로 1권이 끝을 맺게 되지만 결말을 아는 나로서는 식민통치에 살기 어려운 시절 이 조준구로 인해 더 팍팍한 세월을 살아갈 평사리 사람들이 눈앞에 보여 안타깝기만 하다. 조선왕조의 붕괴로 인해 이 평사리에도 그 모진 풍상이 비켜가지 못하니 세월이 흘러 사람들이 죽어가도 산천은 그대로라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눈만 시리게 할뿐이다. 

풍요로운 한가위 풍경으로 시작되는 토지. 그래서인지 더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끼니조차 거를때가 많았던 서민들이 기다리던 한가위. 기름진 음식이라고 먹을 수 있었던 때는 그때뿐이어서 아이들이건 어른이건 명절이라면 맘까지 풍성해지지 않았던가. 좋았던 때를 보여줌으로써 그 뒤에 다가올 불안한 사건들이 더 암울하게 다가온다. 평사리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지게 되는지 아니 어떻게 그려졌는지 벌써부터 뒷권이 궁금해진다. 주인공이 서희라곤 하지만 이곳에 나오는 인물중 주인공 아닌 사람들이 없다. 한명 한명 제각각 삶을 누리고 갔으니 모두다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고도 남음이 있다. 풀 한포기 하나 등한시 하지 않고 생명을 주었으니 모두 그림밖으로 달려나올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펼치면 이미 그곳으로 달려가게 되어 마지막장을 덮을때까지 손을 뗄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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