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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삿갓 - 바람처럼 흐르는 구름처럼
이청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삿갓쓰고 평생을 유랑하며 살아간 사람. 김병연, 김삿갓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유유자적 유람하듯이 산천을 두루 돌아다니며 세월을 한탄하고 세상을 논하며 '시'나 읊는 사람이거니 했었다. 풍류를 안다는 것은 그 시대 사대부가의 양반들에게는 술과 함께 늘 따라다니는 생활이었으니까. 그러나 기근이 들고 수탈을 당하며 살던 민초들은 물론 썩어빠진 조정으로 인해 하늘 아래 누구라도 살기가 힘든 세상이었으니 유리걸식하던 김삿갓도 동냥하며 편하게 산천을 돌아다녔던 것은 아니다.
입신양명. 권력에 뜻을 두고 이름 석자 남기고 싶지 않은 이가 있었을까. 재주가 비상하나 그 뜻을 펼치지 못한 김삿갓은 그저 전국을 떠돌며 술을 마시고 통한의 눈물을 뿜으며 '시'를 읊는 생활이 인생에서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폐족. 홍경래의 난으로 할아버지 김익순이 만고에 역적이 되었으니 아무리 재주가 하늘을 찌른다 한들 하루 하루 목숨 연명하기도 힘든 시간들이었다. 관직에 뜻을 품고 치른 '백일장'에서 "충절로 죽은 가산군수 정시를 칭송하고 대역죄로 참수당한 선천부사 김익순을 징죄하라"는 시제에 장원급제 하였으니 그 죄를 어떻게 씻을 것인가. 술만 먹으면 통한의 눈물이니 한 세월 술과 함께 세월을 보내는지라 솔직히 안타깝기만 하다.
처자식이 굶어죽어도 '양반입네' 하고 서책만 끌어안다 죽을 위인들인데 어째 세상을 그리 멀리 보지 못하는가. 맘 한번 고쳐먹으면 잘 살아 볼 수도 있을텐데. 내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아 아마 쉽게 얘기한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전국에 김삿갓이라는 이름을 모르는이가 없고 100년이 지나면 천지가 개벽을 할 것임을 알고 있어도 시대를 잘못 태어났기에 한탄만 하는 세월을 보내었으니 시대를 앞서간다 한들 어쩔 것인가.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이라고?
홍경래의 난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자 할 때는 '인생의 목표라는 것이 있구나' 뭔가 세상에 남기려고 하는구나 생각했다. 김익순의 자취도 더듬으려는 마음은 그 뿌리란 것에 얽매어 벗어나지 못하니 스스로 옭아매는 줄을 끊어보려는가 했다. 하지만 이것도 무상한 일이라고 찢어서 없애버리니 읽는내내 어찌 하려는가 의문만 든다. 가족과 함께 머물지 못하고 늘 흘러가는 인생을 살아야 하는 김삿갓. 자신이 남겨 놓은 '시'마저 아들 익균에게 전국을 떠돌며 보이는대로 태워버리라 하니 정말 그가 살아온 세월이 무상하다. 그저 시름에 겨워 술만 마시다 가기를 바라는가. 아비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아들의 팔자도 기구하고 남편을 그리워하여 산속에서 피울음을 토하는 김삿갓의 부인의 모습 또한 안쓰럽기는 마찬가지. 평생 금강산에 여러번 발길 머물렀던 김삿갓이니 그 곳에 가면 삿갓 쓴 그 사람을 만나볼 수 있으려나.
아~아~ 걸출한 인물하나 시대를 잘못 만나 지고 말았네. 지금 세상에 태어났다면 크게 이름을 떨쳤으려나. 아마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세상꼴을 보고는 또 삿갓 쓰고 유랑하며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천지가 개벽해도 백성은 주인자리에 앉지 못하니 결국 세상은 순환되어 돌고 도니까. 솔직히 거지꼴로 나그네처럼 평생을 떠도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마음속에 담겨져 있던 슬픔은 이해할 듯도 하다. 그것을 토해낼 수 있는 곳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책을 덮은 지금 가슴만 먹먹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