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
알랭 마방쿠 지음, 이세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아프리카 술집은 어떤 분위기일까?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우리네 술집처럼 시끌벅적하고 사람냄새가 나겠지. 나도 술 보다는 술자리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즐긴다. 조금은 흐트러지고 힘들다고 이야기 해도 되는 곳이기에 어깨 탁탁 쳐주면서 "인생 다 그렇지"하며 나의 인생도 툴툴 털어지기를 기대하는지도 모르겠다.  

"외상은 어림없지"는 술집 이름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간판이 있다면 '재밌네'하며 한번쯤 들어가 봤을지도 모르겠다. 아프리카의 술집. 멀리 떨어져 있지만 장소의 특성상 결코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책의 내용은 단골인 '깨진술잔'에게 주인인 '고집쟁이 달팽이'가 술집의 이야기를 써 달라고 의뢰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나눠진 페이지마다 사람들의 노곤한 이야기, 인생이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다. 두꺼운 노트를 다 채운날 떠날 것이라고 말하는 '깨진 술잔',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몇 편 되지 않는데 대체 어떤 이야기들을 숨겨둔 것일까. 몇 페이지의 여백을 남겨두지 않았다고 분명 이야기 했으니 전해주지 않는 이야기에 궁금증만 커진다. 술집의 특성상 거친 표현들이 난무하고 술에 의해 풀어놓는 이야기는 "정말 진실일까?" 의구심이 들게 하지만 책 한권이상 된다는 인생이야기 하나 없는 이가 어디 있나. 그래서 타인의 인생에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가 보다.

이 책에는 문학 작품을 인용한 말이 많이 등장한다. 잘 모르는 나로서는 약간 지루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는 설마, 정말? 놀라면서 읽게 되는 흡인력이 있다. 너무나 억울한 사연. 그러나 그것이 평생 족쇄가 되어 나를 괴롭히고 이 일들이 나의 발목을 잡기에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속 시원할 듯 하여도 여전히 이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불쌍한 인생이다. '깨진술잔'의 나이는 인생을 어느 정도 겪은 나이이기에 한번쯤 타인의 삶을 기록해 보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되겠지.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뱉어내지도 못하면서 어찌 남의 생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인가.  

간간이 등장하는 그의 독백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기록은 하지 않는다. '팸퍼스 기저귀 사나이'는 이것이 못내 불만이다. 자신의 사연을 적은 노트조차 빼앗고 싶다. 자신을 그렇게 만든 아내와 다시 로맨스를 시작하고 싶기에 그 기록이 세상에 알려지는게 싫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은 뱉어내고 싶지만 세상에 드러남과 동시에 치부같이 느껴져 삭제하고픈 강렬학 욕구 또한 느끼게 된다. 마음의 응어리 늘 쌓여가는 이것들을 풀 곳이라고는 '외상은 어림없지'였을 것이다.  

나도 이곳에 가면 뱉어낼 이야기를 술술 말할 수 있을까. 술 한잔 쯤 마신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절대 외상으로 술 마실 생각은 하면 안된다. 아마 문 나설때까지 엉덩이를 걷어 차일것이다. 몽페로는 돈을 내지 않는 사람에게 이렇게 벌을 준다. "돈을 낼 것인가? 엉덩이를 걷어 차이겠는가" 하고 말이다. 여긴 실명이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익명성. 난 어떤 익명으로 기록을 남기게 되려나. 잠시 고민해 본다. 마침표가 없어 책을 읽는데 호흡조절이 많이 힘들었는데. 이것 또한 '고집쟁이 달팽이'에겐 불만사항이다. 대화에선 따옴표도 없고 마침표도 없다. 이래서 어찌 읽으라는 것인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사연이라고 하지만 크게 와 닿지 않는 이야기들이라 잠깐의 아프리카 술집에 머무르고 가는 것에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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