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변인 - 대통령과 언론, 그리고 나의 백악관 시절
애리 플라이셔 지음, 이승봉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6년 12월
평점 :
부시 대통령이 재선이 되어 임기중인데 애리 플라이셔는 이 책을 왜 쓴 것일까? 검열을 거치고 나온 책이라 문제될 소지는 없겠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이 책이 지금 나온 이유를 모르겠다. 언론비서관이라는 일에 지쳤다고 해도 개인에게 무척 영광스러울수 있는 일인데 300회의 브리핑을 끝으로 왜 백악관을 떠나고 싶었을까.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것일까? 내 일이 아닌데도 괜히 아까운 자리라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감히 밟아 올라갈 수 없는 위치이기에 많이 부러운 모양이다.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들려주는 이 책의 내용은 정치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의 시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를 바라보게 되지만 부시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낀다.(어쩌면 저자가 원하는 것이 이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잠깐 한다) 약소국의 자존심으로 괜히 비틀리는 생각들. 강대국이라는 자존심과 우월주의, 몇몇 나라를 휘어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속이 뒤틀리게 한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많은 것이 바뀐다. 강경대응 "이 빌딩을 무너뜨린 자들도 곧 우리의 말을 잘 듣게 될 것"이다는 유명한 연설을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911테러 때 전세계는 경악했을 것이다. 테러라니 어느 곳 하나 마음 편하게 있을 때가 없다는 생각과 함께 죽은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저렸다. 누가 어떤 마지막 말을 했다더라. 몇명이 희생되었다더라. 먼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하는 이야기였지만 그 희생자가 '나'가 아니란 법도 없었으니 불안감이 드는 것이다. 이후 비행기 타는 것을 많이 꺼려하게 되었으니 '테러'의 공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무서움을 안겨준다.
강대국인 미국이 움직이면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부시 대통령 재임기간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났다. 책의 내용도 주로 그런 내용을 다루었는데 911, 탄저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 정말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연이어 터진다. 그래서 여기에 대응하는 단호한 결단력을 발휘하는 부시 대통령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다. 이라크 파병문제로 우리나라도 시끌시끌. 말들이 많았다.
백악관 입성을 어린애마냥 들떠 좋아하는 애리 플라이셔는 대통령을 따라 해병 1호기나 공군 1호기에 탑승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여 그의 설레이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언론과의 생활은 그다지 순탄하지가 않다. 똑같은 질문을 계속 하고 엉뚱한 질문(아프가니스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냐?)으로 덫을 놓는 기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많이 버겁다. 늘 겸손하고 팀으로써 일을 해 나가는데 프로정신을 보이는 그도 가끔 기자의 의도대로 실수를 하기도 한다. 본인의 잘못이므로 기자들의 전화를 받으며 양동이에 쓸어 넣는 일이 힘겹기만 하니 "나라를 위해 쏴야 할 총알을 내 발등에 쏜다"며 자조하는 모습도 보인다. 인간적인 모습. 백악관을 떠나지만 분명 이 일을 사랑하고 기자들과의 설전을 즐겼다고 말하는 그를 보면 정말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사건 중심으로 다뤄져 있었다면 긴박감과 흥미를 유발할 수도 있었을텐데 이 책은 그저 덤덤히 이야기 하듯이 나열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문맥의 흐름을 놓치게 되면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대변인 자신의 이야기이지만 이것은 대통령의 이야기이기에 이 책에 완전히 빠져들기 보다는 냉철한 생각을 유지한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내 책상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30피트 정도 밖에 떨어져있지 않다"는 말을 보건대 그는 부시 대통령과 함께 일하게 됨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영광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로지 이건 저자의 생각일뿐이니 빠져들기 보다는 한발짝 떨어져서 보는 것이 좋겠다.
언론비서관의 삶이 어떤지 살짝 들여다본 시간들. "매일 매일 얼마나 말을 많이 할 것인가. 얼마나 말을 하지 말 것인가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것"의 어려움이 있는 대변인의 백악관 생활의 낯선 곳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유익한 시간이었음을 밝혀둔다. "매트릭스"(대변인 경호상 코드)는 300회의 브리핑을 끝으로 백악관을 떠났다. 하지만 그 기억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