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
김영미.김홍길 지음 / 북하우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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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한국 선원들이 불행한 건 한국에 있어야 하는데 여기 소말리아에 있기 때문이야"

김영미 피디와 동행한 소말리아 현지인 D의 말이다. 내 조국인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산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나. 한국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왜 소말리아에 있게 되었을까. '제 628 동원호'가 2006년 4월 4일 해적들에게 나포되었다. 불과 1년전이지만 매스컴을 통해 나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떻하나.."하는 막연한 생각만 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내 일이 아니라지만 이렇게 무심했었던가. 책을 보면서 같이 괴로워하고 두려워하며 그 사람들의 아픔이 내 가슴에도 계속 머물렀다. 

이 사람들이 생과 사를 넘나들때 난 뭘 했었지? 결혼식을 준비하고 허니문의 달콤한 행복감에 빠져있었을 때다.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왜 나포되어야 했는지 이것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을 사람들에게 나역시도 아픔 하나를 얹어주었으니 유구무언이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나포된 2006년 4월 4일부터 2006년 8월 9일 대한민국에 발을 내딛기까지 김홍길씨의 일기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117일간의 기록을 보여준다. 여자의 몸으로 위험한 지역인 소말리아까지 들어간 김영미 피디의 강단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들을 놔 두고 다시 나와야 할땐 가슴이 찢기는 아픔을, 가족을 두고 오는 듯 절절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목소리가 될까봐 차마 전화 못했어요. 제 마지막 목소리가 여운이 될까봐 차마 전화를 못했어요"

가족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마음. 말끝마다 모두 죽인다며 총으로 위협하고 마약풀에 쩔어 사는 해적들이 얼마나 끔찍했을 것인가. 10살짜리도 총을 들고 구타를 일삼으니 정말 딱 죽고 싶었을 것이다. 인간이하의 대접, "다음날 풀려나려나?" 다음날 하던 것이 117일까지 잡혀있을 것이라는 것을 진작 알았다면 더 견디기 쉬웠을까. 오히려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목숨마저 보장 받지 못하는 곳에서 해적들을 죽일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해적들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남성용 사각팬티를 입은 채 돌아다니고 있었다. 배안에 있는 것은 있는대로 다 끄집어 내왔구나" 라는 생각에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김영미 피디가 해적들이 있는 곳 "하라데레"에 도착해서의 상황이다. 보트를 타고 동원호에 가기 위해 구명조끼를 입는 김영미 피디를 보면서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오나 싶어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사명감이라 하여도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닐텐데. PTSD(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앓는 나포된 사람들. 치료를 다 끝내지도 못하고 생존을 위해 다시 배를 타야만 하는 상황은 비록 몸은 고국에 돌아왔으나 여전히 소말리아에 머물고 있는 이 사람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다. "잊어라"라는 말밖에 해 줄게 없어 가슴이 너무 아파온다. "잊어라"는 말을 쉽게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흑인만 봐도 도망치게 되고 꿈에서조차 계속 되는 악몽은 여기가 대한민국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리라. 그곳에서조차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적이 없었거늘 고국에 발을 딛고 있어도 여전히 소말리아에 있는 그들이다.  

"나는 정신병자가 아니다"라는 절규.

그러나 가족들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디에서 울음한번 실컷 내 뱉을수가 있을까. 김홍길씨는 콩고로 떠났다고 한다. 선장의 "배를 좌초시켜라"라는 쪽지를 보고 견디기가 힘들었다는 그. 울면서 김영미 피디와 인터뷰하는 모습은 "대한민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왜 오랫동안 아무 조처 없이 내버려두었을까" 그 해답을 얻지 못해 절규하는 듯 하여 차마 볼 수가 없다. 117일간의 악몽, 과연 그동안 대한민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궁금해진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 사람들을 기억해 주는 것 이것 하나뿐이라 죄송한 마음만 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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