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죽기 위해 도시로 온다
권현숙 지음 / 세계사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인간은 죽기 위해 도시로 온다"

책 제목만 보고선 '왜 도시로 올까, 죽기전에 좋은 경치 보고 싶어 시골로 가지 않고'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만큼 도시는 갑갑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내 '사람이 그리워 도시로 올 수도 있겠구나'하고 생각을 달리 하게 된다. 나도 그럴 것 같으니까. 죽는것도 서러운데 나 죽는길에 아무도 없다면 그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나의 죽음은 편안하기를 많은 이들이 가는길 지켜보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죽는 모습이 추하지 않기를.  

'죽음'이라는 단어는 멀리하고 싶지만 시시각각 나를 맹렬히 쫓아오는 녀석이다. 살아있지만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나의 발걸음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일상적이다. 내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니까 내 가까운 사람도 죽을 것이란 것을 알면서 애써 부정하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내 가까이에 죽음이 다가오면 대비하지 못한 충격으로 마음을 추스릴수가 없어진다. 그래 '죽음'이란 아무리 연습하고 마음에 준비를 해 두어도 막상 닥치면 나를 끝간데 없는 곳으로 추락시킨다. 실감나지 않기에 그냥 어디론가 여행갔다고 생각해도 믿어버릴 것 같은 이 낯선세계는 책 속에서는 손만 뻗으면 잡힐 듯 너무 가까이에 있다. 

날카로운 칼에 손이 베인 듯 6편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죽음'이라는 소재가 등장함으로 가슴졸이고 아파하며 읽게 된다.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가 뒤죽박죽 섞여 주의깊게 읽지 않으면 문맥의 흐름을 당장 놓치고 말게 되어 한자 한자 뚫어지게 쳐다보며 읽었다. 글들이 너무 솔직하다. 죽어가는 육체를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여자에게 욕망을 느끼고 세상을 겪어 본 사람의 땀내나는 경험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읊조리지만 거부할 수 없는 힘을 가진다. 그래서 역겹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순수하지 못해서일지도 모르지만 "인생은 그런것"일테니까. 자조하게 된다.

'죽음'과 함께 존재하는 '사랑'은 삶의 이유가 될테지. "세미노마"에 걸린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아니 남성 성기에 생기는 지독한 암을 가진 남자가 사랑을 한다. 죽지 않기 위해선 수술을 해야한다. "도대체 사랑이 거세된 인간을 살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말하는 남자에게 뭐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수술을 하든 하지 않든 이 남자에게 사랑은 거세 되었다고 여겨질 것이다. 그의 앞에 나타난 여자는 과연 구원의 의미일까. 흔해빠진 사랑이야기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이 사랑에 마음이 아프다. 왜 꼭 인생은 이렇게 뒤죽박죽인 것일까.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생각했을때 살아야 하는 이유를 던져준다. 늦게야 찾아오는 구원. 서로가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내용들중 유일하게 한곳을 같이 바라보는 남녀의 이야기에 가슴 한 구석이 저려온다. 실제 찾아오지 않은 '죽음'이지만 남자의 삶이 '죽음'과 같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왜 인간은 죽기 위애 도시로 오는가" 저자의 의중은 제쳐두고 나만의 감상에 빠져들 뿐이다.  

솔직히 이 책을 다 읽고난 지금도 그 해답을 모르겠다. 각 글마다 죽음은 자리하고 다른 죽음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어느것하나 명쾌하게 '이것이다'라고 정의 내려진 글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가슴속에 남아있는 울림은 무엇이란 말인가. 떨쳐내지 못하는 이 존재는 무엇일까. 나에게 둘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이 삶의 자국들을 오롯이 이해하지 못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되는 이 힘을 나는 '인생'이라고 이름붙이고 싶다. 잔잔하게 흐르는 글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인생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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