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나
이상일 지음 / 스타북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굿모닝, 린나" 햇살이 가득한 첩첩산골에서 바라 보이는 모든 풍경은 누구든 반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지 않을까? 그래서 똑같이 생긴 네모난 건물안에 살지만 이렇게 반갑게 외쳐부르면 초록의 싱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반갑게 인사 해 본다. "기쁨의 탄성" 또는 "환성"을 뜻하는 히브리어의 린나라는 이름. 그래서 자꾸 부르게 되면 기쁨이 마구 쌓일 듯 하다. 저자를 포함 총 일곱식구가 함께 하는 생활. 린나의 식구라고 말하지만 저자와 멜레크, 바름, 사랑, 티코, 티카까지 대가족이다. 저자가 린나를 바라보는 모습은 자식을 바라보는 듯 그 마음이 참으로 따뜻하다. 나는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개를 만지지도 가까기 가지도 못할 정도로 무서워 한다. 개 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만지지 못하긴 마찬가지. 그러나 귀여운 것은 알아 린나를 보면 귀엽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동물을 만지질 못해서 맘적으로 냉정하다는 말도 가끔 듣지만 귀여운데 만지지 못하는 내 심정은 누가 알아줄까.

배낭하나 매고 경치 좋은 산천을 두루 다니다 보면 '시'라도 한수 읊고 싶을 정도로 풍광에 도취되게 되는데 첩첩산골에 살게 되면 모두 철학적인 모습이 되는 걸까? 린나를 통해 세상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는 저자의 모습은 세상 일에 도통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뭐 내가 이 곳에 간들 이렇게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아마 "좋다"는 말만 연발할 것 같다. 세상을 등지면서 사는 듯 하지만 오히려 그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 어떨까 타인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의 모습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외로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무언가를 결정해야할 때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할 것을 가려내야 하고 버린 것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기가 왜이리 힘든 것인지 물욕이 많아져서 어른 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도 내 몸안에는 몸은 어른이지만 나를 떠나지 않는 사춘기의 증후군이 자리잡고 있나 보다. 사춘기도 "착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너무나 잘 따른 나머지 아주 무난하게 부모님의 말씀대로 "무사히" 잘 지나간듯 하다. 하지만 지금 생각 해 보면 그때부터 누르고 있던 무언가가 지금 내 안에서 뛰쳐나가려고 용솟음 치려는 것을 느낄때가 있다. 그럴땐 가끔 당황스럽다. 높은 산에 올라서서 크게 소리지르고 나면 이 덩어리들이 튀어나올까.  

결혼을 한 후 집에만 있는 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오히려 일할 때 보다 몸과 마음이 편하지 않는 것 같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나의 게으름에 짜증이 있는대로 치솟아 오른 요즘이다. 그래서일까. "몸과 마음을 편안히 쉬게 할 귀여운 게으름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물음에 평범한 일상에 찌들어가고 정체성을 놓쳐간다는 생각을 할 즈음이라 나에게도 이 "귀여운 게으름"의 존재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늘 타인의 시선을 인식하고 사느라 지칠때로 지친 나에겐 나를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을만큼 쉬며 살아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으로 인해 잠깐의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이것이 귀여운 게으름의 하나가 될 수도 있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눈을 뜨고 있지만 많은 것을 보느라 소중한 것들을 지나쳐 보지 못한 삶을 사느라 많은 것을 놓쳐 버린 것 같다. 눈을 뜨고는 볼 수 없는 세상을 눈을 감고 볼 수 있다면 이것으로도 마음 편안해지는 처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가끔은 눈을 감고 마음을 놓아버리는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그러면 첩첩산골이 아니더라도 조금은 철학적인 발견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