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와 다산, 통하다 - 동서 지성사의 교차로
최종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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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높다랗게 솟아있는 빌딩들과 현대식 건물들에 익숙해진 나에게 옛 이야기들은 수학여행시절 명승고적을 찾아다니며 그 앞에 설명해 놓은 것을 읽거나 그저 사진이나 찍는 정도의 존재일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다산 정약용의 자취를 찾아 떠나고픈 충동을 느끼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잠깐의 관심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당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지성인으로 불리우는 괴테와 우리나라의 다산 정약용의 삶을 대비하는데서 오는 한국적 자존심에 우쭐해지기도 하지만 단지 내가 아는 것이라곤 괴테의 [파우스트], 다산 정약용의 실학사상과 [목민심서]정도라는 것에 자괴감이 들 정도로 무지하기에 "괴테와 다산이 왜 통했는지" 궁금하여 더 집중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동안 괴테와 다산의 담담한 어조로 뱉어내는 그네들의 삶과 학문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저 한시대를 살다간 우연을 들어 동시대인이라는 이유와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가는 시기가 인류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었든 시류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학문에 매진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임으로서 그저 삶 자체에 관심을 가져 보고자 했다. 괴테는 세계적으로 그 이름이 회자되고 있으나 다산 정약용에 대한 언급은 국내에서조차 크게 알려져 있지 않아 잘못 태어난 시대로 인해 그의 이름이 묻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18년간의 유배생활로 통해 그의 학문의 대부분이 이루어졌다고 본다면 시련이랄 수 있는 시기에도 헛되이 놓아 보내지 않는 선비의 삶도 엿볼수 있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 그것을 국가가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다산의 주장은 그 시대에서 보면 '혁명적'이었지만 사람을 생각하는 그의 삶은 지금에 보면 지극히 보편적인 생각일 것이다. 정치세력으로부터 박해를 받고 18년간의 유배생활을 한 그로서는 불행한 자신의 삶에 자조하며 은거하는 이유가 되었지만 오히려 저술을 많이 하고 학문을 깊이있게 연구할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14년 다산보다 먼저 세상에 태어난 괴테는 이와 다르게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았고 사랑이나 연애도 자유롭게 함으로써 유교적이었던 다산과 비교해 자유스럽게 학문에 매진할 수 있었으니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이 두사람이 서양과 동양이라는 지리학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학문적으로 통할 수 있었다는게 자못 신기할 따름이다. 한사람은 서양에서 한사람은 동양에서 각기 다른 곳에 있지만 서로의 학문과 사상은 통하고 있음을 살아 있는 동안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어쭙잖은 생각까지 갖게 된다. 

"한 인물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가 된 괴테학과 다산학은 그들이 같이 소통함으로써 더 큰 학문을 이룰수도 있었음에 아타까워지지만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문화권에 있는 그들의 생각이 닮았다는 것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한국의 위대한 학자 정약용과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에 자긍심을 느끼고 그의 학문적 깊이를 좁은 소견으로 알길은 없으나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이 피를 끓게 하니 다산 정약용에 대해 또 다른 모습을 접할 수 있어 아주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아울러 괴테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 알아갈 수 있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이 두사람이 살았다면 또 어떤 모습으로 학문에 정진했을까 약간의 나만의 사색의 시간도 가질 수 있어 꼭 이 두사람을 만난듯 친근함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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