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 삶의 여백에 담은 깊은 지혜의 울림
박완서.이해인.이인호.방혜자 지음 / 샘터사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대화다운 대화를 해 본적이 언제였던가? 상대방과 말을 하고 있으니 그것이 '대화'가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같은 공간에서든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서든 상대방과 말을 나누긴 하지만 진심어린 '대화'는 나눠보질 못한 것 같다. 한발짝쯤 물러서서 나를 방어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긴 하지만 주의깊게 내 온 마음을 열어 받아주진 못했다. 무슨 전쟁에 참전할 것도 아닌데 갑옷을 입고 방패와 창을 들고 나를 방어하는 모습이라니 '이런말을 하면 상대방이 이렇게 반응하지 않을까 나에게 상처되는 말을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 고민하느라 머리가 다 아플지경이다. 

상대방과 깊이있는 교류를 하기 위해선 들어주는 연습을 먼저 해야한단다. 상처입고 이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고 보면 내 말 들어줄 사람도 없는 것 같긴 하다. '대화'를 나눠 보지 못한 나에게 이 책은 진정한 "대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름만 대면 누군지 다 아는 사람들. 하지만 솔직히 난 방혜자님과 이인호님은 처음 들었다. 인터넷으로 검색 해 보고 나의 무지함에 얼마나 부끄러웠던가. 그러고 보면 난 세상과도 '대화'를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살아왔나 보다.   

여성상위시대라고 하지만 아직은 남성들이 더 인정받고 활개를 치는 세상이다. 내가 여자이기에 가슴뿌듯한 감정을 느끼며 조심스레 책장을 넘겼다. 사회에서 알아주는 저명한 분들의 대화라면 어떤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고 계실까 궁금해질텐데. 이분들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와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고 겪으면서 사회적 문제나 미래의 모습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계셨다. 소소한 문제보다는 큰 사회적 문제들을 많이 걱정하고 계시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공간을 벗어나지 않으니 내가 있는 곳 보다 멀리 계신 분들이 아니란 것에 안도하게 된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 보다 사회에서 어느정도 유명세를 타고 계신 분들이기에 감히 가까이 가지도 못할텐데 이렇게 모여 앉아 어린시절부터 현재의 자신의 상황에 대해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나도 곁에서 차를 한잔 마시며 듣는 듯 편안한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불혹의 나이도 지나고 어느정도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으로서의 진중함. 삶을 소중히 여기며 소신있게 살아가는 모습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종교적인 문제가 자주 등장하는 박완서님과 이해인님의 대화는 읽기 힘든점도 있었지만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큰 마음이 느껴져 고개가 절로 숙여지게 된다. 이해인 수녀님을 뵈니 나도  어릴때 철 없이 "수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때가 기억난다. 아마 수녀복이 입고 싶었을 것이다. 숭고해 보이기도 했고. 아마 수녀가 되고 싶다고 찾아갔어도  끊임없이 절제하고 수양해야 하는 생활의 어려움을 놓고 볼때 견디지 못했으리라. 이렇듯 내가 가지 못한 길을 가는 사람들의 대화는 "평범한 인생에 염증을 느낀다"며 어리광 부리는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픈 이야기이다. 물론 하루하루 인생이 값진 것이란 걸 자각하지 못한 나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얼굴에 주름하나씩 늘어날때 마다 인생의 자양분도 늘어나야 할텐데 이분들의 토론같지만 진솔한 대화를 통해 나도 내 얼굴에 책임을 지며 인생을 꾸려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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