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한 한국인이 정겹다
양문실 지음 / 다할미디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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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나의 시선은 밖으로 밖으로 나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가진 것 보다 타인의 것을 동경하며 살았고 내가 살고 있는 집보다 더 크고 좋은 집만을 바라보고 살았으며 내가 살고 있는 땅보다 복지가 잘되어 있다는 소위 선진국들을 보면서 살아왔다.  잃어봐야 소중한 것을 알게 된다고 했던가. 내가 당연시 하며 누리고 살아온 모든 것들이 소중한 것이라는걸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고개 돌리면 보였던 산과 바다, 문만 열고 나가면 나와 피부색이 같은 그들, 먹고 싶은 것들을 언제든 사 먹을 수 있는 곳에 산다는 것이 큰 행복일 줄이야. 그녀가 찍어 놓은 흑백의 사진들이 정감있게 다가오고 토종 먹거리들조차 군침돌게 하니 역시 난 한국에서 태어나고 살아야할 팔자였나 보다. 

집이 바닷가 근처에 있는지라 집안에서도 저 멀리 바닷가가 보인다. "경치 좋다" 감탄사를 연발하면서도 손 닿는 거리에 바닷가를 두고서도 몇번 가보질 못했다. 가까이 있으니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여유로움일 것이다. 책을 읽다 보니 이런 내 자신이 왜이리 부끄러워질까.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천혜의 경관들을 아끼며 봐도 모자랄판에 너무 밀쳐두고 있었음일까. 오늘따라 어두컴컴해져 저 너머에 있을 바닷가가 보이지 않지만 한참을 보고 있게 된다.  

외국에서 살고 싶다는 동경은 아마도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다. 한국에서 살지만 영어를 배워야하고 단어들을 씹어가며 외워도 도통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비관하며 해외로 나가면 능숙하게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늘 해외유학이니  이민을 동경해 왔다. 어학연수를 떠나는 사람을 보면 얼마나 부럽던지.  나도 그들과 함께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껴왔었다. 평생을 배워야할 외국어의 무게를 잊기 위해서 말이다. 혹자는 "여기서 공부해서 외국인 못지 않게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많다"고 얘기할 지 모르나 이 책을 읽는 지금도 외국에 나가 공부하고 싶은 희망을 가지게 된다. 준비해서 갈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저 희망만 가지고 있지만 외국에 다녀온 사람을 보는 내 시선에는 부러움이 한 가득이다.   

저자가 아무리 무표정하지만 뜨거운 심장을 가진 정 많은 한국인이 정겹다고 부르짖어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시선이 가게 된다. 두 가지 다 해 본 사람만이 어느쪽이 더 소중한 것인지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니 한쪽만 가진 나로서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사라지지 않는다. 정 많은 한국인들 틈에 사는 것이 행복인 것도 알고 비록 명절증후군이 생겨 괴롭지만 가족과 함께 보내는 명절의 소중함 또한 안다. 서울에 있는 경복궁에 조차 발걸음을 해 보지 않은 내가 외국생활을 동경하는 것이 과연 잘못된 일일까. 아니 좁은 국토안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좁을 수 밖에 없으니 더 넓고 큰 곳에서 시야를 키우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구구절절 한국에 대한 정감을 드러내는 책을 보고 있으니 그녀가 더 부러워지니 난 청개구리 기질을 타고 탔나보다.   

발을 밟아도 어깨를 부딪쳐도 멀뚱히 쳐다보고 사과 할 줄 모르고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지만 힘들때 기댈 수 있는 마음 터 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이 곳이 물론 나는 좋다. 다른 나라에 발길 옮길 수 없어도 작은 나라여서 버리는 땅 없이 고치고 다듬어서 옹기종기 모여서 사는 우리나라가 참 좋다. 마음에 품은 외국에의 동경은 밀쳐두고 말이다. 책을 덮은 지금 어깨가 쫙 펴지고 당당하게 한국인임을 밝힐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니 외국생활의 조금의 동경은 봐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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