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유 - Everyone Says
이미나 지음 / 갤리온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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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지금부터 사귀는거야"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정해두고 하루, 이틀 손꼽아 보다가 100일을 챙기고 또 하루하루 챙겨가다 몇달 뒤엔 '헤어진지 몇일째야 잘 견디고 있어' 하며 나 자신을 위로하며 보냈던 기억이 떠오른다. 양은냄비처럼 금세 끓어오르다 또 빠르게 식어가는 사랑의 풍속도에 "이러면 안된다"고 부르짖지만 나 또한 내가 생각한 사랑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과감하게 선을 그어 버렸던 것 같다. "정말 쿨하지 않냐"고 나를 대견해 하면서 말이다. "사랑을 언제부터 시작하자"고 이야기 하는 것도 우습지만 내가 생각한 사랑이 아니라고 헤어졌을땐 그것이 잡아달라는 다른 언어의 형태였음을 그때도 지금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 그래서 이 책은 내 가슴을 울린다. 진득하게 상대를 바라보기에, 가슴앓이 하며 조심스레 다가가기에 늘 빠르게 빠르게 외쳐되는 세상속에 어쩌면 나의 마음까지 동욱의 동희에 대한 사랑에 설레어 오는가 보다.   

사랑의 작대기는 왜이리 엇갈리기만 하는지. 한편의 드라마 아니 영화를 보는 듯 엇갈린 작대기 속에 내 마음만 고동쳐댄다. "왜 받아주지 않니? 아프지마" 하면서. 들리지도 않을텐데 열심히 응원하고 애처로워 하고 마음아파한다. 헤어진 사람에게 쿨하지 못하고 술 먹고 힘들다고 전화하고 나 받아주면 안되냐고 잡는 동희의 모습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지만 이기적인 나쁜남자인 성재에게 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하는지 동희가 내 앞에 있다면 바보라고 잔소리를 1시간쯤 해주고 싶어진다. 내가 그러했고 이 시간에도 누군가가 바보같은 행동을 하고 있을 것이므로.  

가벼운 송자씨, 무거운 금자씨, 몸만 좋은 진철, 이름만 전지현, 똥 동희 그러고 보니 다들 별명이 있는데 승민, 동욱, 성재만 별명이 없다. 이렇게 별명을 주어 적어 놓으니 내 머릿속에 어느새 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잘 울고 퉁퉁부은 얼굴에 부엉이 안경을 낀 동희의 모습은 이쁘지 않아 더 정감이 가고 진짜 전지현이 아닌 이름만 전지현인 뚱뚱한 그녀가 나와서 책을 읽으면서 이웃집 사람같은 정다움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멀리 있는 사람들이 아닌 주변에 늘 볼 수 있는 사람같아서. 츄리닝을 입어도 어색하지 않을 그들이라서 아마 연애사를 충분히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아량도 베풀고 싶어진다.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싶어 여행을 떠나도 동희의 독백처럼 과자 부스러기도 그대로 책상위에 놓여있을 테고 열심히 걸어다녀도 발자국을 남기지 못하는 여행길이지만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 연락을 끊은채 세상에 홀로 서고 싶다는 마음 누구나 한번쯤 할 것이다. 핸드폰이란 것이 나오고 인터넷이 성행하면서 어디서든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숨을 곳 찾기도 만만찮지만 동희가 떠나는 여행길에 나도 동참하여 거리에서 음악도 듣고 여유로운척 풍경화도 보면서 그렇게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사랑이 힘들다고 상처받을까 저어하여 사랑을 시작하지 못한다면 내가 한층 성숙해질 수 있는,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을 놓칠 뿐이니 누군가를 만난다면 이것저것 자로 재지 말고 온마음을 열어 진철과 지현처럼 그렇게 사랑했음 좋겠다.  

이미 반쪽을 만났다 해도 사랑의 크기는 무한정 커질 수 있으니까. 상대방의 마음에 내 자리가 넓혀지도록 그렇게 마음속 '나'를 키워가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다면 "보고싶긴 한데 이게 사랑인지 모르겠어. 뭐하나 궁금하긴 한데 사랑인지 모르겠어. 목소리 듣고 싶긴 한데 열정적이지 않아서 사랑이 아닌것 같아"가 아닌 집착도 사랑임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나 힘들다. 다시 시작해"라고 슬프게 이야기 하는 사람에게 나의 마음이 식었다고 냉정하게 말하며 그건 집착이라고 말하지 말고 사랑임을 알고 조금은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난 그런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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