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당신에게 - 흔들리는 청춘에게 보내는 강금실의 인생성찰
강금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녀가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비틀거릴때 H부장이 선물한 시집인 <흔들리며 피는 꽃>에 있는 내용이다. 지금의 내가 처한 상황이 비틀거려야 할 정도로 마음속으로 힘든일도 없는데 왜 이 말이 책을 덮고 나서도 마음에 오래 머무는 것일까. 아마 "강금실"이라고 하면 첫 여성 형사 단독 판사, 첫 여성 법무부 장관 타이틀을 쥔 사람으로서 단단해 보이는 사람이라 이런 약한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그녀도 나와 같이 감정이 있는 희노애락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감히 오르지 못할 저 높은 곳에 있으나 소주 잔이라도 놓고 아무말없이 같은 공간에서 머물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그런 사람으로 기억 되어진다. 

한달을 넘겨 배우는 게 거의 없을 정도로 끈기가 없고 잠이 많은 것을 보면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 낼 것 같은 그녀가 아주 인간답게 다가온다. 그녀가 겪은 서른즈음은 내가 초등학교(그시절엔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이라 사회적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는 세대는 아니었으나 지금 내가 서른을 넘겨 서른즈음이 어떠했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니 확신없던 그 시기에 이 책을 읽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내 앞에 큰 산이 막혀있어 인생의 길이 보이지 않고 구비구비 넘어야 할 산들이 많으나 서른즈음엔 특히나 생각이 많았던 시기였다. 결혼을 해서 안정적인 가정을 이룬 것도 아니었고 직장에서 성공한 삶도 아니었었다. 새로운 분야가 내 길이라고 외치며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세계에 뛰어 들었을때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으나 그 꿈을 이루었다는 자기만족을 위해 한발 내딛였다는 것을 알았을때 내 마음은 또 지옥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또 큰 산이 버티고 있었다.  

한고개 넘겼다고 생각하고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드니 또 고개가 보인다. 인생은 무한히 놓여있는 이 고개를 넘어가는 여정이고 단지 받아들이는 마음자세에 따라 그 고갯길이 즐겁기도 하고 험난하기도 한 모양이다. 법조계에 몸 담고 있으면서 타인의 인생에 관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확신을 가지고 살아온 인생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그녀의 글을 통해 담담히 읽고 있노라면 마냥 부러워만 한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주위에 조력자가 많은 그녀의 삶을 보고 있으면 산사에 있는 듯 나까지 마음이 평온해져 오고 인생무상 먹물옷을 입고 절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된다. 한권의 책으로 나는 마음의 위안까지 얻고 있나 보다.  

마흔쯤 되신 분께 "그 나이 되면 인생이 보이냐?"고 물은적이 있다. 너무 갑갑하고 미래가 불확실하여 어디로 흘러가는지 도통 알 수가 없기에 답답한 마음에 물었는데 "이 나이 되어도 보이는게 없다"는 말을 듣고 망연자실 '북망산에 올라야 인생이 보이겠구나' 생각한 적이 있었다. 마흔즈음엔 어떤 인생을 이야기 하게 될까. 나의 서른즈음은 손아귀에 흘러내리는 모래알 같은 인생을 경험하였다면 그때쯤엔 마음의 평화라도 손에 들어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표지에 있는 미소띤 모습의 그녀는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그 말에 당당히 나서도 될 듯 아주 평온한 모습이다. 찡그리고 화난 얼굴이 아닌 나도 중년의 나이에 그녀처럼 잔잔한 미소가 머무르는 얼굴이 되었으면 하고 소망해 본다. 작은 소망이지만 이루기 참 힘든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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