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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2 - 죽음의 예언에서 라그나뢰크까지, 영원한 상징의 세계
안인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평점 :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빛깔이다. 무지개? 어렸을 적 무지개의 일곱빛깔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외울 정도로 되뇌었지만 정작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것 같다. 비온 뒤 맑게 개인 하늘에 뜨는 무지개를 왜 못 본 것일까? 지금은 아마 공기오염도가 심각하여 보지 못하겠지만 신들이 살던 그 시대엔 무지개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신의 세계인 '아스가르트'로 가는 다리라는 것을 누가 알기나 했을까. 인간은 건널 수도 없지만 막상 건넌다 하여도 파수꾼인 '하임달'에게 꼼짝없이 붙들릴 것이다. 혹 그곳의 1분이 현재의 100년은 아니겠지? 내가 '전설의 고향'을 너무 많이 본 모양이다. 그래도 그곳에 가고자 하는 사람은 잘 알아보고 가기 바란다. 현재에 돌아왔을때 아는 인물이 하나도 없으면 슬플테니까.
그리스 로마 신화라면 '제우스'신을 비롯하여 여러 명의 이름을 들어봤으나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생소하기 그지 없다. '오딘, 토르, 프라야, 로키' 등 어떻게 이렇게 아는 이들이 없을까. 여기에 등장하는 신들 중 '오딘'은 그 서열이 '제우스'쯤 된다. 모든 세상을 굽어보고 모르는 것이 없으니 따분하기 이를데 없는 신들의 세계일 것 같으나 말썽꾼 불의 신 '로키'로 인해 사건이 끊이지 않아 골치를 썩는다. 로키로 인해 다른 신들이 세상의 전면에 등장하게 되니 영화로 본다면 아마 '로키'는 비중있는 조연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로장생의 비법이라도 알아 낼 수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들 사람들 많을 것이다. 물론 나도 죽음에 대한 공포때문에 거기에 기꺼이 동참한다. '신'의 영역에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이 탐나기도 하지만 영원성을 지닌 생명 때문에 그 능력을 갖고 싶어하게 되는 듯 하다. 하지만 이들 신들도 나이를 먹고 소멸을 한다. 믿기지 않는가? 태초에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도 소멸하는 것이다. 인간과 다르게 아주 아주 더디게 나이를 먹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들도 신들의 최후인 '라그나뢰크'를 예견하면서도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신'이 못하는 일도 있다니 참 아이러니 하지 않는가. 물론 죽음 너머의 삶도 알고 있는 그들이고 보면 그리 두렵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바네 신들과의 전쟁에 이겨서 얻은 기득권을 놓아버리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방대한 양으로 인해 몇편의 내용을 기억하기도 힘들었으나 북유럽 신화는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내용이 전개되는 듯 하여 그 울타리 안에서 더 가깝게 다가오는 듯 하다. 물론 저자의 반복적인 설명으로 이해력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이 반복성으로 인해 글의 흐름을 방해하여 책 읽기의 즐거움을 잠시 늦추게 되기도 했다. 북유럽 신화를 찬찬히 읽다 보면 '반지'를 주제로 다루는 내용이 간간히 등장하게 된다. 욕망을 대변하는 '반지'의 존재로 인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기도 하나 '지니고 있으면 죽게 된다'는 저주에도 불구하고 반지를 갖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모습은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헛웃음이 나오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물질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이 저주 받은 반지가 어떻게 영웅 지구르트의 손에 가게 되는지 궁금한 분이라면 빨리 이 책을 펴보길 권한다. 시공을 초월한 장소에 내가 서 있음을 느낄 땐 이미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을 것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은 없지만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드는 신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