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자전거 - 장애아 부모들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용기
스탠리 D. 클레인 지음, 킴 스키브 엮음, 이나경 옮김 / 청림출판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크리스마스 선물로 초록색 자전거를 갖고 싶은 아이가 있습니다. 이것이 무슨 문제냐고 물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자전거를 갖고 싶다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스캇'에게는 엄청난 도전을 필요로 하는 일이랍니다. 왜 책 제목이 '초록색 자전거'일까 궁금해하면서 책장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그 궁금증이 풀리는군요. 거리의 전봇대에 묶여 있는 자전거를 이제 무심한 눈길로 쳐다 보기 힘들어질 듯 합니다. 당분간은요. 그렇다고 다운중후군을 가진 '스캇'을 동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가 쉽게 이룰 수 있는 것도 어떤이에게는 엄청난 도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던 모든 일들이 감사해야 할 일임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장애아 부모들이 들려주는 희망의 메세지를 담고 있습니다. 장애아의 부모라면 온통 절망속에 살 것 같은데 왜 희망이라고 쓰냐구요?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들과 딸로서 장애는 보지 않고 그 자체로 인정하고 받아 들이기 때문입니다. 견디기 힘든 역경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동안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아이를 얼마나 간절히 원했었는지 완벽한 아이가 아니라 오로지 '아이'를 원했다는 생각을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사랑하는 나의 아이란 생각에 도달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라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이 생각을 하느라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될 정도였답니다. 닥쳐보지 않았지만 답은 '못한다'였습니다. 결혼을 했으니 아이를 가져야겠는데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분명 하늘이 꺼지는 일인 이 일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세상에 내가 모르는 병명이 이렇게 많았는가 손가락 발가락이 다 붙어 있기만을 바라는 이들에게 장애아를 주신건 분명 너무나 가혹한 일입니다. 아이의 치료를 위해 만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을 만나고 평범한 아이를 키울때와 다른 상황들을 겪으면서 '사랑'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는 분은 분명 나와는 다른 존재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말 조차도 그 사람들에게는 상처가 된다지요. "천사같은 사람들이다"라고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이 말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너무 끔찍한 사람들이라 천사정도는 되어야 사랑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사람들에게 어떤 말로 위로가 되냐구요? 저도 이 책을 통해 배웠습니다. 그냥 "축하한다"는 말과 아이가 누구를 닮았다는 말을 해 주면 된다고 합니다. 당연히 축하받아야 할 일이니까요.  

장애아를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나라도 싸늘하고 혹독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심지어 가족조차도 외면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인간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애아와 같이 살아야 하는 그들에게도 나름의 아픔과 상처가 있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답니다.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기 원하는게 부모 마음인 것을 제가 나이를 조금 더 먹으니 이제야 보이네여. 남말 하기 좋아하는 사회에서 장애아가 우뚝서기란 그야말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물론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님일 것인데 깊고 넓은 부모님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장애아든 비장애아든 축복일 것입니다. 장애아의 반대말은 정상인이 아닙니다. 장애아의 반대말은 비장애아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라면서 이 사람들을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는 시선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나와 다르다고 나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동정하고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겨울이 가는 길목에서 이 책으로 인해 따뜻한 시간들을 보낸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도 이런 시간 가져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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