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남편 - 주부 자기 개발 시리즈 1
조슈아 콜맨 지음, 오혜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물 좀 줘", "여보 리모컨 어디있지?" "애가 울잖아 어떻게 좀 해봐" 등 보통의 집에서 부부사이에 나누는 대화들일 것이다. 청소라도 할라치면 이리저리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한다든지 다리만 살짝 비켜주는 얌체같은 짓을 서슴치 않고 집안일 안 도와줄꺼면 밖에나 나가든지 속이 부글부글 끓고 막상 나가면 애들이라도 데리고 나가주면 이쁠텐데 그냥 혼자만의 자유시간을 만끽하니 나가는것도 달갑지 않다. 이 책 안에 이런 게으른 남편들을 유쾌, 상쾌, 통쾌하게 길들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줄 알았더니 이게 왠일? 좀체 속을 드러내지 않는 남편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는 방법이 나열되어 있다.  

결혼을 하고 문제가 없던 가정도 아이가 막상 태어나면 큰소리가 나고 자주 다투기 시작한다. 자다가도 몇번 깨서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고 먹이고 씻기는 모든 육아의 일이 아내의 일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24시간의 집안일은 쉴틈도 없이 풀 가동되니 어지간한 체력강한 사람도 넉다운되기 마련이라 이럴때 신랑이 조금이라도 도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밖에서 돈 벌어온다는 구실로 손가락하나 까닥할 힘이 없다는 남편들을 어찌 구워삶아야 하나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책을 통해서 분석한 나와 남편은 과도기적 부부인듯 하다. 여러분은 어떤 부부 유형인가? 아내는 가사일, 남편은 바깥일을 보는 전통적인 부부? 아니면 가사랑 육아를 공동부담하는 평등주의적 부부? 우리집을 보면 집안일이라곤 아에 하지 않았던 아버지를 보고 자란 남편이 집안일중 청소랑 쓰레기 정리를 맡아 해 주는 것을 보면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모습은 아니기에 혹자는 '부럽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부분을 가정일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남편의 모습이 아직은 부족한 듯 보인다. 남편도 가끔 "안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많이 돕는거다"라고 이야기 하는것을 보건데 아마 본인의 일이라고 생각지 않고 아내의 일을 도와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어쩌면 생각은 전통을 고수하니 정말 충격적일 수 밖에 없다. 21세기에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다니 많은 부분 혁신이 이루어져야 할 듯 하니 갈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책 안에는 남편의 유형에 따라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갈 건인지. 요목조목 예를 통해 잘 설명되어 있다. 포악한 성격의 남편이라면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의연하고 소신있게 "가사를 도와달라"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이야기 해나가야 하고 남편이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모든 일을 자신이 해야하는 사람이라면 남편이 숙달될때까지 가르쳐주며 기다리는 인내심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먼저 협상을 잘 이끌어 가려면 남편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맞서야 하기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상태로는 큰소리를 내지 못한다. "푼돈 벌면서 무슨 일이냐. 집안일이나 해라"는 말에 당당히 맞서 자면 경제적으로 독립해야겠다는 의지의 표명도 중요한 일이다. 어떤 조건으로 맞서든 나의 권리를 찾기 위한 중요한 일이므로 감정적으로 폭발하여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에 따라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갈 것인지 잘 설명 되어 있으므로 이 책대로만 해도 불행한 사태는 막을 수 있을 듯 하다.  

오로지 게으른 남편만을 겨냥한 책이 아니라서 실망이 되기도 한다. 어린시절 고착된 성격으로 문제가 있는 부부에게 정신과 상담을 권유하며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를 보면 집안일을 나눠서 하자는 문제가 너무 커져버려 오히려 큰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불만스럽기도 하다. 어쩌면 부지런하고 게으른 문제는 그저 습관과 성격의 문제일수 있다고 내가 가볍게 보기에 그럴지도 모르지만 게으른 남편을 어떻게 요리하면 되는지 알려준 책이 아닌 상담자의 역할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듯 보여 아쉬움이 많이 남는 듯 하다. 하지만 월급없이 해 나가야 하는 가정일이라 노후문제도 연금문제도 해결이 되지 않아 막상 이혼을 하면 불쌍한 신세로 전락하는 여자들이고 보니 목소리가 조금 작아지기도 하겠지만 한가지라도 가사일을 덜어 나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면 충분히 내 목소리를 낼 가치가 있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남편에게 바라는 것은 물질적으로 아주 큰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 "수고한다. 고맙다. 사랑한다" 는 말일 뿐인 것을 이것을 알아주지 않는 남편이 야속해서 "너만 쉬고 싶니? 이 나쁜 남편놈아!"라고 소리치고 싶은지 모르겠다. 얻는것이 있든 없든 남편과의 잦은 대화시간은 그래서 더 필요한 것 같다. 말을 하지 않으면 서로의 마음도 알수가 없고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방치된채 눈덩이처럼 커버릴테니 말이다. 힘들다고 말하면 괜한 투정이려니 생각지 말고 아내의 말을 관심있게 들어주는 남편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면서 나도 슈퍼우먼같이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사람같은 모습 실수도 하는 모습을 남편에게 보여야겠다. 그래야 "잘하지 못해도 내가 도와줄께" 하며 남편이 다가올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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