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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최고의 해를 설계하라
데비 포드 지음, 서현정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영원히 기억에 남기고 싶은 날이 얼마나 됩니까?" 작가의 질문에 생각을 해 보았다. 나만 너무 힘들다고 어깨에 짊어진 짐이 무겁다고 울면서 살아온 세월뿐이어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최근에 한 결혼식 뿐이다. 그땐 내가 주인공이었고 모든 이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한 날이어서 무엇보다 행복하고 기쁜 날이었다. '생애 최고의 해' 만들기는 제목처럼 그리 거창하지 않다. 아주 사소한 가족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해가 될 수도 있고 봉사하면서 가슴 벅차오르는 뿌듯함을 느끼며 보람을 느끼는 해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다른 어떤 자기계발서 보다 가슴 따뜻하게 와 닿는것 같다. 내가 최고가 되기 위한 한해를 만드는 것이 아닌 타인을 위해 사는 삶을 권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의 멘토가 되는 삶은 "힘들다, 시간이 없다" 는 등의 변명을 하지 못할테니 말이다. 타인이 나로 인해 행복을 느끼고 살아가는 이유를 찾는다면 이보다 더 기쁜 최고의 해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인생은 운명에 의해 결정지어 진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어쩌면 가야할 길을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해야할 일을, 해야만 하는 일을 저버리고 그저 평범한 일상에 안주하는 삶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내 인생의 행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약간은 억울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행복할 날"이 반드시 올꺼라는 이 무작정 기다림은 그저 '마법같은 망상'에 지나지 않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포기하는 행위라는 점이라고 책에선 분명히 말하고 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인생, 단 1초 뒤의 상황도 직시할 수 없는 내가 장담할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은 내가 내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1초라는 시간뒤에 내가 죽을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절대절명의 삶 속에서 나중에 올 미래를 바란다는 것은 분명 도박인 것이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된다면 분명 남아있는 시간을 최고의 날로 보내기 위해 나의 에너지를 다 쏟아 부을 것이다. 헛되이 보낼 시간이 없으테니까. 이렇게 쓰고 보니 갑자기 시간이 없는듯 마음이 무척이나 바빠진다. 나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갇혀 있는 울타리를 부수고 뛰쳐나와야 하는 아주 힘든일이 먼저 기다리고 있지만 못할 일도 아니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은 쉽다고 하지 않나? '쑥쓰럽지만 기억에 남을만한 어떤 일을 해 볼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억될 깜짝이벤트를 준비해 볼까? 아님 내 글씨로 또박또박 편지를 써 볼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훗날 분명 영원히 기억되는 날이 될테니까 말이다.
아마 나의 부모님들은 자식들에게 멘토가 되기 위한 삶을 사셨을 것이다. 모범을 보이기 위해 자신을 다그치고 채찍질 하면서 사셨을 그분들에게도 영원히 기억될 날이 있었을까? 각박하고 메마른 삶을 살고 있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와서 그런지 그런말을 들은 기억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나의 탄생이 그분들에게는 잊지 못할 날이었을 것이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오붓하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할 적이면 꼭 나의 어린시절이 등장하곤 했었다. "책 위에 그려져 있는 신발위에 올라서는 나의 모습, 기차가 지나갈 적이면 철길에서 엄마의 손을 잡고 기다리며 왜 안전 차단기 밑으로 지나가면 안되는지 묻는 나, 길을 잃어 헤매는 날 애타게 찾으셨던 기억"들은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어린시절의 나의 모습이다. 나는 기억조차 없는 나의 모습이지만 그분들에게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날"이였던 것이다. 타인을 위한 삶이란 이런 것이겠지. 나도 나의 자식을 위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고 그렇게 인생은 되물림 하듯 돌고 돌 것이다. 자신을 위해 이룬것 없는 인생일지라도 우리는 그렇게 타인을 위한 "생애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