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라는것이 제 가슴을 벅차오르게 합니다. 이렇게 자긍심을 느끼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유엔 사무총장님이 내 앞에 계셨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성공스토리를 보게 되면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오게 마련이지만 정말 이 책은 노력하면 어떻게 꿈을 이룰 수 있는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전해준다. 솔직히 정치, 경제에 대해 관심도 없고 잘 모르지만 '이렇게 모르고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세계는 나를 제외하고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듯 하다. 아득히 먼 일도 아닌 최근 국제 정세 등 반기문님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이제야 알게 되다니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건 저리가라다. 부끄러워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다.
너무나 빨리 변해가는 세상이라 오히려 옛것이 정감있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나도 나이를 먹은 듯 느껴지지만 책 속의 담겨진 반기문님의 어린시절의 흑백사진을 보면 누구든 멋스럽게 생각되어 지지 않을까? 하지만 모두들 약속이나 한듯 한일자로 굳게 다문 입술을 보고 있자면 표정이 다들 똑같아서 웃음을 물게 한다. 늘 벼락치기를 하고 공부란 재미없다고 생각하며 억지로 해 왔는데 공부를 즐기면서 즐겁게 자신을 채워가는 반기문님을 보면 '이래서 난 안되었구나' 하는 자조와 함께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즐겨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외교관이 되겠다고 작정하고 시작한 공부는 아니었지만 필연적으로 그렇게 되어가고 본인도 부단히 코피 터져가며 공부를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즐기면서 인생을 풀어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늘 남의 인생에 박수만 보내고 살아가는구나' 하지만 이분 인생에는 기립박수를 쳐도 모자라지 않을 듯 하다. 드라마 한편을 보는 느낌이지만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이 결코 운에 의해서나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본인의 힘으로 남을 배려하고 올곧은 자세로 이루어냈기에 지금의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지 않았을까?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전형을 보여준 거 같아 지금의 내 인생의 보잘것 없음에 책임을 질 사람은 '나'라는 생각에 가슴 먹먹한 절망감마저 들게 한다.
외교관이 멋져 보인다고 생각한건 아마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를 통해서였나 보다. 역시 드라마에 너무 심취한다. 멋진 파티, 능숙하게 말하는 외국어, 국위선양은 둘째 치고라도 그 모습이 참 멋져 보였었다. "총성 없는 전쟁","외교관은 총 없이 싸우는 군인" 이라는 말을 생각하기 보단 그저 주인공이 이쁘다 그렇게 봤었다. 이 드라마를 보며 누군가는 꿈을 다지기도 하고 목표를 정하기도 했을텐데 난 너무 한심한 시간을 보냈나 보다.
하찮은 일이라도 가볍게 보지 않고 묵묵히 성실히 임했고 새로운 것을 알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자신을 채워가고 타인을 배려하며 공부든 어떤 것이든 즐기면서 행한 그의 삶은 지금의 유엔 사무총장의 자리만 놓고 "와~정말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감탄사를 터뜨리기엔 미안함마저 든다. 얼마나 힘들게 이 자리에 왔을 것인가. 이 책의 첫 장을 펼친후 몇시간만에 숨돌릴틈도 없이 다 읽어 버렸다. 재미있다기 보다 "이런 분이 나와 같은 국적을 가지고 아직도 열심히 살아가고 계시는구나" 하는 존경심과 함께 책에서 눈을 呼側?없었다.
5년뒤 국민앞에 어떤 모습으로 서게 되실 것인가? 송별 오찬자리에서 그의 성공적인 임무수행을 빌어주고 싶어 작성한 2011년 가을 시점으로 신웅진 기자가 작성한 가상 원고처럼 된다면 정말 통쾌하고 유쾌한 5년이 될텐데 이것조차도 가볍게 보지 않고 "앞으로 내가 일하는데 참고할 테니 그 원고 날 좀 주시오"라며 달라고 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 큰 산처럼 묵직하게 다가온다. 결코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다. 또한 프랑스어를 등한시 하여 자조하는 말은 어떠한가"왜 이렇게 세월을 헛되이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모습에 1분1초도 헛되이 쓰지 않고 달려오신분이 이 말을 하니 억~하는 마음에 나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지금 그냥 흘러버리는 시간들이 내 발밑을 보란듯이 졸졸 흘러가고 있어 어쩌나 어쩌나 하는 종종걸음만 치는 내가 보인다. 지금 이순간에도 흘러가는 시간들을 손안에 잡길 희망하며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느끼며 가슴 쫙~펴고 당당하게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