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려면 소통하라" 고인물은 썩기 마련인데 나의 삶은 이렇게 사방팔방이 막힌 답답한 상황에서 머릿속을 배회하는 모든 정신과 사념들이 서서히 썩어가고 있다. "마음을 다해 가슴으로 대화한적이 있던가?" 세상을 향해 날 알아달라 호소하다 안되면 자포자기의 "내면적 욕구의 포기"상태에 들어가 버리곤 했던 삶이었으니 소통에 대한 뜻이나 알고 살아왔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난 성격이 이래서 할 수 없다"는 늘 자기변명을 하고 살아온 세월이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 "소통"이란 책은 나의 숨구멍을 탁~틔워줄 소중한 녀석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자기계발서의 서적들은 극히 어렵고 "이러이러 해야한다"고 많은 지침서를 던져준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머릿속에 남는건 늘 책 제목이나 한 두줄의 문장들뿐. 나와 늘 동떨어진 상황으로 생각하고 그저 글자들만 읽어온 시간이었나 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봤음에도 왜 그랬는지. 너무나 광범위한 내용에 질려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브레멘 음악대"라는 재밌는 동화에서 소재를 끌어와 아주 쉽게 화두를 던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쉽게 봐야할 책은 아니다. 많은 생각과 자기 성찰을 해 볼 수 있게 퍼니, 로티, 보이스, 익스퍼 4마리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작가가 내게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주변인물들의 성향은 어떠한지 생각하며 읽으라고 해서 읽는 동안 나름 고민을 해 봤었다. 관계지향형 퍼니인가? 조직충성형 로티? 아니면 가치지향형 보이스? 이도 아니면 성장추구형 익스퍼? 정확히 어떤 성향이라고 딱 꼬집어서 말하진 못하겠다. 일을 맡겼을때 정확히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로티의 일면이 있는 것 같고 가족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내려고 노력하는 면에서는 또 퍼니같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것을 보면 보이스 같기도 하니 어디다 초점을 맞춰서 봐야할지 모르겠다. 아마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4마리의 성향을 다 가지고 있을 듯 하다.
브레멘을 향해 떠나는 이들의 시련은 너무 크다. 브레멘에 도착해서도 기득권을 주장하는 그들과 조화롭게 살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소망하는 바가 너무 컸던 것일까? 그래서 느끼는 절망감도 클 수 밖에 없지만 한걸음 나아가 진솔한 대화를 통해 이들은 '있던 자리에서 이겨내지 못하면 어디를 가든 똑같다'는 생각에 다시금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자고 결론을 내린다. 아~하지만 주인들이 가만 놔둘까? 걱정이 앞선다. 퍼니는 채찍질에 맞아 죽지 않을까? 로티는 삼복더위에 팔리는 신세가 되지 않을지 노파심에 한장 한장 넘기기가 두렵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녀석들이 떠나고 소중한 존재임을 그제서야 아는 주인들. 너무 해피엔딩이다. 그래서 피식~웃음이 흘러나온다. 괜한 걱정을 했다.
그러나 조금 불만스럽다. 현실은 전혀 이렇게 술술 풀리는 결말을 내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단점을 극복하고 관계개선을 통해 자아실현을 해 나가는 그들이고 보면 책이지만 이런 이상적인 세계라면 못할 것이 없게 느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각자의 노력이 우선시 되어 이루어진 결과이므로 모든 일이 잘 끝나고 또 제 2의 퍼니, 로티, 보이스, 익스퍼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그들을 보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너무 안일하게 사는거 아니야? 이리와 무슨 문제가 있어?"하며 퍼니가 나의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해 줄 것 같다.
지금까지 난 늘 자리 지키기에 급급하고 나의 진가를 알아봐 주지 않는다고 징징거리는 어린애 같은 삶을 살아왔다. 부단히 노력하여 원만한 대인관계의 초석을 다지고 자기계발을 조금씩 해 나가다 보면 카리스마를 갖춘 리더가 될 자격을 얻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강압적인 리더가 아니고 퍼니, 로티, 보이스, 익스퍼를 적절히 섞은 아주 이상적인 리더가 되는 것을 목표로 매진해 나간다면 훗날 지금보다 더 발전적인 사람이 되어 있겠지? 어린애가 아닌 성장한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결코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이미 한발 내딛였으니까. 첫발을 내딛기가 힘들지 그 다음은 그냥 나아가면 된다.
그럼 당신들의 문제는 뭔지 퍼니에게 먼저 속을 털어놔 보는 것은 어떨지?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이 소통이고 보면 막힌 문제들 중 뚫리지 않는 문제들은 없어 보이지 않나? "마음을 여는 것" 이것이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인 것 같다. 누구나 주변을 밝게 비춰주는 북극성이 되려고 한다면 소통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들과 함께 새로운 세계로 떠날 준비는 되었나? 그럼 나와 함께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