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마가 사랑한 화가 들라크루아 - 별난 화가에게 바치는 별난 그림에세이
카트린 뫼리스 글.그림, 김용채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나의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나의 삶은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 아마 누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이름 석자 남기고 죽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이름 석자를 남기지 못하더라도 마지막 눈을 감을 때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늘 미완성의 삶이기에 후회만 남는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구요? 아마 뒤마의 입을 통해 들라크루아의 삶을 듣다 보니 그가 참 부러워지는 모양입니다. 작고한지 1년이 지나도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여. 아니 2007년 지금까지 그의 이름이 세상에서 떠나지 않고 이름을 남기고 있으니까여. 그의 작품과 함께 말이죠.

 이 책은 들라크루아가 작고하고 1년이 지나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에서 알렉상드르 뒤마가 고인을 기리는 연설을 하며 시작한답니다. 그와의 추억을 풀어놓는 거죠. 뒤마에게도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을 듯 합니다. 색채의 창조자 천재적인 화가인 그는 살아있는 내내 참으로 외로운 싸움을 했을 겁니다. 비평가들의 가시돋힌 말들, 자신의 작품을 폄하하는 말들 이렇게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그들과 끊임없이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비평가라는 족속들은 상대방을 상심하게 만드는 것으로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립니다." 라는 글을 보니 웃음이 나면서도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듭니다. 40년간을 하루 12-15시간 그림그리는 것에 몰두한 그에게 찬사보다는 지탄의 말들이 더 많았습니다.  

제가 그림에 대해 조예가 깊어서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이해하고 삶을 이해한다고 말씀드리진 못하지만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 배울게 있다면 자기보다 못한 사람의 것이라도 모사하고 끊임없이 배우려고 노력한 그의 삶의 방식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천재라고 하지만 노력하지 않은 천재는 아니니까요. 작품하나라도 더 남기려 하고 끊임없이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은 진정한 예술인의 모습이 아닐까요. 허나 이 책을 통해 이런 예술가의 모습이 아닌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는 듯 하여 괴리감 없이 책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예술가의 삶이라면 무조건 어렵게 생각하고 눈길이나 손길조차 주지 않았던 분야이기에 내심 걱정하며 책을 펼쳤으나 뒤마의 재치있고 다정한 문체에 의해 표현된 들라크루아는 그렇게 먼곳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일러스트와 대화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읽는내내 여유롭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작가가 모사한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즐거움도 함께 가지니 그의 삶을 들여다 보는 내내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예술가들의 삶은 이렇듯 가난하고 빛을 보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이 박혀있긴 하지만 척박한 삶을 살아간 것은 아니여서 조금 위안이 됩니다. 나를 기억해 주는 이가 한사람이라도 이 세상에 있다면 행복한 일일테니까요. 하물며 그의 이름과 함께 남겨진 작품들이 대대손손 그를 기억하게 해 주니 힘겨웠던 그의 삶이 오히려 더 빛나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열정. 저에게 부족한건 열정입니다. 젊더라도 이 열정이 없다면 늙은이의 삶이요 죽어있는 삶이라죠. 내가 들라크루아의 천재적인 재능을 배울순 없겠지만 이 열정은 배워가려 합니다. 깨어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 보고자 합니다. 그러면 저도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때 참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길 바라면서 이 책을 이제 내려놓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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