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과 마법의 별 1
데이브 배리.리들리 피어슨 지음, 공보경 옮김, 그렉 콜 삽화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어렸을때 내가 읽은 동화책들에 뭐가 있었더라? 음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 몇가지 생각나지 않지만 백마탄 멋진 왕자님이 짠~하고 나타나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사는 결말을 보면서 "아~나도 백마탄 왕자님을 만나고 싶다"는 꿈을 늘 꾸고 살아왔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도 않은 백마탄 왕자님을 아주 오랜시간 기다려온 것이다. 지금은 그것이 꿈에 볼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다만 드라마를 보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지만 모든 여자의 로망은 백마탄 왕자님이 아닐지. 여자아이들이 이렇듯 신데렐라나 백설공주를 읽으며 꿈을 먹고 자랐다면 아마 남자아이들에겐 피터팬이 그 대상이겠다. 하지만 피터팬의 용맹함은 뭇 여자아이들의 또 다른 백마탄 왕자의 다름이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도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 악당들을 멋지게 물리치는 피터팬에게 반해 버렸으니 말이다.  

일단 마법의 별가루란 존재는 황당하다. 유성처럼 떨어진 마법의 별가루를 손에 넣기 위한 악당들과 그것을 저지하기 위한 별 지킴이들의 승부는 조마조마 할 정도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지만 마법의 별가루가 말에게 떨어져 켄타우루스의 존재가 생겼고 물고기에 별가루가 닿아 인어가 되는 설정은 참으로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제우스 같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존재조차 별가루를 지니게 된 인간들일 뿐이라니 이 세상의 모든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마법의 별가루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로 궁금증을 해결시켜 버린다. '정말 아이들이 믿어버리면 안될텐데'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검은콧수염은 악당이긴 하지만 참 똑똑한 해적이다. 부하녀석들을 다루는 솜씨는 정말 단순하지만 그 선장을 따르는 인물들 또한 극악무도한 인물로 그려지진 않으니 결말에 가서 당하는 모습을 볼때는 불쌍한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인질이 된 네버랜드섬(훗날 피터가 붙여준 섬이름)의 원주민 말러스크인 싸움꾼 새우를 구하고 마법의 별가루가 들어있는 나무 트렁크를 빼앗기 위해 달려간 피터와 싸우는 검은콧수염. 검은콧수염의 왼쪽팔을 자른 피터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것이 영상으로서 내 눈앞에 다가왔을땐 얼마나 끔찍한 모습일지 그저 악당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엔 너무 잔혹한 장면인 듯 하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을때 어떻게 처리 되어 나올지 사뭇 궁금해진다. 한쪽팔이 잘린 후크선장의 모습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려줄 수 있는 부분이라 삭제도 못할테니 말이다. 솔직히 나는 '한때 마법의 별가루 덕에 하늘을 날아올랐던 악어가 검은콧수염의 손을 잘라먹게 되나' 하고 대강 유추를 했던 바 그게 아니라 조금은 실망스럽다.     

권선징악의 탄탄한 스토리를 내보이고 있는 피터팬과 마법의 별.

당연히 악당들은 벌을 받고 선이 이겨 마법의 별가루는 지켜지지만 피터에겐 또 다른 불행이 기다리고 있다. 한편으로 보면 죽음을 비켜가니 불로장생을 먹어서라도 영원히 살고 싶은 우리 인간들이고 보면 행운이랄 수 있겠지만 늙지 않고 영원히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산다는 것은 정말 슬픈일일거 같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세월이 흘러 늙어 세상에서 사라지지만 나 혼자만 똑같은 모습일 뿐이라면 참으로 외로울 듯 하니 말이다. 그래도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는 멀찌감히 떨어뜨려 놓았으니 조금은 부러워진다.

 나에게 마법의 별가루가 쥐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이 문제로 잠시 고민해 본다. 일단 골골하며 약한 내 몸을 낫게 하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프지 않게 치료약으로 쓰고 싶어진다. 마법의 별가루가 손에 쥐어지니 괜히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지나 보다. 총 2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1권에서 해적선이 말벌호와 네버랜드호를 붙잡는데 지면을 다 할애해 버려 솔직히 지루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인내심을 가지고 책장을 넘겨야 한다. 하지만 2권을 손에 들었을땐 흥미진진하고 엄청난 모험들이 가득하여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마법에 걸리게 된다. 아마 누군가 마법의 별가루를 뿌려놓았는가 보다. 

여자의 속옷인 코르셋으로 돛을 만든 검은콧수염, 피터를 사이에 놓고 벌어지는 몰리와 '스승'이라고 이름붙여진 인어와의 묘한 신경전 그리고 팅커벨까지 삼각관계라고 해야하나? 로맨스와 모험 등 유쾌한 장치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으니 피터팬과 함께 하는 모험이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팅커벨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고 싶은가? 그럼 숨도 쉬지 말고 2권까지 내처 읽기 바란다. 그러면 피터팬의 숨겨진 뒷 이야기를 모두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멋지게 하늘을 날아오르고 있을 피터팬이 있는 네버랜드섬이 어디에 있을까? 나도 그 곳에 발을 내딛어 보고 싶어진다. 디카를 들고 가서 피터팬과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으니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꿈을 심어주는 책이 나와서 마음이 흐뭇해진다. 나도 어린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저 손에 잡을수 없는 꿈일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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