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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여행 - 내 인생의 첫 번째 여행
김병희 지음 / 황금사과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스무살
뭔가를 시작하기에 패기에 넘치던 시절. 실패도 두렵지 않던 그 때 그 시절이 그립다. 난 그때 과연 무엇을 하며 지냈던가. 갑작스럽게 주어진 자유를 주체하지 못해 늘 선배,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며 부어라 마셔라. 두터운 책들을 들고 다니며 공부가 어렵다며 푸념하고 힘들어 하던 시절이 아니었던가.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을 그냥 흘려 보낸 것만 같아 나에게 미안해진다. 지금은 30대가 되어 20대에 고민하던 많은 복잡한 심경들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며 어리광 아닌 어리광을 부리며 조금은 여유로운 30대가 좋다고 부르짖지만 누가 날 20대로 다시 데려다 준다면 얼씨구나 하고 달려가리라. 그만큼 내 인생을 반추하며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을 꼽으라면 딱 20살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산천이 이리 아름다웠던가? 늘 접하는 산과 구름, 하늘이건만 바쁘다는 핑계로 관심두지 않았던 풍경이 타인의 손에 의해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는지. 그저 카메라가 좋아서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도 아름다워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 나에게 매인 일상만 아니라면 모든 것을 훌훌 벗어던지고 배낭하나 짊어지고 달려가고 싶어진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왠지 여럿이 하는 여행보다 고독하지만 멋스러워 보이고 사연있어 보인다. 하물며 20살 혼자하는 여행의 맛은 어떠할까? 그녀의 스무살 여행을 같이 동행하다 보면 "마음이 참 이쁜 사람이구나" 한다. 여행을 하면서 산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사람 냄새 맡으며 길을 가기 때문이다. 그만큼 순수한 나이에 하는 여행은 늘 아름다운 것만 보이고 힘들어도 밝게 웃을 수 있나 보다. 힘든 여행을 함께 해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약간의 오르막길도 힘들다고 팍팍 거릴 정도로 이제는 30대의 때가 묻었나 보다. 일전에 남이섬을 갔을때 다리가 아파 다리쉼을 얼마나 많이 했던지 "더 나이 들기 전에 많은 곳을 다녀야겠다" 결심하기도 했다. 죽기전 우리나라를 구석구석 다녀볼 수 있을까. 더 나이들기 전에 아름다운 산천이 없어지기 전에 부지런히 내 눈에 마음에 담아놔야지.
이 책은 여행일기라고 해야하나. 가는 길을 세세하게 일러주고 연락처까지 꼼꼼하게 적혀져 있으니 여행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라고 해야할지 암튼 뭐라고 일러 줘야할지 모르겠다. 힘들게 다녀서 얻은 정보들을 이렇게 편하게 봐도 되는지. 꼭 그녀가 일러준 곳에 가서 둘러보고 그 지방의 맛있는 음식도 먹어야 할 듯 하니.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오면 그녀가 일러준 몇군데를 여행계획에 포함시켜 즐거운 준비를 할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여행을 다니면 정동진의 모래와 추암의 모래를 구별할 수 있게 되나. 나에겐 다 같은 모래로 보이는 것도 그녀에겐 다르게 느껴지나 보다. 내가 다녀왔던 곳들을 사진과 함께 올려놓은 곳으로 눈길이 머물때면 난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있다. 추억을 더듬으며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해돋이를 보지 못해 내내 서운하더니 그녀가 찍어둔 정동진 해돋이를 보면서 마음을 달래본다. 가고 싶어 계획하던 곳이라 미리 살짝 보게 된것이 조금은 섭섭하지만. 같은 하늘이라도 매일매일이 다르니 내가 직접 가서 보게 되는 정동진은 또 다른 느낌이 들겠지. 볼거리가 많아 즐거움이 배가 되었지만 사진에 가려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감흥이 떨어지는 곳도 있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녀를 통해 여행의 맛을 알게 되었으니 여행을 계획할땐 그녀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살짝 떠올리면서 나만의 추억을 잡으러 떠나게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