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생활필수품이다?

여자 경제학
유병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0월

 저는 경제를 모르는 여자입니다. 그리고 탐관오리입니다. 이 책을 보니 세상엔 경제를 아는 여자와 모르는 여자로 나누고 전업주부이면서 저처럼 재테크에 밝지 못한 주부를 탐관오리라고 하는군요. 현모양처가 되어 보겠다고 생각한 저에게 탐관오리라는 단어를 쥐어주시니 속상합니다. 그렇다고 불평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남편 그늘에 안돈하려한 제 자신에게 경종을 울려주시니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지요.

 책을 읽기 전 이렇게 섬뜩하게 무서움을 느끼게 하는 책일줄 몰랐습니다. 보통 추리소설이나 공포영화를 보면 등에 식은땀이 줄줄 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경제학 책을 읽으면서 소름이 끼쳐보긴 처음입니다.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한숨만 쉬는 제게 이력서 써서 가방들고 일하러 가야하는건 아닌지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겨주시는군요.

 능력이 없으면 도태되기 마련인 현대 사회에서 인적 자산없이 세상을 살아가기엔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결혼하고 이력서 들고 나서 봐도 마땅히 저에게 어서오라고 환영하는 곳이 없어 그저 푸념만 해 왔습니다. 꾸준히 자기계발을 통해 인적자산을 늘여나가야 함을 이제서야 깨닫게 됩니다. 이제까지의 제 모습은 귀차니즘에 빠져 허우적 거린 삶을 살아왔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습니다. 화려한 싱글도 좋고 집안을 경영하는(작가는 집안을 경영한다고 하시는군요. 이 말이 참 마음에 듭니다) 전업주부로서의 삶도 괜찮지만 인적자산을 꾸준히 계발하여 내 자식에게 쓸만한 집 한채라도 물려주려면 생활의 필수품인 경제학 공부를 게을리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문가가 되고자 파고들면서 공부할 실력도 안되지만 그저 경제학의 흐름정도만 알자고 달려든다 해도 분명 어려운 분야이기에 이 책이 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은 틀림 없을 듯 합니다.  

 왜 여자에게 경제학이 필요한가.앞으로 닥칠 고령화의 충격, 남편과의 이혼이나 사별을 통해 혼자살게 될 여자에게 경제학이 생활필수품이 되어야할 이유를 말해줌으로써 경제학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배추값이나 야채값이 올랐다고 하면 귀가 솔깃해져 뉴스 경제면을 듣고 환율은 면세품 살때나 해외여행 나갔을때만 관심있게 본 저의 생활을 꼭 보신 것처럼 신랄하게 적은 글을 보니 부끄러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합니다. 등한시 하는 분야이니 환율, 금리 이런 단어들은 늘 어렵게만 느껴지는데 경제학을 주부의 입장에 서서 쉽게 풀어주시니 재테크의 길도 그리 멀리 있는것 같지가 않습니다. FTA 체결로 여자들에게 생기는 변화들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관세가 낮아지면 수입품의 가격이 떨어져 싼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고 외국산과 경쟁하여 국내제품의 질도 좋아질 수 있겠지만 비정규직의 여성화를 몰고 온다는 사회적 문제에 있어서 '비정규직의 여성화 늪' 빠질수 있음을 경고하며 열심히 학습하고,고민하고,실천하라는 글을 보니 이렇게 앉아서 시간을 보낼 수만은 없다는 생각과 함께 불끈 두 주먹을 쥐게 합니다.

 분명 제가 지금 이력서를 들고 일자리를 구하고자 한다면 공장에서 단순노무직 근무밖에 할 수 없음을 잘 알기게 결혼전에 시작했어야 할 경제공부와 자기계발을 지금이라도 시작해야겠지요. 명분과 동기가 주어졌으니 제 인생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도 늦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앞으로 일보 전진해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