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영화 오랜만이다! 스릴러 하면 결말을 너무 급작스럽게 만들려고 해서
오히려 그것이 진부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느낌을 못 받았다. 아무래도 인질이 가족이기 때문에
마지막에 극적장면을 위해 감동을 최대로 주려고 할 수도 있는데 이 영화는 적절한 선에서 처리했다. 더 맘에 드는 건,
엔딩 장면. 수애가 라디오 좀 꺼주세요! 라고 말하며 끝나는 건 정말 깔끔한 엔딩이었다. 물론 수애의 미래가 궁금한 것도
맞지만 그 미래를 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난 맘에 들었다.
영화에서 고선영(수애)은 영화와 영화음악을 다루는 라디오 프로그램 DJ이다. 고선영이 말하는 멘트를 들으며, 그의
방송을 청취하는 한동준(유지태)은 자신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오늘날 영웅이 환영받는 이유는, 사회가 처벌
해주지 않는 악당을 벌해주기 때문이죠" "저런 쓰레기같은 놈때문에 딸 키우기 무서워서 어떻게" 와 같은 이야기에
그는 그런 '쓰레기'들을 살해한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는 고선영에게 그런 쓰레기를 직접 죽이라고 한다.
범법자, 인간의 도를 지키지 않는 자, 그런 자를 개인의 힘으로 처벌하는 사람은 과연 영웅일까?
영화에서 볼때는 그런 사람이 멋있어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렇게보니,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것도
사람을 죽임으로써 처벌하는 행위는 특히. 그 동안에는 영화를 영화로만 받아들여서 '저런 사람이 있을리 없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니, 이런 사람이 정말 있다면. 그 세상이 더 무서울 거 같아졌다. 왜 그럴까?
나는 국가가 벌하지 않는 범죄자, 처벌이 약한 것 같은 범죄자를 보면 더 무거운 벌을 내려야 한다고 많이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국가 차원'에서의 처벌이었지, 개인 차원에서의 '보복' '처단'이 아니었다. 물론, 한번도 개인 차원의
보복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신체/ 생명을 훼손해야 하는 정도까지여야 한다고 상상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나는 왜 지금까지 홍길동을 영웅이라고 생각했을까? 그건 그가 정의를 위해 행동했다고 생각해서이다.
똑같이 나쁜 사람을 처벌하는데 왜 홍길동은 영웅이고, 한동준은 영웅이 아닌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