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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 - 서울을 다시 짓는 건축가, 황두진의 나의 도시 이야기
황두진 지음 / 해냄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내 고향이 서울도 아니고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서울도 아니지만, 나는 서울에 관심이 조금 있다.
특히 강북지역에. 그곳에는 궁궐도 있고 청와대도 있고 각종 정부기관들이 있고 굴지의 기업 본사들이 있다.
예전에는 그저 풍경을 보고 좋아하고 말았다면, 점점 왜 이곳은 이런지, 이 건물에는 어떤 의미가 있고,
이 건물은 누가 사용했었는지 등등에 더 알고 싶어졌다. 건물과 장소는 그런 사연을 만나 더욱 풍성해진다고
생각해서이다. 나는 종로나 우리 학교를 거닐 때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이 거리를 몇 백년 전, 불과 백년 전만 해
도 한복을 입고, 상투를 올린 조선인들이 돌아다녔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그 장소가 정말 풍성해지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사는 2010년이 아닌, 1890년 1670년 등등 옛 시대의 사람들이 다른 시공간에서 아직도 존재하고 있을 것
같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른 시공간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란 생각도 한다.
이 책은 쉽게 써져 있다. 건축가 자신의 주요 무대와 서울성곽, 그리고 미래 서울에 대해 쓰여진 파트로 크게
나뉜 걸로 기억한다. 그저 한 사람의 개인적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걸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작가가 갔던
거리를 나도 가보고 싶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성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작가가 서울성곽을 답사할 때 현재 건축된 건물 사이로 남아있는 성곽을 찍은 사진이 많은데, 그 때 성곽을 지
시하는 설명이 구체적이지 않아 성곽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느라 애를 먹었다. 이 점만 수정해준다면 조금더 보기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작가는 북악산에 올라 종로를 내려다 보고 싶어했는데, 북악산 성곽을 개방한지 3년 정도 된 지금
그는 그 감동을 느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