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의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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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분석을 받고 있는 친구에게. 

      안녕. Y. 네가 다이어트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건 이제 꽤 오래된 일이야. 항상 밝고, 귀엽고 붙임성있는 성격의 네가 다이어트로 인한 강박증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 폭식증까지 생기게 된 것도.  

     네가 나에게 다이어트에 관해 이것저것 말할 때마다 난 항상 말했지. "넌 그렇게 뚱뚱하지 않아. 그렇게 심하게 열등감 가질 필요 없어." 내가 너에게 일부러 좋은 말을 한 것이 아니라 그건 사실이야. 솔직히 난 네가 네 몸을 '돼지'같다고 할 정도로 뚱뚱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넌 그저 '통통'할 뿐이지. 하지만 너는 이미 내가 어떤 말을 한다해서 들을 준비가 안 되어 있던 것 같아. 내 말은 그저 한 때의 듣기 좋은 말, 격려였나봐. 우리가 밤새 술집에서 얘기하던 순간, 네 눈물은 지금도 남아있어.

      네가 이런저런 다이어트를 하면서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해서 요요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지. 그러다 넌 휴학을 했어. 그리고 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떠났지. 가끔 연락한 너는 다시 밝아진듯 했고. 난 이제 더이상 걱정하지 않았어.

      다시 서울로 온다는 소식에 난 널 만나고 싶었어. 어떻게 달라져있을지도 궁금했고.(너의 몸이 아니라, 너의 마음이) 그리고 서울로 올라온 너에게 연락을 받았어.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고. 더 정확히 말해, 정신분석상담을 받는다고 말이야. 그 때 난 네가 아직 극복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네가 왜 상담을 받게 되었는지, 그런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와 우리나라 여자들의 너무 심각한 다이어트까지. 그리고 네가 왜 우울증까지 겪어야되는지 화가 났어. 네가 스스로 위축되는 것도 싫었어.  

      너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상담받으려고 서울로 왔다고 했지. 그래서 예약일이 보름이나 남았는데도 먼저 가서 상담을 시작해버렸지. 네가 그만큼 다급해서였겠지. 그래서 그럴까. 이 책을 읽으면서 네가 많이 떠올랐어.  정신분석을 받는다며 얘기를 하는데, 난 네가 너무 '과거'의 상처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거 같았어. 물론 네가 지금 이 상황에 처하게 된데에는 과거가 작용한 것이 분명하지만, 난 네가 과거를 붙잡고 그 기억에 사로잡혀 나쁜 생각만 하며 사는 걸 바라지 않았어. 그런 과거는 생각할수록 우울해질 뿐이고, 네가 우울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과거를 딛고 현재로 뛰어들어야 하니까 말이야.  

      그래서 난 네가 수동적으로 정신분석을 받는데 그치지 말고, 서점에 가서 관련 책을 읽어보아서 네가 분석가와 적극적으로 작용하면서 네 마음 속에 쌓인 것을 풀어내길 바란다고 얘기를 했지. 하지만 아마 내 예상이 맞다면, 넌 아직 서점에 가보지 못했을 거야. 그래서 어느 책보다도 이 책은 서평을 빨리 써서 너에게 책을 건네주고 싶어. 그게 내가 지금 해줄수 있는 최대의 도움이 아닐까 생각해. 네가 이 책을 읽고 다음과 같은 문장을 곱씹어 마음에 새긴다면 정말 기쁠거야.   

     물론 이 책에는 '과거'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야. 하지만 지금은 네가, 과거를 보는 시각을 바꿔 우울. 슬픔에서 점차 벗어났으면 해. 아마 책에 나와있는 '무의식'대처하는 방법도 네게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내가 어서 책을 전해줘야겠지? 이제 -  

   
 

과거에 일어난 일을 돌이켜 바꿀 수는 없습니다. 과거를 되씹으며 후회하는 순간 현재를 소비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과거에 사로잡혀 현재를 낭비하면 후회해야 할 과거의 덩어리가 점점 늘어납니다.

 
   
   
  과거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과거를 보는 눈을 변하게 할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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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의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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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5 확실하지 못한 것을 견디지 못해요 :불안

불안하면 불편해집니다. 그래서 불안을 피하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피하기가 마땅치 않습니다. 왜 그러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불안할 때는 피하지 말고 차라리 불안한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90쪽

chap.5

평소 여러 가지 일에 걱정을 떨칠 수 없으면 차라리 매일 30분 정도 걱정하는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 동안 적극적으로 걱정을 하십시오. 걱정거리를 머리가 아닌 다이어리에 적으세요. 매일 걱정거리와 그 해결책을 나란히 글로 적어서 비교해보면 자주하는 걱정의 정체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그 중에는 당장 내 힘으로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즉시 머리에서 지우세요. 걱정할 수는 있지만 당장 해결책이 없는 것들은 뒤로 제쳐둡시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은 당장 해치우고 잊어버리면 됩니다. 어떤 걱정거리는 매일 적다보면 지루해져서 제풀에 없어집니다.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겠습니다. -94쪽

chap.6 살게 만드는 강력한 힘: 공포

부정적인 감정은 다른 사람과, 또는 객관적 시각의 자기 자신과 나눌수록 약화됩니다. -103쪽

chap.7 잃어버린 편지가 되돌아오다: 우울

우울하면 나와 내 과거의 관계가 친밀해집니다. 내 안이 온통 과거에 대한 후회의 잔치입니다. 우울은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하게 방해합니다. 우울은 내가 미래와 맺을 관계를 간섭하고 나섭니다. ...... 악순환입니다.
............................................................
완벽하기 위한 생각으로 시간을 다 보내면 실패하는 경험을 통해 정작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니, 완벽해질 가능성은 점점 사라집니다. -116,117쪽

chap.7

한번 이렇게 해보세요. 한 장의 종이를 꺼내 가운데 금을 그어 놓고 왼쪽에는 가진 것, 오른쪽에는 못 가진 것을 적어 보십시오. 생각했던 것보다 가진 것이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117쪽

chap.7

현명한 사람들은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해 말합니다.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이고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라고 합니다.
...............................................................
고독은 사람을 강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대가는 치러야 합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정말 힘듭니다. -118쪽

chap.7

외로움은 타인과 나와의 관계라고 생각하지만 정신분석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외로움은 '내 속의 나'와 '현실 속의 나'사이의 소통이 끊어진 상태입니다. 사람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파티에 가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춘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 끊어진 끈을 다시 이으려면 고독을 통해 접근해야 합니다. 고독은 격리된 삶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여유, 능력, 재미를 말합니다. -120쪽

chap.7

여자와 남자 관계에서도 진정으로 고독한 사람들이 만나야 오래 지속되는 진실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120쪽

chap.8 자기애의 상처가 흘리는 피: 분노

내가 세상을 움직일 수는 없지만, 내가 나를 움직일 수는 있습니다.-137쪽

chap. 11 나 자신과 하는 경쟁: 시기심, 질투

시기심은 지금 내가 가진 것을 활용하지 않고 내게 없는 것을, 아마도 영원히 그러나 내가 가질 수 없을 지도 모르는 것을 쳐다보면서 인생을 낭비하게 만듭니다. "남은 저런데 나는 왜 아니어야 돼?" 라고 불평하면서. 그러나 내가 조금이라도 그와 비슷하게 되기를 진정 원한다면 부러움과 감탄으로 일단 끝내고 지금부터 자신만의 방법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155쪽

chap.14 사소한 것에 목숨 걸다: 오해와 집착

내가 그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단정 짓지 마세요. 그가 나를 아주 잘 이해한다고도 믿지 마세요. 꼭 그렇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가까울수록 상대를 객관적으로 보기보다는 감정을 개입시켜 환상 속에서 봅니다. -193쪽

chap.15 가장 달콤한 무의식: 사랑

사랑은 상대가 하고 싶어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나와
그가, 그와 내가 무조건 같이 있기 위해서 상대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 상대의 장점을 발굴해서 독립적으로 키워주는 관계를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관계는 상대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206쪽

chap.17 나의 '현재 시간'은 몇 시인가요

과거를 되씹으며 후회하는 순간 현재를 소비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과거에 사로잡혀 현재를 낭비하면 후회해야 할 과거의 덩어리가 점점 늘어납니다. -224쪽

chap.18 자신의 언어로 말하기

다투다가 어느 시점에서 더 얻을 게 없으면 말을 멈추십시오. 한 말을 또 하면 영양가가 떨어집니다. 변호사가 법정에서 하는 것 같이 전략적으로 하십시오.
-229쪽

chap.18

한가한 시간에 비판받은 내용을 생각해봅니다. 그와 내가 어떤 말과 행동으로 싸웠는지가 아니고 다툼의 객관적 내용입니다. 누가, 어떻게, 어떤 단어를 썼는지는 잊어버리세요. 그러지 않으면 "나하고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어떻게 그렇게 고압적으로 함부로 그런 험한 말을 할 수 있지?"하는 원망에 사로잡혀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게 됩니다. 내용이 옳으면 그의 비판이 70퍼센트는 옳은 것입니다. -231쪽

chap.20 용서 받으려고 애쓰지 마라

다른 사람의 용서를 구하는 행위는 사실 나 자신이 스스로를 용서하려는 행위일 뿐입니다. 내 마음속에 있는 나를 내가 용서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러니 남에게 용서를 빌면서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지 마세요. '비참하게 되어야 벌을 받은 것이고 벌을 받았으니 용서받은 것이다.'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251,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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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스테인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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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 그 정화 의식이라는 게 어떤 거란 말씀인가? 어떻게 해서 깨끗하게 하란 말씀인가?

크레온 : 한 사람을 추방하거나 아니면 피를 피로 갚으라는 것입니다만 ……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책은 1998년 여름, 공교롭게도 빌 클린턴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이 까발려진 계절에 시작한다. 화자(네이선 주커먼)의 말에 따르면 ‘그해 여름은 대통령의 성기가 모든 사람의 마음 속을 점령하고 있었고, 부끄럼을 모르는 온갖 추잡함으로 얼룩진 인생이 다시 한번 미국 전체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놓았던 계절이었다.’ 그리고 이 여름은 화자의 이웃인 71살의 콜먼 실크가 34살의 포니아 팔리와 애인이던 계절이다.

                                   

  콜먼과 포니아 콜먼은 16년 동안 아테나 대학의 학장으로 지낸 학자였으며, 2년 전 ‘검둥이들’사건으로 인해 교수직을 사직하고 혼자 지내고 있었다. ‘검둥이들 사건’은 그가 강의시간에 출석을 부르다 5주 동안 나오지 않은 학생들에 대해 “이 두 학생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 없나요? 이 학생들이 실제로 존재하기는 하는 건가요, 아니면 유령들(spooks)인가요?”라고 말해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가 사용한 유령들(spooks)란 단어는 비속어로 흑인, 검둥이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당시 그 자리에 없었던 그 학생들이 실제로 흑인임이 밝혀지면서 콜먼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의혹에 시달려야 했던 것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의혹에 콜먼은 설명해야 할 필요성도 느낄 수 없었지만, 대학 측의 요구와 시민단체의 분노에 변호사를 선임하고, 면담을 하게 된다. 거듭되는 압박과 대학사회에서 이제는 소외된, 능력 있던 콜먼은 점점 분노로 일그러진 사내가 되고, 급기야 그의 아내 아이리스마저 세상을 뜬다. 

 콜먼은 화자의 집으로 찾아와 “아내가 바로 그 사건 때문에 죽었다고, 자네가 이 사건에 대해 글을 써야 한다”고 명령이라도 하듯 소리쳤었다. 그러나 콜먼은 자신이 2년 동안 써온 ‘검둥이들’책 집필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고 네이선에게 말했다. 자신이 보기에도 역겹고, 변명하는 글에 지나지 않아 그만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콜먼이 시작하게 된 사랑에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포니아 팔리. 그것이 그의 일흔한 살에 찾아온 마지막 볼룹타스였다. 포니아 팔리. 34살의 우체국, 아테나대학의 청소부, 낙농업 일을 하는 여자.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데다가 계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과거를 지닌 여자.

   콜먼 실크. 라틴어와 고대 그리스어를 가르치는 학자. 16년 동안 학장으로 지내온 능력있고 정력적인 남자. 그러면서도 학자처럼 딱딱한 것이 아니라 남자로서의 매력도 넘치는 사람. 하지만 이제는 대학사회에서 추방당한, 스스로 소외시킨 남자.

   
  이 둘의 결합이 어떻게 가능할까?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서로 놀라울 만큼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인생의 끝에 다다라 함께하게 된 두 사람. 말할 것도 없이 이 둘이 같이 하게 된 것은 콜먼의 불행이 그리고 포니아의 불행이 교차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콜먼이 대학에서 떠나지 않았다면, 그에 앞서 ‘검둥이들’사건이 없었다면....... 포니아가 어렸을 때 계부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하지 않았다면……. 교차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인연이란 말이다. 이 둘의 결합은 아마 둘 다 잃을 것이라곤 없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71살의 나이에 더 바랄수도 없게 된 남자와, 세상물정을 다 아는 것처럼 사는 여자.

   “일흔한 살 된 노인과 같이한다는 게 자네에겐 어떤 거지?” “일흔한 살 된 누군가가 어디가 어때서요. 이제 굳어질 대로 굳어져 변할 일이라곤 없어 좋은데.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 수 있잖아요. 사람을 기겁하게 만들 일도 없고.” 
 포니아의 말은 그녀가 왜 콜먼을 좋아하는지 알게 해준다. 더 이상 변할 일이라고는 없는 남자. 그녀를 더 이상 위협하지도 않고, 그녀에게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것 이상을 바라지도 않는 남자인 것이다. 둘의 사랑은 육체적인 것에서 나아가 서로가 서로에게 보호막이 되어주는 것과도 같았다. 

   레스 팔리   레스 팔리. 그는 포니아의 전남편이다. 베트남전에 두 번이나 참전한 재향군인. 그는 포니아가 자신의 아이 2명을 살해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혼한 뒤에도 그녀의 뒤를 밟아 종종 위협한다. 레스 팔리는 참전하기 전까지 태평한 성격에 친구도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그는 변했다. 그는 베트남전이 끝난 뒤에도 베트남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2번째로 참전해서는 흔히 말하는 ‘전쟁광’이라고 불리는 사내가 되었다. 그는 미국이 원해서 간 베트남에 간 뒤, 정부에게서는 버림받은 사람이 되었다. 

 재향군인병원에 수감되어 치료를 받고 나온 그는 그와 같이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루이’를 만나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른바 ‘추모비와 마주하기’ 베트남전에서 함께했던 이제는 죽은 전우를 마주하고 그로인해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레스는 황인종에 대한 혐오증과 살인욕구를 억제하기 위해 ‘중국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먹기 훈련을 한다. 하지만 그는 죽은 케니에게 아무 말도 듣지 못하고 그 이유가 아직 자신이 끝내지 못한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일은 바로 ‘포니아와 콜먼 없애기’였고, 레스는 바로 그날 돌아와서 그 일을 수행하기에 이른다. 

  

델핀 루  델핀 루. 콜먼이 아테나대학 학장시절 임용한 프랑스 출신의 젊은 여자 교수이다. 엄청난 자의식과잉과 지적허영으로 이루어진 여자. 그 과잉과 허영에 둘러싸여 주위에 비서밖에 남아있지 않은 여자. 콜먼이 ‘검둥이들’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을 때, 이를 주도한 교수이다. 콜먼이 포니아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 콜먼에게 경고장을 보낸 사람이다. 콜먼에 대한 대결의식에 사로잡힌 듯한 여자. 그렇지만 그녀가 그리는 이상형이 바로 ‘콜먼’이었으니, 루 교수가 이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느낀 경악감은 얼마나 컸을까. 아마 그녀가 콜먼에게 그리 집착했던 것은 자신이 콜먼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 것일 테다.

    이 델핀 루 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갈수록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자신의 미성숙함으로 인해 생긴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감추어 버리는 인물. 콜먼이 델핀 루의 임용면접 당시 끌렸던 이유는 아마 콜먼 자신의 젊은 시절과 델핀 루가 조금이나마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만할 정도로 높은 자존감과 수려한 외모. 그리고 델핀 루가 콜먼을 싫어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 기인할 것이다. 서로 닮은 사람들은 끌리거나, 아니면 멀어지려는 속성을 띠기 마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콜먼과 포니아는 함께 트럭을 타고 가다, 레스 팔리가 유도한 교통사고로 죽는다. 그들은 그렇게 무성한 소문을 다시 한번 낳으면서 ‘자기들만이 성자인척 하는’ 사회에서 사라졌다. 네이선은 콜먼과 포니아의 장례식장에 참여하고 그들의 죽음에 대해 밝히려 한다. 그리고 콜먼의 장례식에서 콜먼의 여동생, 어니스틴을 만난다. 그리고 콜먼이 평생동안 감추어왔던 비밀에 대해 알게 된다. 바로 그가 ‘흑인’이라는 사실을. 그가 강의실에서 쫓겨나게 만든 ‘흑인, 검둥이(spooks)'라는 사실을. 콜먼 자신이 백인으로 살아온 인생으로 인해 그 자신의 온 삶을 바쳐온 자리에서 쫓기다시피 하게 된 아이러니를. 
     

  어쩌면 처음부터, 콜먼이 백인으로 살아가기 시작할때부터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콜먼의 어머니가 그에게 했던 말. " 이제 내가 네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네게 도망칠 길은 없고 네가 도망치려고 발버둥쳐도 결국 네가 출발했던 자리로 되돌아오게 될 거라는 거란다. 그건 네 아버지가 네게 늘 하던 이야기잖니." 어머니의 말대로 그는 자신이 벗어나려고 했던 '흑인'이라는 집단이름에 의해 그 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정화의식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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