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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역사
마크 스미스 지음, 김상훈 옮김 / 수북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눈, 귀, 코, 입, 손- 이 중에 우리가 하루라도 사용하지 않는 게 있을까?
이 책은 감각-오감-을 통해 역사를 알아보는 책이다. 흔히 우리가 미시사라고 하는 것의 한 분야라고 하면 될 듯하다. '감각사'라니, 말로만 들어도 매혹적이다. 하지만 역시나, 책은 녹록치 않다. '미디어가 곧 메시지다'로만 알던 마샬 맥루한이 나와 사회속의 감각의 의미 변화에 대해 논하는 것도 신기하고, 감각을 통해 인종주의를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우리가 흔히 '감각'하면 떠올리는 순서대로 이 책은 진행된다.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이 그 순서이다. 시각이 모든 감각 중에서 가장 우월하다는 주장은 옛날부터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촉각이 가장 저급하다는 견해 또한 옛부터 있던 것이라 한다. 저자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감각의 서열을 바꾸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이 오감에 대한 견해, 연구, 인식들을 더욱 '복잡'하게 하고 싶다고 하면서 기존 서열대로 책을 저술해놓았다. 아마 그는 독자와 학자들이 이 서열을 바꾸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감각사에 관심을 가지고, 서로의 생각을 보태어 감각사가 풍부해지기 바라는 듯 하다.
나는 시각, 청각부분보다는 후각, 촉각 부분이 더 재밌었다. 뭔가 시각과 청각보다는 훨씬 원초적이고 자극적인 감각이기 때문에 그런 감도 있지 않나 싶다. 나는 다른 감각보다 후각을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쓴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가령 봄냄새, 여름냄새, 가을냄새, 겨울냄새, 밤냄새, 풀 내음, 책 냄새 등을 더 풍부하게 느끼는 듯하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 내쪽으로 다가올때 그 사람의 냄새를 안 맡기 위해 숨을 참고는 하는데 왠지 맡으면 내가 그 사람을 기억해야 할 것 같은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
촉각에 관해서 재밌었던 것은 박물관에서의 접촉에 대한 연구였다. 박물관에서 유물을 만지라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바로 접촉 = 소유 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손으로 만지는 순간 소유했다는 느낌과 그 유물을 더 잘 알게 되는 느낌은 우리가 동성친구, 이성친구에게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의 의미와 맞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왜냐면 친구, 이성친구와 우리가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건 우리가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고, '너는 내 친구, 내 남자/여자친구'라는 인식을 공유하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물관 유물이 현재 상품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은 우리 개개인도 서로에게 상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한다.
이 책은 감각의 역사에 알고 싶은 사람은 물론이고, 관련 강좌가 있다면 입문용 도서로 읽을만 한 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음에 깊이가 있게 시각이면 시각, 청각이면 청각 이렇게 세분하여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