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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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빨간 구름타고 간 상상 

     서점을 지나면서, 지하철 LED광고판을 보면서 든 느낌은 '저 책 표지 참 특이하다'라는 거였다. 등장인물의 머리 위로 솟은 머리인지, 구름인지 모를 빨간 것이 음흉한 계획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는 표지는 내 상상을 자극해 내 마음대로 내용을 상상하게 했다. 뭔가 이 가족에게는 저 빨간 것처럼 수상한게 있을거라고 말이다.     

 

#2. 고령화? 늙었다고 하기엔 너무 엉뚱하고, 귀여운 그들   

    고령화? 인구의 평균나이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 확실히 이 가족. 평균적으로 너무 많이 늙었다. 평균나이가 49세니까! 이 가족의 주축인 '엄마'는 70살이 넘고, '나(오 감독)는 48살이다. 형(오함마)은 50살이 넘는다. 나까지 엄마의 집으로 옮겨온지 얼마되지 않아, 동생인 미연이 딸을 데리고 이 누추한 연립주택에 꾸역꾸역 들어왔으니!    

    그런데 이 가족은 당연히(!) 수상하다. 나, 형인 오함마, 미연의 복잡한 혈연관계와 엄마의 숨겨진 사랑까지. 읽다보면 키득키득 웃고, 오함마의 방귀소리와 냄새가 내 주변까지 퍼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리라. 게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첩보영화를 방불케하는 액션과 스릴까지 선사하니 작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버무리느라 애썼다 싶을만도 하다.    

 

 #3. 수상한 가족만큼 아쉬운 이야기  

     이 책 잡으면 술술 넘어가고 재밌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좀 허무하다. 요즘들어 많이 나오는 가족의 새로운 형태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 같지도 않고, 무조건적인 가족간의 사랑을 강조하는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그런 점이 교훈을 찾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을 것도 같지만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 구성과 캐릭터는 묻혀질 것 같아 아쉽다. (물론 본인이 작가가 말하려는 점을 못 잡았을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또, '고령화'란 수식으로 이들 가족을 설명하기엔 너무 모자라다. 그리고 이 '고령화 가족'이란 제목이 내용을 잘 살리지 못한 건 아닌지 생각이 든다. 쏟아져나오는 책 중에 딱!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이 책의 내용과는 조금 안 맞는다고 할까나? 아마 이 제목이 #1에서와 같이 제목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림'에서 내용을 추측하게 한 게 더 맞게 만들었다고 보인다.  
 
    다시 생각해보니, 아마 작가가 너무 많은 걸 이야기하려고 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다는 걸 알겠다. 즉, 가족의 새로운 형태에 대해서도 어머니의 지고한 희생에 대해서도, 절망밖에 보이지 않는 그들이 다시 삶을 향해 찾아나선 것도 이야기하려고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란 말이다.  

   또 다시, 책의 마지막을 보니 '맘마'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겠다 싶지만, 내겐 너무 갑작스런 마무리랄까. 아니 어쩌면 그만큼 엄마라는 존재는 내가 모르게 숨어있다가 불쑥 튀어나와 '나 여깄어' 라고 말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가 모르고 사는 존재가 아닐까. 그래서 내가 작가가 무얼 이야기하려는지 모르겠다고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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