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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평점 :
파우스트 1권, 2권을 모두 다 읽었다. 그리고 나서 별을 메기려니 3개밖에 못 메기는 내가 안타깝다.
파우스트를 읽으면서 새삼 느낀 건, 아무리 좋다는 책이어도 공감이 안 되고 느낄 수 없다면 그건 나한테 좋은 책이
아니라는 거다. 그게 평생 괴테의 역작인 파우스트라 하더라도 말이다. 물론, 그게 나의 지적 수준이 모자라서인 점이
크게 작용을 하겠지만 말이다.
파우스트를 읽고 토론을 하니 다들 1권은 재밌었다고 했는데, 2권은 '산으로 갔다' 라고 표현을 했다. 우리는 모두
파우스트를 읽을만한 배경을 갖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단 한명만이 재밌었다고, 판타지 같았다고 했는데 그 아이는
평소 판타지 소설, 신화 등을 잘 알고 있는 아이였다. 그 신화를 떠올리며 비유를 상상하니 재밌었다고 한다. 또한, 당
시 독일/ 유럽을 휘감던 사상등을 알고 읽으면 더 의미가 풍부해질 거라고 우리 모두 느꼈다. 1권이 재밌었던 이유는
악마가 전면에 등장해 파우스트와 이야기를 진행했기 때문일 거라 보인다. 2권에는 로마 신화의 신들, 헬레네가
나오는 등 인간 세계의 이야기가 아닌 신들의 이야기가 주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비유들을 상상하지 못한다면
읽는 게 고역일 수도 있다.
난 파우스트 줄거리를 들을 때마다, 그 파우스트는 악마와 계약을 한 댓가로 무조건 지옥에 갈 줄 알았는데,
구원받았다는 점이 신기했다. 1권에서 주님이 말한대로, 그는 방황하는 동안에도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기
때문에, 결국 쾌락을 버리고 남에게 좋은 일을 하고 그 순간에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이야기 했기
때문에,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고자 했기에 그는 구원을 받은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여기 나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나 주님 모두 재밌는 캐릭터 같다. 내기를 하는 것이나, 파우스트를
구원해주는 것이나 말이다. 문득 생각났는데, 거리나 지하철에서 "예수 믿으시오-"라고 하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좀 그 '구원'에 대한 개념이 달라질까 싶다.
1권의 연극장에서 극단장과 시인, 어릿광대가 이야기하는 게 있는데 그때 극단장은 시인에게 괜찮은 작품 좀
써보라면서 "사람들이 놀라게 이것저것 많이 늘어놓으라'고 한다. 어차피 많은 사람들이 다 만족하는 작품이 있기는
힘드니, 이것저것 많이 늘어놓으면 사람들이 거기에 압도될 거란 말이다. 시인은 예술작품이 흥행을 위해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볼때는 괴테가 '단장'의 마음으로 이 파우스트를 쓴 게 아닐까 싶다. 이것저것 다 펼쳐
보여주고 '놀랍지?'라며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 하게 하는 - 그래서 놀란 사람들이 넘쳐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