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 난 연애소설 혹은 성장소설일 줄 알았다. 제목이 너무나 멋졌고, 난 이 제목만 봐도 , 이 제목만 속으로 말해보아
도 충분히 위로가 됐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이거 내가 예상했던 소설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꾸물꾸물 기어올라왔다.
그리고 책 뒤에 카피인 "너의 인생을 어느 누구에게도 맡기지 마라."가 과연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지 의아해졌다.
솔직히,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잘 모르겠다. 예쁜 표지와 달리 운동권 이야기도 나오고 북한 관련 이야기도
나오고 해서 이 소설의 정체는 무엇인가 하며 읽었지만, 읽어내는데 급급했을 뿐, 그 의미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와
별도로 아이러니하게도 역시나 좋은 구절이 있었고, 좋은 장면이 있었다. 또 하나 이상했던 건, 내가 재밌는 소설 없나?
했더니 누군가 김연수의 소설을 읽으라고 추천해 준 것이다. 읽으면 문장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아직. 제가
느낄 만한 감성이 아닌가봐요)
내가 마음에 든 장면은 쓸쓸한 장면이다. 주인공이 독일에서 한국의 여자친구 정민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정민은 괜찮
은데 계속 춥다고 하며, 근데 너는 정말 춥지 않은 거야? 라고 남자에게 재차 물어본다. 처음에는 왜 그러냐 했는데, 생각
해보니 정민은 세상에서 아무와도 연결되지 않았다고 느낄 때 너무너무너무 추웠다고 했던 여자였다. 그런 의미로 물은
건데, 정말 기상학적인 의미로 추위를 받아들인 남자에게는 그게 이상할 수밖에. 그 정민이 안타까웠다.
이길용 그리고 강시우. 한명이면서도 두명인 이 사람을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정민의 삼촌을 통해서는
무엇을, 그리고 주인공의 아버지를 통해서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는 명확하게 모르겠다. 그러니 이제 이 책은 나중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수밖에. 그리고 그때는 내가 '얼마나 외롭지'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을 이해하게 되길.
이해하지도 못한 책 가지고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써서 '괜히 읽었어!'라고 신경질 부리게 했다면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