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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평점 :
요즘 나는, 책을 읽으면서 적어도 한 가지는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동, 재미, 혹은 충격 등등의 감정을 말이다. 그런데, 이런 감정을 나에게 주지 못한다면 그 책은(나에게) 좋은 책이 아
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나한테 이 책이 바로 그랬다. 이 책은 나에게 거의 아무런- 감정도 느끼게 해주지 못했다. 물론, 이 책의 장점은
1. 박완서가 썼다 2. 자연, 일상에 대한 박완서의 생각을 알 수 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나는 아무래도
이 책이 지닌 장점이자, 홍보 포인트는 '박완서가 썼다' 그뿐인 것 같다. 박완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썼다면, 이 책이 출
판될 수 있었을까? 싶다. 자연에 대한 이야기.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뭐랄까. 박완서씨가 생전의 고 박경리 작
가분과도 알고 지냈다고 하는데, 약간 박경리 작가의 자연에 대한 철학이 닮은 듯 했다. 그리고 이제 그런 이야기 또한 너
무 많이 들어버려서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느끼는 게 잘못된 걸까? 싶은데 같이 책을 읽은 사람들 중에
도 나처럼 진부하다고 느낀 사람이 있었다. 반면, 박완서가 잔디를 가꾸면서 하는 생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의 문장력,
다른 이야기와 엮어가는 실력을 보며 '역시 작가는 다르구나' 라고 느낀 사람도 있었다.
또, 이 책의 단점은 책 자체의 전체 컨셉- 그러니까 책 자체의 완성도, 구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많은
글을 한 책으로 모은 공통점은 '에세이'라는 것뿐. 전체적으로 볼 때, 일상 에세이- 책과 관련된 이야기 - 추모글 의
3가지 구성이 왜 이 한 책에 묶여져야 하는지 알쏭달쏭하다. 그래서 그저 '박완서의 최근 에세이를 모음집' 정도라고
밖에 이야기를 못하겠다. 출판사에서 서둘러 책을 내고 싶어한 걸까 싶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라는 책 제목
은 책 전체 내용을 어우르기보다는 좋은 글귀에서 따온 것 같다. 그게 아니라 박완서씨의 전체 인생을 조금은 유추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이기에 이런 제목을 골랐을 수도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본인은 전자의 입장이다. 제목에
대해서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울수 있으려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후회스럽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이 아름다워야 못 가본 길이 아름다울 수 있을 것 같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우리의 상상대로 그 못 가본 길이 '그려지기'때문이다.
뭐, 내가 이렇게 이야기해도 이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좋게 느끼셨을 거라고
본다. 나도 박완서씨의 작품을 읽어보고 나중에 다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