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의 집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과거에 비해 고도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우리의 사회가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풍요로워진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얻은 것이 있으면 그만큼 잃은 것도 있게 마련이어서, 우리 고유의 정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우리라는 개념의 울타리 문화가 근래 들어 이기적 개인주의가 팽배해짐에 따라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이유로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타인의 아픔이나 고통을 가까이 보고 있으면서도 마치 먼 산 바라보듯 하는 경향이 날로 확대되어 가는 듯해서 마음 한편으로 안타깝게 여겨진다. 물론 무엇이든 넘칠 만큼 과도한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서로가 따뜻한 정을 나누고 베풀려하는 인식 자체가 날이 갈수록 희미해진다면, 향후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할 세상은 점점 삭막하고 건조해진 환경 속에 놓여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스러움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소설은 정확히 그 시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전개되는 줄거리의 양상으로 볼 때, 한창 산업화가 진행되었던 1970년대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어느 도시 마을의 소박하고 고즈넉한 풍경에 감춰진 고단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사실적이고도 인상적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작품 전반에 상실의 아픔과 관련한 우리의 지나온 시대를 관통하는 질곡의 역사에 한 단면을 날카롭게 파헤쳐, 결코 쉽게 넘겨버리기 힘든 애잔함의 극치를 독자들은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은 산 정상 위에 세 개의 바위가 솟아 있다는 삼악산 밑으로 도로를 따라 집들이 지어져, 그 형상을 위에서 보면 한 마리의 애벌레처럼 보인다고 해서 불리는 삼벌레 고개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너무 오래되어 지금은 이용되지 않는 마을의 우물가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순분의 집에는, 영과 원이라는 자매를 둔 새댁이 세를 들어 살고 있다. 그리고 작품 속 이야기의 주인공인 되는 순분의 둘째 아들 은철이와 원이는 이제 7살의 어린아이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매일 매일 동네 사람들의 이름을 알아내거나 비밀을 조사하는 스파이놀이에 심취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게 된다. 주인집 여자 순분은 동네에서 계주모임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관계로 그 집에는 언제나 이웃부녀자들이 모이곤 했는데, 이들은 그 자리에서 간밤에 일어났던 동네의 이런 저런 소식을 전하거나 혹은 일상생활에서 겪는 일들에 관해 수다를 늘어놓는 만남의 장을 갖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동네에 생각지 못한 불운한 일이 연이어진다. 마을의 터줏대감이었던 뚜벅이 할배가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게 되고 순분네의 둘째아들 은철이는 철없는 형의 잘못으로 다리를 심하게 다쳐 정상으로 되돌아오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는다. 게다가 그해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접어들면서 원이의 아버지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게 공안형사로부터 체포되어 끝내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불행한 일을 당한 것도 모자라, 그의 아내 새댁이 남편의 부재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정신이상의 문제를 보이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삼악산 기슭 주변 삼벌레 마을에서 펼쳐지는 한가로운 일상생활의 부분을 생동감 있으면서도 감각적인 흐름으로 흥미롭게 담아낸 것이 도드라져 보인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이 곧 타인의 형상이 아닌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과도 같은 동질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소설 속에는 오늘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층의 다양한 생활 모습을 시종일관 아이들의 시선으로 따라가며 비교적 객관화 된 평범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그들만의 일상이 다채롭게 그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 겉으로 드러내 보일 수 없는 고통의 아픔을 스스로 감내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쓸쓸함과 암울하고 어두운 그늘이 은연 중 묻어나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이 작품을 읽으면서 타인에 대한 아픔을 어떻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하는 고민을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부여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내용에 있어서 줄거리 흐름의 맥락이 다분히 암묵적이고 모호한 부분도 없지 않아서 어떤 면에서 보면 다소 몰입에 방해가 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작가는 작품의 말미에 줄거리 내용과 연관해서 그들의 고통은 물론이고 내 몸에서 나온 그 어린 고통조차 알아보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마도 작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의 내용을 통해 삼벌레 마을 사람들이 차마 떼어낼 수 없는 숙명적으로 짊어져야 하는 고통의 무게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게 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싶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혹시 모를 상실에서 오는 아픔의 과정을 잠시나마 함께 공감해보면 좋을 듯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섬, 짓하다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각종 사회범죄와 관련하여, 한해에 어느 정도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지 정확한 통계지표를 본적은 없지만, 생각하건데 모르긴 몰라도 우리의 사회가 변화하고 시대가 달라졌다고 해도 일정량의 범죄사건들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듯해 보인다. 물론 인간이 이성적인 동물이라고는 하나 여전히 약육강식이라는 논리가 지배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사실 당연한 귀결처럼 여겨지기는 하다. 그런데 범죄사건에서 용의자를 찾아내는데 경찰수사가 점차 과학화되고 그 기법이 고도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범죄의 수치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아마도 그만큼 범죄의 행태도 점점 교묘해지고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많은 범죄들 가운데 조금 특이해 보이는 것은, 사회흐름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범죄들이 종종 눈에 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해커기술의 발달로 인해 금융범죄가 빈번해진다거나, 컴퓨터와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일부로 자리 잡으면서 가상공간에서 익명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들이 바로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주요 내용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은연 중 확산되고 있는 개개인의 신상노출로 명예훼손이 연관된 인격살인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더불어 작품 속에는 사건과 연계하여 범죄자들이 지니는 외모나 성향 그리고 성격 등과 같은 개별적인 속성을 파악하여 사건의 진실과 범죄자를 예측하는 프로파일러에 관한 실질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미스터리 추리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기대이상의 재미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소설 속 이야기는 익명이 보장되는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서, 한 여성이 과도한 성형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회원들 간에 주목받는 대상에 되고 난 뒤에,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여성이 자택에서 누군가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되는데,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되는 자를 구인하여 심문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용의자로 지목되어 심문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16세의 남자 중학생이었는데, 그는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 즈음에 이 여성에 대해 응징하자는 글을 게시판에 올린 장본인이었고, 또한 살해사건이 있던 날 그녀의 집으로 찾아간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은 결코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한편 소년을 심문했던 경찰범죄 심리센터 소속의 프로파일러 성호는 여러 정황으로 보아 그가 진범이라는 담당형사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단정해버린다. 하지만 다음날 성호는 해당 커뮤니티 회원들로부터 무고한 사람을 심문했다는 이유로 그의 신상이 SNS상으로 노출되기 시작하고, 설상가상으로 심문을 받은 준희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그것이 빌미가 되어 결국 사건에서 손을 떼게 되는 상황에 이른다. 이후 성호는 삼보도라는 섬에서 최근 연이어지는 여성 행방불명 사건이 터지면서 갑자기 언론에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그곳으로 가서 경찰수사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고 그곳으로 출발한다. 휴가철에 잠시 사람이 모여드는 인구 3만 명이 사는 자그마한 섬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에 착수한 성호는 사건의 단서를 찾아 이런 저런 사항을 분석하던 중에,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고 다양한 각도에서 수사범위를 좁혀가지만, 이 사건의 본질이 생각지 못한 곳에 있음을 뒤늦게야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정보화 된 우리 사회에 점진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사이버 상에서의 현안적인 문제를 깊이 다루면서도, 범죄수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프로파일러의 실질적이고도 생생한 모습이, 미묘한 미스터리 사건에 맞춰 적절하게 가미되어 있어 추리장르의 요소와 의미를 잘 살려낸 작품으로 생각된다. 특히 소설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프로파일러 성호의 어릴적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서로 교차되면서, 그 안에 사실감이 더해지는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데다가, 결과적으로 이러한 내용이 나중에 놀라운 반전의 효과로 작용하고 있어서 작가가 상당히 공을 들여 작품에 임해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더구나 작품 줄거리의 내용 이면에는 우리사회에서 목도되는 부조리의 실상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기도 해서 독자의 입장에서 단순히 사건추리의 묘미를 넘어, 여러 가지로 음미할 것이 많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 소설은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사건이 개별적으로 전개되어 있지만, 종국에는 하나로 연결되는 치밀한 구성방식과, 작품을 접하는 독자로 하여금 시각을 분산시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게 하는 탄탄한 스토리가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다만 일부 내용을 보면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 싶다는 점과 사건의 전개에서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없지는 않아서 조금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이 소설과 관련지어 그동안 외국 추리물에 비해 국내 추리물이 많은 독자들에게 다소 외면 받아왔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추리물의 출간이 적었던 탓도 있지만 내용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작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통해 추리소설을 선호하는 많은 독자들이 국내 추리작품에도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고, 앞으로 이러한 인상 깊은 작품들이 자주 선보이기를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레스 스토리콜렉터 2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세계 각국마다 오래된 전통이나 그 나름대로 환경과 특색에 맞는 동화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들 내용을 조금 더 상세하게 들여다보면, 문득 구성적인 면에서나 스토리 흐름 자체에서 공통적인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면 유럽 민담 속의 유명한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신데렐라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콩쥐팥쥐와 여러 부분에서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권선징악이라는 주제와 초현실주의적인 배경, 그리고 해피엔딩이라는 구성의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사례는 찾아보면 얼마든지 많다. 그리고 이러한 동화 속의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의 각색을 거치거나, 혹은 구성의 방향에 자그마한 변화를 주어 애니메이션이나 소설로 만들어져 이를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기대 이상의 재미와 신선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 소설도 그와 같은 유사한 플롯의 형태를 담고 있어 이채롭게 다가온다. 이 소설은 마녀에게 잡혀 무려 오랜 시간을 탑 안에서 생활해야 했던 라푼젤이라는 독일의 동화를 모티브로 하여, 작가의 놀랍고도 풍부한 상상력이 동원된 신선하면서도 역동적인 이미지가 연출되는 이야기가 펼쳐져 있어 주목을 이끌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미지의 세계에 기반으로 공상과학이라는 가상의 요소와 신비롭고 몽환적인 판타지의 장르가 오묘하게 결합하여 화사한 동화적 느낌이 나면서도, 마치 한편의 생동감 있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본 것 같은 매력적이고도 흥미진진한 줄거리가 전개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그런 이유에서 이러한 장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한번 주목해 볼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작품 속 이야기의 주인공 크레스는 태어나면서부터 마법의 능력을 지니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모와 헤어지고 버림받은 삶을 살아오다가, 우연한 기회에 지구를 위협하는 달의 레바나 여왕을 위해 첩보활동을 하는 천재적인 해커의 기질을 지녔지만, 그 때문에 홀로 인공위성에 갇혀 노예와 같은 나날을 보내는 순수한 성격을 지닌 소녀다. 그녀는 여왕의 명령에 따라 외부세계의 온갖 정보를 수집하고, 때에 따라서는 해커로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료하고 따분한 생활을 이기기 위해 심신이 지칠 때마다 틈틈이 네트워크 서핑을 하다가 카스웰 함장을 알게 되어 호감을 보이면서 마침내는 기약 없는 짝사랑을 이어가게 된다. 한편 루나왕국의 공주였던 신더는 레바나 여왕이 지구를 정복하려 한다는 야욕을 알게 되면서 이를 방해하고 저지하다가 발각되어 가까스로 도망쳐 나와 카스웰과 함께 외로운 우주항해를 해야 하는 떠돌이 신세로 전락하게 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언젠가 여왕을 향한 복수할 날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크레스는 신더의 일행과 뜻밖에 통신을 하게 되고, 그들이 자신을 구출해주겠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기뻐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카스웰을 그토록 흠모했으면서도 단지 가상의 세계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를 실제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는 가슴을 안고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의 비행선과 마주하던 시간이 거의 다다를 즈음, 자신을 철저하게 감시하던 왕실의 마법사가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돌연 위험에 빠지게 되고, 결국 크레스와 카스웰은 불붙은 인공위성 안에 갇힌 채 지구로 추락하고 만다. 다행스럽게도 이들 두 사람은 황량한 사막에 불시착하게 되어 생존을 위한 험난한 모험의 길을 떠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 끝에 신더를 다시 만나면서 작품 속 줄거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이 작품은 누구나 친숙하게 여겨지는 동화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상적인 미래의 세계의 이야기를 담은 SF의 판타지 요소와 유기적으로 결합이 이루어짐으로써 독자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흥미진진한 내용을 선보인다. 소설 속 분위기를 들여다보면, 오래전에 동화 라푼젤과 흡사한 줄거리를 담은 애니메이션이 있기에 독자의 입장에서 다소 흥미도가 떨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작품 안에는 스릴 있고 시각성이 넘치는 다채로운 모험의 과정과 더불어 애틋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로맨스가 곁들여져 있어서 예상과는 달리 기대 이상의 묘미를 감상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작품은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3번째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이 시리즈는 2년 동안이나 아마존닷컴과 뉴욕타임스에 베스트셀러로서 자리매김하는 것과 동시에 자국의 문단과 독자들로부터도 상당한 호응과 인기를 얻은 바 있으며, 향후 영화화 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것은 그만큼 작품 안에 담고 있는 여러 장르적 요소들이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이 소설을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상당한 공감과 흥미만점의 재미를 제공해준다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전체적인 맥락의 이해와, 아울러 작품을 보다 흥미롭게 즐기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첫 번째 신더의 내용과 곧바로 이어지는 스칼렛으로 연결되는 순서에 입각해 읽어 내려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지 않나 싶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장르를 많이 접하진 않았기에 이 작품에 대한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막상 책의 내용은 애초 선입견과 달리 몰입감이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이 작품 이후로 조만간 후속 시리즈가 출간될 것이라고 하니, 책을 좋아하고 특히 판타지 장르를 선호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면 산장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많은 작가들 가운데에서도 아마 히가시노 게이고를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그동안 워낙 많은 작품을 발표해왔기에 이제는 어느 정도 식상해질 법도 한데, 그의 새로운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될 때마다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적잖은 환영을 받고 있는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그의 작품을 접해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그의 유명세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실망을 안겨주는 몇몇 작품들의 있는 것은 사실이긴 해도, 대체적으로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가독성 있는 줄거리를 토대로 탄탄한 구성과 반전의 요소를 부각시켜 대중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감상의 포인트를 충분히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게다가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대개 미스터리나 스릴러물 같은 장르작가의 경우에는 그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게 마련이어서 공포나 스릴, 본격추리와 같이 어느 특정한 부분에만 강점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는데, 게이고 작가가 다루고 있는 내용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장르분야에서도 제한적이지 않을 만큼 다채로운 주제를 선보이고 있으면서도, 독자들이 눈길을 끌만한 감동과 재미를 더하고 있어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번에 새로이 출간된 이 소설은 미스터리적인 사건을 토대로 이후 밀실살인에 관한 이야기로 확대되는 놀랍고도 치밀한 논리가 전개되어 있어 주목해볼만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줄거리 흐름에 따른 정교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과 쉽게 예측하기 힘든 반전의 결말과정은 독자들에게 기대 이상의 흥미를 안겨줄 것으로 보여, 추리장르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한번 감상해보면 어떨까 싶다.


작품 속 이야기의 주인공 가시마 다카유키는 우연한 인연으로 제약회사 사장이 딸이었던 도모미를 알게 된 뒤로, 호감을 갖게 되고 사랑이 싹트면서 마침내 그녀와 결혼을 하기로 언약한다. 그러나 예비신부였던 도모미가 결혼을 며칠 앞두고 결혼식이 열리는 별장 근처 야외 교회에서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자신이 운전하던 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지 몇 달이 지나고 나서 다카유키는 한때 장인이 될 뻔했던 도모미의 아버지 노부히코로부터 자신의 별장에 와달라는 초대를 받고 이에 흔쾌히 응하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그가 생각지 못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별장에 모인 사람은 도모미의 부모를 포함해서 모두 여덟 명이었는데, 저녁만찬이 시작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도모미와 각별한 친구사이였던 게이코는 말하기를 이번 사고는 도모미 본인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고의적으로 살해되었다는 의문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도모미의 부모는 지금까지 경찰의 면밀한 조사내용과 아울러 타살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어떤 증거나 정황은 발견할 수 없었다며 이를 한사코 부인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밤 공교롭게도 경찰에 쫓겨 숨을 곳을 찾아 달아나는 이인조 은행 강도가 별장으로 잠입하여,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인질로 삼고 감금하는 엉뚱한 사태가 일어난다. 그리고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하루가 지나기가 무섭게 도모미의 사촌 여동생이 예리한 칼에 찔려 죽는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누가 어떤 이유로 그녀를 죽였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감추지 못하면서, 작품 속 이야기의 흐름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 소설은 도모미라는 한 여성이 의문의 여지가 있는 석연치 않은 사고로 죽게 되는 간략한 서사를 배경으로, 이후 그녀와 관련 있는 인물들이 별장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던 중에,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겉으로만 보면 밀실처럼 여겨지는 제한된 장소와 몇 명 되지 않는 특정인을 상대로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단순하고 명료한 줄거리가 펼쳐져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사건의 그 이면에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같이 완벽한 알리바이가 없는 관계로 의심할 여지가 있는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전개과정에 의외로 강력한 트릭장치가 설계되어 있어서 생각만큼 쉽게 풀리지 않는 본격추리의 요소가 묘미 있게 그려져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사실 이와 유사한 추리물을 자주 접한 독자들이라면, 아마도 범인을 추정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를 논리적이고 타당성 있게 풀어내어 설명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을 정도의 매력적인 미스터리의 부분이 치밀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중간 중간 작가의 작위적인 면이 은연 중 도드라져 있어서 어떻게 보면 다소 거슬리는 느낌이 없지는 않으나, 최근 본격추리물이 적어지고 상대적으로 스릴이 가미된 장르소설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이번 기회에 많은 독자들이 이러한 미스터리 장르를 한번 감상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무엇보다 이 소설이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게이고 작가라는 점 외에도, 복잡하지 않은 간단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판단하기 힘든 사건의 전반적인 추리과정과, 서술트릭에 의한 엄청난 반전의 극대화가 돋보이고 있어서 여타의 독자들에게 기대 이상의 흥미를 부여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매 순간마다 선택을 해야 하는 갈등의 지점에 서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때로는 수많은 선택의 과정에서, 타성에 젖어 별일 아닐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에서 오는 단순한 선택이, 자칫 평탄했던 자신의 인생을 돌연 굴곡진 삶의 나락으로까지 떨어트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실수나 과오의 기억은 결코 쉽게 잊히지 않고 평생 동안 자신을 괴롭히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그러한 시각에서 언젠가 우리가 마주칠지도 모르는 인생에서의 신념과 선택이라는 문제와 연관하여, 매혹적인 줄거리와 풍부한 서사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어 주목을 이끈다. 이 소설의 작가인 더글라스 케네디는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빅 픽쳐라는 작품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상당한 호응과 관심을 이끌어 내면서 그 여세를 몰아 지금까지 꾸준히 그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많은 외국 작가들 가운데에서도 그의 작품이 국내의 많은 독자들에게 나름대로 괜찮은 인상을 받고 이유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인상 깊으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한 가독성이 돋보이는 스토리의 전개와 짜임새 있는 구성의 이면에, 사건의 해결에만 초점을 둔 흥미위주의 범주를 넘어 작품 속 주인공을 통해서 이성과 감정이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통찰력 있게 다루어 내어 일종의 의식화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작품에서도 장르적 요소를 매개시켜 대중적 흥미로움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한 여성의 치열한 삶의 여정을 사실적이면서도 생동감 있고 그려내고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 속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기대 이상의 재미와 잔잔한 감동의 분위기를 한껏 제공해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작품 속 이야기의 중심인물이 되는 한나 래덤은, 대학교수이면서 좌파성향이 강하고 대중연설로 나름 인지도가 있는 아버지와, 유명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만큼 인정받는 화가이면서 자기만의 개성이 뚜렷한 어머니를 둔 까닭에, 자신은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게 되면 외부적인 활동에 치중하기보다는 가정에 충실한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을 꿈꾸게 된다. 그녀는 늦게 결혼할 생각이었지만 대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리에 교환학생으로 가는 제의를 뿌리치고, 개인적 사회활동을 많이 경험해보라는 엄마와 친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의대에 다니는 댄이라는 남자를 만나 급속도로 사랑에 빠지면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소박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는 의대를 졸업한 남편이 인턴의사로서 좋은 경험을 쌓기 위한 방편으로 잠시 동안 어느 지방의 소도시에 일시적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하지만 그곳은 젊은 신혼부부가 지내기에는 답답하고 적적한 부분이 없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매일 같이 병원 일에 매달려야 하는 남편의 소홀함과 육아에 대한 피로감이었다. 게다가 사는 곳이 워낙 작은 마을이다 보니 개인의 작은 사생활까지도 쉽게 노출이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외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을 향한 마을 사람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직면한 결혼생활에 점차 회의를 느끼게 되고, 이혼까지를 생각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시아버지가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에 남편은 고향집으로 잠시 떠나게 되고, 우연하게도 같은 시기에 그녀의 집에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후배가 잠시 머무르게 되면서, 훗날 그녀의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는 현실을 경험하게 된다.


이 소설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 여성이, 젊은 시절 한때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의 평온하고 안락한 삶이 한 순간에 파괴되어 버리는 과정을, 긴장감 있고 감각적으로 풀어내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가족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직시해보는 사회의식이 깃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듯하다. 소설 속 이야기의 구성을 보면 시대를 달리하는 두 개의 배경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이채롭다. 전체적인 줄거리의 흐름으로 보면 앞부분은 발단의 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 뒷부분은 갈등과 결말로 이어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먼저 사건의 단초가 되는 1960년대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서사의 과정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당시 시대적 흐름에 따른 냉전 체제 속의 반전운동의 확산과 자유와 평화라는 기치를 내세운 히피문화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간극이 제법 심화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어지는 후반부는 2000년 초입의 시기의 상황이 펼쳐져 있는데, 이때는 물질적인 풍요와 아울러 이기적인 개인주의가 팽배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작품 속의 이야기는 두 시대의 체제흐름이 관통하면서 가족 간의 유대관계가 급속도로 무너지는 안타깝고 절망적인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특히 생각지 못한 환경의 변화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는 작품 속 여주인공이 이성과 감정의 사이에서 심리적으로 갈등하는 과정은,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해서, 독자의 입장에서 감정이입에 대한 효과를 잘 살려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물론 중간 중간 개연성이 떨어지는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이 소설은 그런 면을 상쇄하고도 남는 탄탄하고 흡인력 있는 스토리 전개와, 결말 부분에서 독자들의 가슴을 적시는 따뜻한 감동이 어우러져 있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이 작품을 읽어볼 만한 충분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 작품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