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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스 ㅣ 스토리콜렉터 2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4년 11월
평점 :
세계 각국마다 오래된 전통이나 그 나름대로 환경과 특색에 맞는 동화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들 내용을 조금 더 상세하게 들여다보면, 문득 구성적인 면에서나 스토리 흐름 자체에서 공통적인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면 유럽 민담 속의 유명한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신데렐라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콩쥐팥쥐와 여러 부분에서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권선징악이라는 주제와 초현실주의적인 배경, 그리고 해피엔딩이라는 구성의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사례는 찾아보면 얼마든지 많다. 그리고 이러한 동화 속의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의 각색을 거치거나, 혹은 구성의 방향에 자그마한 변화를 주어 애니메이션이나 소설로 만들어져 이를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기대 이상의 재미와 신선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 소설도 그와 같은 유사한 플롯의 형태를 담고 있어 이채롭게 다가온다. 이 소설은 마녀에게 잡혀 무려 오랜 시간을 탑 안에서 생활해야 했던 라푼젤이라는 독일의 동화를 모티브로 하여, 작가의 놀랍고도 풍부한 상상력이 동원된 신선하면서도 역동적인 이미지가 연출되는 이야기가 펼쳐져 있어 주목을 이끌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미지의 세계에 기반으로 공상과학이라는 가상의 요소와 신비롭고 몽환적인 판타지의 장르가 오묘하게 결합하여 화사한 동화적 느낌이 나면서도, 마치 한편의 생동감 있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본 것 같은 매력적이고도 흥미진진한 줄거리가 전개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그런 이유에서 이러한 장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한번 주목해 볼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작품 속 이야기의 주인공 크레스는 태어나면서부터 마법의 능력을 지니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모와 헤어지고 버림받은 삶을 살아오다가, 우연한 기회에 지구를 위협하는 달의 레바나 여왕을 위해 첩보활동을 하는 천재적인 해커의 기질을 지녔지만, 그 때문에 홀로 인공위성에 갇혀 노예와 같은 나날을 보내는 순수한 성격을 지닌 소녀다. 그녀는 여왕의 명령에 따라 외부세계의 온갖 정보를 수집하고, 때에 따라서는 해커로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료하고 따분한 생활을 이기기 위해 심신이 지칠 때마다 틈틈이 네트워크 서핑을 하다가 카스웰 함장을 알게 되어 호감을 보이면서 마침내는 기약 없는 짝사랑을 이어가게 된다. 한편 루나왕국의 공주였던 신더는 레바나 여왕이 지구를 정복하려 한다는 야욕을 알게 되면서 이를 방해하고 저지하다가 발각되어 가까스로 도망쳐 나와 카스웰과 함께 외로운 우주항해를 해야 하는 떠돌이 신세로 전락하게 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언젠가 여왕을 향한 복수할 날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크레스는 신더의 일행과 뜻밖에 통신을 하게 되고, 그들이 자신을 구출해주겠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기뻐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카스웰을 그토록 흠모했으면서도 단지 가상의 세계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를 실제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는 가슴을 안고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의 비행선과 마주하던 시간이 거의 다다를 즈음, 자신을 철저하게 감시하던 왕실의 마법사가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돌연 위험에 빠지게 되고, 결국 크레스와 카스웰은 불붙은 인공위성 안에 갇힌 채 지구로 추락하고 만다. 다행스럽게도 이들 두 사람은 황량한 사막에 불시착하게 되어 생존을 위한 험난한 모험의 길을 떠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 끝에 신더를 다시 만나면서 작품 속 줄거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이 작품은 누구나 친숙하게 여겨지는 동화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상적인 미래의 세계의 이야기를 담은 SF의 판타지 요소와 유기적으로 결합이 이루어짐으로써 독자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흥미진진한 내용을 선보인다. 소설 속 분위기를 들여다보면, 오래전에 동화 라푼젤과 흡사한 줄거리를 담은 애니메이션이 있기에 독자의 입장에서 다소 흥미도가 떨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작품 안에는 스릴 있고 시각성이 넘치는 다채로운 모험의 과정과 더불어 애틋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로맨스가 곁들여져 있어서 예상과는 달리 기대 이상의 묘미를 감상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작품은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3번째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이 시리즈는 2년 동안이나 아마존닷컴과 뉴욕타임스에 베스트셀러로서 자리매김하는 것과 동시에 자국의 문단과 독자들로부터도 상당한 호응과 인기를 얻은 바 있으며, 향후 영화화 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것은 그만큼 작품 안에 담고 있는 여러 장르적 요소들이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이 소설을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상당한 공감과 흥미만점의 재미를 제공해준다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전체적인 맥락의 이해와, 아울러 작품을 보다 흥미롭게 즐기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첫 번째 신더의 내용과 곧바로 이어지는 스칼렛으로 연결되는 순서에 입각해 읽어 내려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지 않나 싶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장르를 많이 접하진 않았기에 이 작품에 대한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막상 책의 내용은 애초 선입견과 달리 몰입감이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이 작품 이후로 조만간 후속 시리즈가 출간될 것이라고 하니, 책을 좋아하고 특히 판타지 장르를 선호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