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산장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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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많은 작가들 가운데에서도 아마 히가시노 게이고를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그동안 워낙 많은 작품을 발표해왔기에 이제는 어느 정도 식상해질 법도 한데, 그의 새로운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될 때마다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적잖은 환영을 받고 있는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그의 작품을 접해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그의 유명세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실망을 안겨주는 몇몇 작품들의 있는 것은 사실이긴 해도, 대체적으로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가독성 있는 줄거리를 토대로 탄탄한 구성과 반전의 요소를 부각시켜 대중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감상의 포인트를 충분히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게다가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대개 미스터리나 스릴러물 같은 장르작가의 경우에는 그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게 마련이어서 공포나 스릴, 본격추리와 같이 어느 특정한 부분에만 강점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는데, 게이고 작가가 다루고 있는 내용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장르분야에서도 제한적이지 않을 만큼 다채로운 주제를 선보이고 있으면서도, 독자들이 눈길을 끌만한 감동과 재미를 더하고 있어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번에 새로이 출간된 이 소설은 미스터리적인 사건을 토대로 이후 밀실살인에 관한 이야기로 확대되는 놀랍고도 치밀한 논리가 전개되어 있어 주목해볼만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줄거리 흐름에 따른 정교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과 쉽게 예측하기 힘든 반전의 결말과정은 독자들에게 기대 이상의 흥미를 안겨줄 것으로 보여, 추리장르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한번 감상해보면 어떨까 싶다.


작품 속 이야기의 주인공 가시마 다카유키는 우연한 인연으로 제약회사 사장이 딸이었던 도모미를 알게 된 뒤로, 호감을 갖게 되고 사랑이 싹트면서 마침내 그녀와 결혼을 하기로 언약한다. 그러나 예비신부였던 도모미가 결혼을 며칠 앞두고 결혼식이 열리는 별장 근처 야외 교회에서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자신이 운전하던 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지 몇 달이 지나고 나서 다카유키는 한때 장인이 될 뻔했던 도모미의 아버지 노부히코로부터 자신의 별장에 와달라는 초대를 받고 이에 흔쾌히 응하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그가 생각지 못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별장에 모인 사람은 도모미의 부모를 포함해서 모두 여덟 명이었는데, 저녁만찬이 시작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도모미와 각별한 친구사이였던 게이코는 말하기를 이번 사고는 도모미 본인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고의적으로 살해되었다는 의문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도모미의 부모는 지금까지 경찰의 면밀한 조사내용과 아울러 타살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어떤 증거나 정황은 발견할 수 없었다며 이를 한사코 부인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밤 공교롭게도 경찰에 쫓겨 숨을 곳을 찾아 달아나는 이인조 은행 강도가 별장으로 잠입하여,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인질로 삼고 감금하는 엉뚱한 사태가 일어난다. 그리고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하루가 지나기가 무섭게 도모미의 사촌 여동생이 예리한 칼에 찔려 죽는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누가 어떤 이유로 그녀를 죽였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감추지 못하면서, 작품 속 이야기의 흐름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 소설은 도모미라는 한 여성이 의문의 여지가 있는 석연치 않은 사고로 죽게 되는 간략한 서사를 배경으로, 이후 그녀와 관련 있는 인물들이 별장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던 중에,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겉으로만 보면 밀실처럼 여겨지는 제한된 장소와 몇 명 되지 않는 특정인을 상대로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단순하고 명료한 줄거리가 펼쳐져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사건의 그 이면에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같이 완벽한 알리바이가 없는 관계로 의심할 여지가 있는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전개과정에 의외로 강력한 트릭장치가 설계되어 있어서 생각만큼 쉽게 풀리지 않는 본격추리의 요소가 묘미 있게 그려져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사실 이와 유사한 추리물을 자주 접한 독자들이라면, 아마도 범인을 추정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를 논리적이고 타당성 있게 풀어내어 설명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을 정도의 매력적인 미스터리의 부분이 치밀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중간 중간 작가의 작위적인 면이 은연 중 도드라져 있어서 어떻게 보면 다소 거슬리는 느낌이 없지는 않으나, 최근 본격추리물이 적어지고 상대적으로 스릴이 가미된 장르소설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이번 기회에 많은 독자들이 이러한 미스터리 장르를 한번 감상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무엇보다 이 소설이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게이고 작가라는 점 외에도, 복잡하지 않은 간단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판단하기 힘든 사건의 전반적인 추리과정과, 서술트릭에 의한 엄청난 반전의 극대화가 돋보이고 있어서 여타의 독자들에게 기대 이상의 흥미를 부여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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