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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짓하다 ㅣ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4년 10월
평점 :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각종 사회범죄와 관련하여, 한해에 어느 정도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지 정확한 통계지표를 본적은 없지만, 생각하건데 모르긴 몰라도 우리의 사회가 변화하고 시대가 달라졌다고 해도 일정량의 범죄사건들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듯해 보인다. 물론 인간이 이성적인 동물이라고는 하나 여전히 약육강식이라는 논리가 지배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사실 당연한 귀결처럼 여겨지기는 하다. 그런데 범죄사건에서 용의자를 찾아내는데 경찰수사가 점차 과학화되고 그 기법이 고도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범죄의 수치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아마도 그만큼 범죄의 행태도 점점 교묘해지고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많은 범죄들 가운데 조금 특이해 보이는 것은, 사회흐름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범죄들이 종종 눈에 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해커기술의 발달로 인해 금융범죄가 빈번해진다거나, 컴퓨터와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일부로 자리 잡으면서 가상공간에서 익명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들이 바로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주요 내용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은연 중 확산되고 있는 개개인의 신상노출로 명예훼손이 연관된 인격살인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더불어 작품 속에는 사건과 연계하여 범죄자들이 지니는 외모나 성향 그리고 성격 등과 같은 개별적인 속성을 파악하여 사건의 진실과 범죄자를 예측하는 프로파일러에 관한 실질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미스터리 추리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기대이상의 재미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소설 속 이야기는 익명이 보장되는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서, 한 여성이 과도한 성형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회원들 간에 주목받는 대상에 되고 난 뒤에,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여성이 자택에서 누군가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되는데,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되는 자를 구인하여 심문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용의자로 지목되어 심문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16세의 남자 중학생이었는데, 그는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 즈음에 이 여성에 대해 응징하자는 글을 게시판에 올린 장본인이었고, 또한 살해사건이 있던 날 그녀의 집으로 찾아간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은 결코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한편 소년을 심문했던 경찰범죄 심리센터 소속의 프로파일러 성호는 여러 정황으로 보아 그가 진범이라는 담당형사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단정해버린다. 하지만 다음날 성호는 해당 커뮤니티 회원들로부터 무고한 사람을 심문했다는 이유로 그의 신상이 SNS상으로 노출되기 시작하고, 설상가상으로 심문을 받은 준희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그것이 빌미가 되어 결국 사건에서 손을 떼게 되는 상황에 이른다. 이후 성호는 삼보도라는 섬에서 최근 연이어지는 여성 행방불명 사건이 터지면서 갑자기 언론에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그곳으로 가서 경찰수사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고 그곳으로 출발한다. 휴가철에 잠시 사람이 모여드는 인구 3만 명이 사는 자그마한 섬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에 착수한 성호는 사건의 단서를 찾아 이런 저런 사항을 분석하던 중에,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고 다양한 각도에서 수사범위를 좁혀가지만, 이 사건의 본질이 생각지 못한 곳에 있음을 뒤늦게야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정보화 된 우리 사회에 점진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사이버 상에서의 현안적인 문제를 깊이 다루면서도, 범죄수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프로파일러의 실질적이고도 생생한 모습이, 미묘한 미스터리 사건에 맞춰 적절하게 가미되어 있어 추리장르의 요소와 의미를 잘 살려낸 작품으로 생각된다. 특히 소설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프로파일러 성호의 어릴적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서로 교차되면서, 그 안에 사실감이 더해지는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데다가, 결과적으로 이러한 내용이 나중에 놀라운 반전의 효과로 작용하고 있어서 작가가 상당히 공을 들여 작품에 임해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더구나 작품 줄거리의 내용 이면에는 우리사회에서 목도되는 부조리의 실상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기도 해서 독자의 입장에서 단순히 사건추리의 묘미를 넘어, 여러 가지로 음미할 것이 많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 소설은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사건이 개별적으로 전개되어 있지만, 종국에는 하나로 연결되는 치밀한 구성방식과, 작품을 접하는 독자로 하여금 시각을 분산시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게 하는 탄탄한 스토리가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다만 일부 내용을 보면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 싶다는 점과 사건의 전개에서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없지는 않아서 조금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이 소설과 관련지어 그동안 외국 추리물에 비해 국내 추리물이 많은 독자들에게 다소 외면 받아왔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추리물의 출간이 적었던 탓도 있지만 내용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작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통해 추리소설을 선호하는 많은 독자들이 국내 추리작품에도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고, 앞으로 이러한 인상 깊은 작품들이 자주 선보이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