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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매 순간마다 선택을 해야 하는 갈등의 지점에 서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때로는 수많은 선택의 과정에서, 타성에 젖어 별일 아닐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에서 오는 단순한 선택이, 자칫 평탄했던 자신의 인생을 돌연 굴곡진 삶의 나락으로까지 떨어트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실수나 과오의 기억은 결코 쉽게 잊히지 않고 평생 동안 자신을 괴롭히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그러한 시각에서 언젠가 우리가 마주칠지도 모르는 인생에서의 신념과 선택이라는 문제와 연관하여, 매혹적인 줄거리와 풍부한 서사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어 주목을 이끈다. 이 소설의 작가인 더글라스 케네디는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빅 픽쳐라는 작품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상당한 호응과 관심을 이끌어 내면서 그 여세를 몰아 지금까지 꾸준히 그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많은 외국 작가들 가운데에서도 그의 작품이 국내의 많은 독자들에게 나름대로 괜찮은 인상을 받고 이유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인상 깊으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한 가독성이 돋보이는 스토리의 전개와 짜임새 있는 구성의 이면에, 사건의 해결에만 초점을 둔 흥미위주의 범주를 넘어 작품 속 주인공을 통해서 이성과 감정이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통찰력 있게 다루어 내어 일종의 의식화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작품에서도 장르적 요소를 매개시켜 대중적 흥미로움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한 여성의 치열한 삶의 여정을 사실적이면서도 생동감 있고 그려내고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 속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기대 이상의 재미와 잔잔한 감동의 분위기를 한껏 제공해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작품 속 이야기의 중심인물이 되는 한나 래덤은, 대학교수이면서 좌파성향이 강하고 대중연설로 나름 인지도가 있는 아버지와, 유명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만큼 인정받는 화가이면서 자기만의 개성이 뚜렷한 어머니를 둔 까닭에, 자신은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게 되면 외부적인 활동에 치중하기보다는 가정에 충실한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을 꿈꾸게 된다. 그녀는 늦게 결혼할 생각이었지만 대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리에 교환학생으로 가는 제의를 뿌리치고, 개인적 사회활동을 많이 경험해보라는 엄마와 친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의대에 다니는 댄이라는 남자를 만나 급속도로 사랑에 빠지면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소박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는 의대를 졸업한 남편이 인턴의사로서 좋은 경험을 쌓기 위한 방편으로 잠시 동안 어느 지방의 소도시에 일시적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하지만 그곳은 젊은 신혼부부가 지내기에는 답답하고 적적한 부분이 없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매일 같이 병원 일에 매달려야 하는 남편의 소홀함과 육아에 대한 피로감이었다. 게다가 사는 곳이 워낙 작은 마을이다 보니 개인의 작은 사생활까지도 쉽게 노출이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외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을 향한 마을 사람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직면한 결혼생활에 점차 회의를 느끼게 되고, 이혼까지를 생각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시아버지가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에 남편은 고향집으로 잠시 떠나게 되고, 우연하게도 같은 시기에 그녀의 집에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후배가 잠시 머무르게 되면서, 훗날 그녀의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는 현실을 경험하게 된다.
이 소설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 여성이, 젊은 시절 한때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의 평온하고 안락한 삶이 한 순간에 파괴되어 버리는 과정을, 긴장감 있고 감각적으로 풀어내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가족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직시해보는 사회의식이 깃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듯하다. 소설 속 이야기의 구성을 보면 시대를 달리하는 두 개의 배경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이채롭다. 전체적인 줄거리의 흐름으로 보면 앞부분은 발단의 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 뒷부분은 갈등과 결말로 이어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먼저 사건의 단초가 되는 1960년대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서사의 과정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당시 시대적 흐름에 따른 냉전 체제 속의 반전운동의 확산과 자유와 평화라는 기치를 내세운 히피문화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간극이 제법 심화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어지는 후반부는 2000년 초입의 시기의 상황이 펼쳐져 있는데, 이때는 물질적인 풍요와 아울러 이기적인 개인주의가 팽배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작품 속의 이야기는 두 시대의 체제흐름이 관통하면서 가족 간의 유대관계가 급속도로 무너지는 안타깝고 절망적인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특히 생각지 못한 환경의 변화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는 작품 속 여주인공이 이성과 감정의 사이에서 심리적으로 갈등하는 과정은,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해서, 독자의 입장에서 감정이입에 대한 효과를 잘 살려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물론 중간 중간 개연성이 떨어지는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이 소설은 그런 면을 상쇄하고도 남는 탄탄하고 흡인력 있는 스토리 전개와, 결말 부분에서 독자들의 가슴을 적시는 따뜻한 감동이 어우러져 있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이 작품을 읽어볼 만한 충분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 작품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