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삼킨 소녀 스토리콜렉터 2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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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영미 국가의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들이 국내에서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있을 즈음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작품으로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화제가 되었던 독일 장르소설의 대표적인 대중작가로 알려진 넬레 노이하우스가 새로운 신작으로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 사실 그동안 작가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냉철한 카리스마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감성적인 면이 많은 형사 피아가 콤비를 이루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던 타우누스 시리즈를 통해서였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다른 무엇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기존의 미스터리스릴러와 같은 범죄의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기존의 장르와는 사뭇 다른, 어린 시절 부모의 죽음으로 인해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어 어른으로 거듭나기까지의 한 소녀가 겪어야만 했던 아찔하면서도 충격적인 인생의 한 단면을 흥미롭게 펼쳐낸 일종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볼 때,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롤링이 자신의 작품에 다양한 변화를 주기 위해 판타지의 내용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로의 변화시도를 꾀하면서 많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전해 주었던 것처럼, 이번 그녀의 작품 역시도 그런 관점에서 이전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색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그녀의 작품을 접해본 독자들이 있다면 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로서 그녀의 새로운 면모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장르의 유형에서 체감할 수 없었던, 또 다른 매력적인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작품 속 배경은 미국 네브라스카 주에 있는 페어필드라는 어느 작은 마을이다. 이곳은 여타의 마을과는 다르게 여전히 오랜 보수적 전통의 색채가 짙게 묻어나 있는 곳으로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 속 중심인물이 되는 새리든은 사춘기의 시기에 한창 접어든 15살의 예쁜 미모와 영민한 두뇌, 그리고 한편으로 당돌하면서도 자유로움을 갈구하는 한마디로 겁이 없는 반항아적인 기질이 있는 소녀다. 그녀는 마을의 대지주이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랜트가의 외동딸이라는 남부럽지 않은 집안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태어나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를 잃고 우여곡절 끝에 이곳 집안으로 입양된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현재 가장 고민이 되고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은, 정숙하고 바른 생활만을 강조하며 요조숙녀가 되기를 강요하는 엄마와의 불편한 관계다. 그런 이유로 새리든의 가슴속에는 하루빨리 어른이 되어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어느 날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이 방과 후에 자신의 친구들과 비밀리에 그들만의 아지트에서 재미있게 놀다가 경찰에 발각되는데, 그 과정에서 몰래 도망가던 도중에 경찰에게 상해를 입혀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아버지가 손을 써서 손쉽게 풀려나올 수는 있었지만 그 일을 계기로 한 번도 손찌검을 하지 않았던 아버지에게 뺨을 맞으면서 전에 없던 증오심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엄마로부터는 이전보다도 더 심한 학대와 수모를 당하게 된다. 이후 그녀는 지금은 이용하지 않는 집안의 별장에서 울적한 마음에 자신을 낳은 부모에 대해 원망 섞인 푸념을 하다가 우연하게 오래된 누군가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안에서 그동안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자신의 친어머니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사춘기에 접어든 한 소녀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격정적인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낸 이 작품은 포괄적인 측면에서 성장소설처럼 보이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에는 미스터리적이면서도 긴장감이 넘치는 장르의 요소가 곁들여져 있어서 어떤 면에서 보면 스릴러물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딸을 마음속으로 사랑하면서도 겉으로 살갑게 표현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무관심과, 입양되었다는 이유로 갖은 모욕과 학대를 일삼는 엄마와의 관계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그 어떤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주인공 세리든이 어린 나이에 낮선 남자와 만나 엉뚱한 일탈을 일삼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희망을 잃지 않고 주위의 혹독한 편견에 맞서 담대히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시사해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후기를 통해 주인공 셰리든 그랜트는 마음속에 아주 오래전부터 살고 있던 인물이라고 말하면서, 미국 중서부를 여행하던 중에 네브라스카의 광활한 땅과 거기 사는 사람들의 협소함에 매혹되어,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이 작품을 집필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몰라도 탄탄한 이야기 진행에 따른 치밀한 구성이 작품 전반에 드러나 있어 상당한 심혈을 기울여 왔음을 짐작케 한다. 물론 작품의 곳곳에 갈등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개연성이 떨어지는 작위적인 느낌이 없진 않지만, 기존의 다른 성장소설에 비해 독자들에게 다각적인 감상의 묘미를 제공해 주는 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 않나 싶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손에 한번 쥐면 쉽게 손에서 뗄 수 없을 만큼 뛰어난 가독성을 자랑하는 이 작품에 한번 주목해 보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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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랑해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유혜자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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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도 반복해서 여러 번 들으면 나중에는 기분이 좋아지기보다는 짜증나거나 지겨운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해도 과하게 되면 애초 좋았던 느낌의 상태가 시간이 지날수록 덜하게 마련이고 종국에는 하찮거나 차라리 이전에 부족함이 있었던 상태를 더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격언 중에는 차고 넘치면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감정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관심이 있으며 흠모하는 이성으로부터 가슴이 따뜻하고 달콤한 사랑을 나누고 싶은 것이 누구나 마음속에 소원하고 바라는 일이 될 것이지만, 혹시라도 그러한 사랑의 행위가 행여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배려의 정도를 넘어 과도하고 집요한 집착의 형태로 변모해간다면, 상대가 아무리 사랑하는 관계에 놓여있을지라도 이를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너그러이 받아들이게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소설은 두 남녀를 주인공으로 하여 사랑에서 시작하여 행복한 순간을 넘어 집착의 과정으로 이르게 되는 내용을 사실적이면서도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어서 작품을 읽는 이로 하여금 주목을 이끌게 만든다. 작품 소개에 따르면 이 소설은 작가가 법원의 통신원으로 17년 동안 근무하면서 실제의 사건을 토대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어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에는 남녀 간의 아기자기한 로맨스 흐름의 이면에 사랑이 집착으로 변화되어 가는 연인관계의 미묘한 부분과,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생각지 못한 의외의 반전이 펼쳐져 있어서 매력적이면서도 한편으로 색다른 로맨스 스릴러의 세계를 체감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 속 주인공 유디트는 조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조명가게를 인수받아 지금까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운영해오며 나름대로 자신만의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독신 여성이다. 그녀의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녀는 남자와 만나 사랑에 빠져보고 싶다거나 혹은 결혼에 관하여 깊은 고민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며 현재 생활에 충분한 만족을 구가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치즈를 사기 위해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처음 보는 남자로부터 뒤꿈치를 밟히는 불쾌한 일을 겪게 된다. 정중한 사과를 받고 별생각 없이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부활절 휴일을 보내고 평상시처럼 가게에 출근하여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던 도중에 슈퍼마켓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잠깐 접촉이 있었던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 남자는 유디트에게 지난 일에 관해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리기 위해 가게 앞에서 기다렸다면서, 자신은 근처에 있는 건축사무소에서 일을 하며, 앞으로 조명을 사게 되는 일이 있을 때면 꼭 찾아오겠다고 말을 건네며 다소 호감적인 면모를 보인다. 남자에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았던 그녀는 그가 독신으로 혼자 살고 있다는 것과, 슈퍼에서 보았던 첫 인상과는 달리 의외로 순수하고 신사적인 그의 태도에 호기심을 갖게 되면서 그 남자와 가벼운 만남을 시작한다. 이후 남자로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꽃 선물을 받게 되고, 종종 자신을 놀라게 하는 감동적인 이벤트와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도 깔끔한 매너로 점차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만남을 지속하면 할수록 그 남자로부터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집착의 느낌을 받게 되자 더 이상의 만남을 지속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서서히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간다.


이 소설은 독신여성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유디트가 우연하게 한 남자를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후 남자의 과도한 사랑의 배려가 결국 집착으로 이어지는 남녀 간에 통상적인 로맨스가 펼쳐져 있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부터는 그러한 분위기에 덧붙여 심리적인 스릴의 요소가 접목됨으로 해서 결과적으로 충격적인 반전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채롭다. 특히 작품 속 줄거리에서 두 남녀가 만나 연인이 되어 친밀한 관계를 이루어가는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누가 과연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를 짐작치 못하게 만드는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서술로 인해, 이 소설이 단순한 로맨스 장르가 아님을 짐작케 한다. 아울러 사랑과 집착 그리고 증오로 표출되는 심리적인 묘사에 있어서도 독자들이 공감을 느끼게 할 만큼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으로 다가온다는 점도 이 작품이 지니는 특징이자 장점이 아닐까 싶다. 다만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발단에서부터 매끄러운 흐름으로 보이던 서사과정이 결말 부분에 이르러 다소 생략되어 버린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급박하게 끝을 맺고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 당황스러우면서도 허탈함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다. 그래서 사랑에서 우러나온 배려의 행동일지라도 타인이 그렇게 느끼지 못해 부담스러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상대를 향한 일종의 구속이고 집착이 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사랑의 신뢰적 관계를 무너트리는 직접적인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이 작품은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사랑과 집착의 경계에 갈등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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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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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자주 접하는 독자들이라면 작품을 통해서 때로 위안을 받고 감동을 느끼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일깨움을 주거나, 설사 그것 부분이 아니어도 문학이 주는 즐거움 만끽하게 만드는 기억에 오래 남는 몇몇의 작품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번쯤은 남들에게 읽어보기를 권하기도 한다. 그런 시각에서 개인적으로 허삼관 매혈기 이 작품은 근래 들어 읽었던 여러 문학작품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으며 감명을 주었고 그래서 문학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싶은 소설로 생각된다. 한때 이 작품을 토대로 연극화 되어 이미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인 바 있고, 최근에는 영화로 만들어져 한동안 이슈를 이끌 것으로 여겨졌으나 실제로 흥행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각색하는 과정에서 소설에서 보여주는 감흥의 정도가 생각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싶은 안타까운 생각을 해본다. 사실 이 작품은 오래전 국내에 소개될 당시 나름대로의 관심을 두고 있기는 했지만 실제로 접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은 아무래도 중국 문학작품의 경우는 삼국지나 수호지 같은 고전문학들이 익숙해져 있는 관계로 현대문학은 조금은 생소하거나 낯설게 여겨지는 일종의 주관적인 선입관에 의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한편으로 여타 외국작품에 비해 중국의 현대문학작품이 생각만큼 많이 소개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크게 한 몫하고 있다고 본다. 이 소설의 작가는 위화는 허삼관 매혈기를 발표할 당시에 세계 문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음으로써 중국 제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만큼 비중 있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 속 주인공 허삼관은 성안에 있는 생사 공장에서 누에고치를 대주는 투박하면서도 순수한 마음씨를 가진 성격의 인물이다. 그는 삼촌으로부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피를 팔아본 남자는 그 자체로 건강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또한 여자를 얻을 수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피를 팔기 위해 성안으로 오게 된 근룡이와 방씨라는 남자를 우연히 만나면서 이들과 함께 돈을 받고 피를 파는 일에 선뜻 동참하기에 이른다. 생각했던 것 보다 제법 많은 돈을 받게 된 그는 이후 알뜰하게 저축한 돈으로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고 성안에서 제법 미인으로 소문난 옥란을 부인으로 삼기 위해,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 어렵게 구혼을 허락받아 마침내 그녀와 결혼을 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결혼 후 5년 동안 일락, 이락, 삼락으로 이어지는 세 아들을 낳고 안정된 생활하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첫째 아들 일락이가 부인 옥란이가 자신과의 결혼 즈음에서 부정을 저질러 낳은 남의 자식이라는 소문을 이웃사람들에게 듣고 집으로 돌아와 옥란을 채근하여 사실을 확인한 후부터 일락이와 옥란이를 홀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집안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 등의 호기를 부린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자신도 한때 다른 여자와 부정을 저지른 과거가 있음을 상기하고 또한 그동안 애지중지 일락이를 키워 온 애정을 생각해, 마을의 대기근으로 가족의 생계가 힘들어 지거나, 일락이가 간염을 앓고 병원하면서 돈을 필요로 할 때마다, 오래전 자신의 피를 팔아 돈을 벌었던 것처럼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소설은 피를 팔아가며 가족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허삼관의 일대기를 흥미롭게 그려낸 것으로, 작품 전반에 익살스럽고 해학적이며 풍자적인 요소를 곁들여져 있지만 다른 무엇보다 독자의 입장에서 노동자라는 소시민적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허삼관을 통해 가족애를 향한 휴머니즘의 극치를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이끌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작품의 내용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전개되는 줄거리 속 배경은 국공합작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시기와 이후 문화대혁명으로 혼란스런 중국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는데, 그 이면에 피를 팔아야만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서민들의 삶에 애환이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다. 작품 속에서 허삼관은 자신의 아들과 부인 옥란에 대한 애증으로 독설을 퍼부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 그들을 어떻게든 감싸 안으려는 애틋한 광경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이는 부정하고 싶지만 차마 부정할 수 없는 한 인간의 고뇌에 찬 모습에서 아마도 독자들은 적잖은 인간미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우리나라도 과거 한때 피를 팔아 돈을 버는 매혈의 시기가 있었고, IMF와 같은 경제 위기여파로 대량의 실직자들이 생기면서 언론을 통해 가족해체라는 뜻하지 않은 일들이 생겨나고 있음을 본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보면 이 작품은 오늘 우리의 현실에 대입하여 다각적인 측면에서 숙고해볼만한 의미 있는 내용을 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피를 판다는 것이 행여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식과 가족의 안위를 위해 묵묵히 받아들이는 주인공 허삼관의 숙연한 모습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잠시나마 가족의 의미와 인간적인 감동의 여운을 가슴 깊이 느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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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해부 - 위대한 석학 22인이 말하는 심리, 의사결정, 문제해결, 예측의 신과학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3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강주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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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부분이 새로운 형태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그에 따라 모든 것이 다원화되고 세분화 되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지난 시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지 물질이 주는 경제적 혜택에 의한 풍요로움을 통해서 자신의 행복과 만족감을 추구하는데 그쳤다고 한다면, 이제는 그러한 외양적인 면에서 눈을 돌려 내적으로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할 것인지 하는 인간 본연의 문제와 연관하여, 자신의 삶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 가려는 움직임들이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는듯하다. 그리고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의 기술은, 우리들로 하여금 그러한 질적인 삶을 위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분야의 유용한 정보와 지식의 습득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세계적인 인문학자이면서 심리학의 권위자로 주목을 받고 있는 존 브록만 교수는 이러한 지적욕구를 꾀하려는 우리의 시대적 흐름에 비추어, 기존의 전통적인 인문학 분야는 다소 소모적이고 편협한 해석학을 지속하면서 문화적 비관론에 빠진 채, 세계적인 사건들에 대한 우울한 전망에만 매달려 있다고 비판하면서,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과학과 인문학의 거리를 좁히고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사고의 몰입에 힘써야 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의 역자이기도 한 그는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최고의 석학들이 자신의 학문적 견해와 그동안 연구해온 성과를 토론하기 위해 모임을 갖는 엣지재단의 회장이면서 웹사이트 포럼 엣지와 리얼리티 클럽의 설립자로 일하면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석학들과 교류하며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한 시각에서 이 책은 지금까지 엣지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석학들의 지적성과의 결과물들을 담아 독자들로 하여금 인문학과 과학의 단절을 극복하고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어 사고를 통합하는 그 단초를 제공하는 있어 주목을 이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사회구성원으로서 다양한 인관관계를 맺고 경제적인 활동을 하면서 겪게 되는 직관적인 사고나 판단과 관련한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점에 관하여 학계에서 오랫동안 심층적으로 연구와 논의가 되고 있는 획기적이며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 속에는 시대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생각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그동안 자신들이 연구하며 진행해왔던 결과물과 이와 관련한 학계에서의 논의가 되고 있는 부분을 심층적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독자의 입장에서 뇌과학, 철학, 심리학, 의학에 이르기까지 지적탐구를 위한 광범위한 학문의 세계를 두루 살펴보고 음미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책의 일부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가 경제적 행위를 함에 있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정서 예측의 오류관한 것을 시작으로 불확실성 시대에 심리학을 이용하여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한 방법적 기술과 또한 자아감과 자기정체성이 형성되는 청소년기에 그들의 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심리학과 신경과학을 융합한 새로운 방식의 연구부분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며, 그리고 월스트리트의 위기를 경고하기도 했던 나심 탈레브 교수는 통계와 응용확률의 한계성을 지적하면서 엉터리 수학의 위험성을 논증하는 연구 결과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후반부를 보면 오늘날 국가적 위기와 범세계적 위기가 도덕적 실패와 도덕적 갈등으로 빚어지거나 악화되는 도덕심리학에 대한 학술대회의 발표내용이 나와 있는데, 이는 오늘은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번쯤은 깊이 탐독해봐야 할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세상을 움직이는 석학들의 지적탐구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는 엣지에서 정수만을 뽑아낸 이 시대 최고의 지식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독자들이 책의 내용을 읽다보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서 파생될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고민한 노력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다른 무엇보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연구 성과를 통해 우리 사회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아울러 질적인 인간의 삶을 위해 무엇을 인식하고 제고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듯하다. 물론 책 속 일부 연구의 결과는 아직까지 논란이 여지가 있기도 하고 다각적인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이 책은 지식의 대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대중들에게 과학적 이해를 돕고 생각의 전환을 일깨우는 유의미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여겨진다. 현대사회가 정보의 범람현상으로 인해 개인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지식과 정보들이 넘쳐나면서, 상대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우리의 지적욕구를 만족스럽게 하기보다는 어떤 면에서 보면 오히려 방해하는 부정적인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우리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통찰할 것인가에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이유에서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이 중요하게 다루고 관심을 가져야 할 인문학적 요소에 중점을 둔 실용적인 지식을 총체적으로 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지적즐거움을 누리는 유익하고 알찬 시간을 만들어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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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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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만약에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인생행로의 과정을 점수나 등급으로 나타내기를 묻는다면 당신은 과연 스스로에게 얼마만큼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어떤 사람은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면서 그동안 성실한 자세와 근면한 정신으로 다른 이들로부터 모범이 되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왔고 아울러 법 앞에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면 넉넉한 점수를 줄 것이고,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인생으로 살아왔다면 그에 훨씬 못 미치는 박한 점수를 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자신의 인생을 평가함에 있어 그 평가의 기준을 딱히 점수로 구분하여 확정할 수도 없는 일이고, 객관화하여 포괄시키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기에 어찌 보면 무의미한 일이 될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를 통해 지나온 자신의 과거를 곰곰이 되새겨 보면서 향후 보다 바람직한 자신의 삶을 위해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을 수는 있을 듯하다. 표지의 제목이 마치 대학교의 성적표의 등급을 암시하는 것 같은 이 작품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당시 우리 정치사회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사회개혁을 부르짖었던 운동권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지성인으로서 사회를 향한 그들의 열정과 이상,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방황과 좌절을 겪으며 훗날 평범한 소시민으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흥미롭게 그려낸 일종의 자전적 회고록 방식의 소설이다. 이 작품이 이채로운 것은 단순히 작중 인물들의 개인사에 국한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우리 현대정치사의 전반적인 부분을 구체적으로 둘러볼 수 있어서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 속에 전개되는 줄거리는 지금은 가정을 이루고 다섯 살 딸아이를 둔 한 집의 가장이 되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박태의가 서울대 미학과에 입학하는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부터 시작한다. 미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막연한 생각으로 설레는 신입대학생활을 하던 그는 학과 선배를 따라 철학연구학회라는 동아리에서 가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부유한 집안배경을 숨기고 자유로운 삶과 페미니스트에 가까운 성격을 지니고 있는 미주, 공대출신이면서도 평상시의 겉모습과는 달리 운동권 투사의 이미지가 풍기는 진우, 시인의 기질을 지녔으면서도 다소 엉뚱한 면을 보이는 현승과 같은 학우선배나 동기를 만나 함께 대학생활을 보낸다. 이후 그는 선배들의 영향으로 정치적 성향을 띤 운동권학생으로 점차 거듭나게 되는데, 대우자동차 매각을 둘러싼 시위를 비롯해 노사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곳저곳의 현장을 돌며 투쟁의 대열에 함께 동참하게 되고, 방학기간동안에는 농촌을 찾아 농활의 경험을 갖기도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는 대우그룹의 해체와 관련하여 김우중 회장의 집을 점거하는 일에 가담하면서, 그 일이 있은 직후 학교 선배가 경찰에 체포되었던 것처럼 자신도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에 형사에 의해 대공 분실로 끌려가 취조를 받게 되는 암담한 현실에 처하게 된다. 당시 동조했던 동료의 이름을 알려주면 단순한 훈방조치로 풀어준다는 조건으로 그는 진우의 이름을 알려주었고,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된 이유도 자신이 신뢰하던 선배가 밀고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게 되면서, 친구에 대한 죄책감과 아울러 선배를 향한 배신감이 공존하는 다사다난한 학창시절 개인의 다양한 체험의 소회가 밀도 있게 그려져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 태의라는 인물을 통해 운동권으로 활약하던 자신의 대학시절의 경험담이 구체적으로 펼쳐져 있지만, 그 이면에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 월드컵, 이라크 파병과 같은 현실정치사에 맞물린 여러 사건이 중첩되어 있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이제는 점점 잊혀져가는 우리 과거사의 다양한 부분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이 작품에 관하여 이 소설 속 이야기는 수십 명의 사람에 의해 쓰였다면서, 주인공 태의를 주목해보면 그와 친분관계에 있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한 몸에 녹아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한 시대의 일지를 기록하고 싶었고, 하나의 이야기에 대한민국을 담아보고 싶었다는 개인적인 피력과 함께, 운동권 조직을 해부하다 보면 대한민국의 민얼굴을 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작품을 대하는 독자들마다 체감되는 부분은 각기 다르겠지만, 이 작품을 접한 개인적인 느낌을 말해본다면, 작가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가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을 통해 젊은 시기에 지성인이라는 정의에 입각한 순수한 열정에서 우러나온 그들의 진보적인 신념과 이상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퇴색해져가는 소시민의 모습은 한편으로 안타깝고 쓸쓸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만큼 우리의 사회문화가 다소 경직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보면 작품의 제목이 의미하는 디 마이너스의 수치는 바로 우리의 자화상을 평가해놓은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따라서 이 작품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보다 성숙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살아가려는 의욕의 매개체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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