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보다 높은 향기
김재형 지음 / 지식과감성#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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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관계에서 오는 사랑에 대한 감정은 사랑을 대하는 개인의 주관적인 관념이어서 사람마다 생각하고 느끼는 바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사랑이란 딱히 어떤 관계어야 한다거나 혹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신뢰를 바탕으로 진실한 마음의 문을 열고 나와 함께 한다는 상대에 대한 존재의 의미를 깨달으며, 그래서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배려하려는 행위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로맨스 문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있다면, 아마도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서간체 소설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한 번쯤 읽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베르테르가 이미 다른 사람의 약혼자가 되어버린 로테라는 여성을 만나 첫눈에 반해 사랑에 눈이 멀어 열병을 앓던 도중에 그녀와 함께 사랑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마침내 권총으로 자살에 이른다는 극단적이면서도 애틋한 줄거리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작년에 개봉되었던 영화 왓 이프의 내용을 살펴보면 과거 시련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순정남과, 사랑스럽고 유쾌한 성격으로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을 지녔지만 이미 5년 동안 사귀고 있는 애인을 둔 여성이 우연히 서로 만나 호감을 갖게 되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사랑의 과정이 그려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위의 두 작품을 언급한 것은, 이 소설이 별개의 두 작품을 마치 혼합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고 있지 않나 싶고, 아울러서 조금은 진부하게 여겨지는 사랑의 이야기에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닌, 사랑이 우리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게 하는지를 일깨워 주고 있기도 해서 한번 쯤 주목할 만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작품 속 이야기는 축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래서 장차 세계를 무대로 그라운드를 누비고자 하는 한 소년의 개인적 열망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한때 일본 유소년 축구클럽에서 함께 축구를 즐겼던 민수라는 친구를 중학교 축구부에서 다시 만나 꿈을 펼쳐나가던 도중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 친구를 잃게 되고, 한편 자신은 시합에 지장을 줄만큼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으면서 돌연 축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점차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실의에 빠져 몇 년 간의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소년은 중학시절 마음속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유미라는 친구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이를 계기로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도 그녀를 향한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 이후 그는 국비장학생으로 선정되어 일본으로 유학길에 올라 열심히 공부한 끝에 수석졸업의 영예를 얻으며, 유미와 조금 더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에 미국으로 다시 유학길에 오르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연인이라고 믿었던 유미에게서 이미 다른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한 번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만다. 그렇게 실망으로 좌절의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그는 누군가가 바에 놓고 간 핸드폰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그의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여자를 만나는 기회를 얻기에 이른다. 그녀는 어릴 시절 미국에 입양된 한국인 여성이었으며, 그녀와의 우연한 만남을 지속하면서 과거에 그가 겼어야만 했던 두 번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삶의 희망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인생사 호사다마라더니 잠시 일본으로 떠난 그녀에게서 뜻하지 않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마침내 그의 삶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급격하게 전환되어 버린다.


이 작품은 한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여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고 있는데, 다른 무엇보다 독자로 하여금 작품 속 등장인물에 감정을 이입하게 할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다만 이 소설에서 조금 아쉬운 것은, 중간 중간 이야기의 연결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것과, 인물들 간의 갈등에서 오는 심리적인 묘사가 두드러지지 않아서 몰입에 조금은 방해가 되고 있지 하는 점이다. 이 소설이 중점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사랑의 내용과 관련하여, 요즘의 우리 사회세태를 들여다보면 사랑을 마치 상품처럼 인식하여 조건부적인 사랑이 우선시 하거나, 또는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으로 믿고 인생의 모든 것을 던져버린다든지 하는 식의, 사랑과 이별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인스턴트 식의 사랑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나 싶다.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반적인 사회구조가 그러한 흐름으로 나아가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여겨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랑의 본질이 더러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든 재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에 노부부의 소박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의 내용을 그린 다큐멘터리 독립영화가 많은 관객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사랑으로 시작해 부부 간의 인연을 맺고 한 평생을 지켜간다는 것이 얼핏 보면 극히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사랑에 기초한 굳건한 신뢰와 믿음 없이는 힘든 일이다. 우리는 사랑으로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의 기쁨을 얻기도 하지만, 때로 사랑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은 사랑만큼 우리의 인생을 빛나게 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 소설은 가독성 있는 줄거리와 극적인 분위기를 통한 재미도 재미지만, 한편으로 보면 우리가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들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이유에서 독자들이 이 작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일독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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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스쿨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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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신문 보도의 내용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수면부족 공화국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한 여론 조사기관의 내용을 인용하고 있는데, OECD 국가의 평균수면은 8시간 22분인데 반해, 한국인의 평균수면 시간이 6시간 35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서,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못해 운전을 하는 도중에 순간 멍한 상태가 되어버리거나, 또는 업무를 보는 과정에서 졸음을 참지 못해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한의원에 가서 수면침을 맞는 경우도 제법 있다고 한다. 이러한 수면부족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의 노동시간은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 노동생산성은 세계 최하위라는 암담한 현실을 지적하는 것과 동시에, 잠을 적게 자도록 만드는 우리의 기업문화라든가 사회흐름에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그러한 시기가 와줄 것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인간은 통상 자신의 일생에 3분의1을 수면의 시간으로 소비하고, 수면을 취하는 동안 4분의1 시간동안 꿈을 꾼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면과 꿈이라는 단지 단어가 지닌 뜻의 내용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며, 수면과 꿈에 관한 놀라운 과학적 사실이나 수면과 꿈을 활용하여 우리의 삶에 질을 한층 향상시킬 수 있음을 알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지금까지 여러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어 왔던 수면과 꿈에 관한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수면과 꿈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인지하고 아울러 건강한 삶을 위한 하나의 계기로 삼아보면 어떨까 싶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거나 혹은 터무니없는 비과학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여겨지는 다양한 속설들이 존재하는데, 수면이나 꿈에 관한 내용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일례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세계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에 관한 소개내용을 보면, 더러 그들이 잠을 최대한 적게 자고 남은 시간에 공부를 하거나 무언가 다른 일을 조금 더 하는 것에 분배했다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전해져 온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입시생들 사이에서 4시간을 자면 대학에 붙고 5시간을 자면 떨어진다는 사당오락이라는 말이 마치 불문율처럼 받아들여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것뿐만이 아니다. 비만 당뇨와 같은 성인병들은 수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든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수면시간은 줄어든다거나, 잠자는 동안은 우리가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뇌가 휴식을 취할 것이라는 등의 여러 이야기들이 있다. 꿈에 대한 내용도 마찬가지여서 꿈을 자주 꾸게 되면 건강에 좋지 않다거나, 꿈에서 나온 내용은 현실과는 반대이며, 꿈은 흑백의 색깔로만 꾼다와 같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이와 같이 꿈과 수면에 관한 여과되지 않은 이야기를,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어디까지가 맞는 말이고 거짓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이 다른 무엇보다 흥미롭고 유익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잘못된 수면의 방법으로 인해 우리의 건강과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이용한 올바른 수면의 방법, 그리고 간단한 꿈에 근거한 기법을 통해 우리의 삶을 개선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서는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자기계발의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그래왔으며, 복잡하고 다원화 된 사회를 마주한 현대인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질병 중 한 가지는 바로 불면증이라고 한다. 또한 책의 내용에도 나오지만 인간을 극한으로 몰아가기 위한 고문의 수단으로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이용되기도 했다. 수면박탈은 단기적으로 우리의 뇌를 급격히 노쇠화하게 만들어 학습능력을 현저히 저하시키며, 장기적으로는 신체의 호르몬 분비에 혼란을 일으킴으로써 성인병을 유발시키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반대로 우리의 신체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적정수면을 누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행복도가 높았으며 일의 능률도 월등히 향상되었고 스트레스 역시 덜 받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 우리는 이 책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인생의 3분의1을 수면으로 소비한다고 받아들이며 인식하기보다는, 수면이 우리에게 미치는 과학적 사실을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인생에 알맞게 적용함으로써 보다 나은 삶을 영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 있는 내용을 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책의 후반부에 나와 있는 꿈에 관한 여러 설명들을 살펴보면, 우리 스스로가 꿈을 통제하고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활용가능하다는 사실에서, 얼마든지 우리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그동안 우리가 잘못알고 있던 수면과 꿈에 대한 과학적 상식과 진실을 폭넓게 제공해주고 있으며,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신체에 적합한 최상의 수면과, 악몽에서 벗어나 오히려 꿈을 제어하는 구체적인 활용방법을 촉구하도록 했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수면과 꿈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건강한 삶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참고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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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부터 헬로라이프 스토리콜렉터 29
무라카미 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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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8년이 되면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인 고령화 비율이 14%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으며, 2020년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세대에 진입하게 되면 머지않아 초고령사회로 바뀌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고령사회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서구 선진국이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도 사회경제적으로 미처 생각지 못한 여러 가지 문제점에 노출될 것이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노년기를 앞둔 중년층의 사람들이 향후 자신들이 겪게 될지도 모를 다양한 상황에 대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극복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정년퇴직을 하고나서 부딪치게 될 생활고에 대한 두려움이라든지, 혹은 외부와 점차 단절되어가는 고독감, 그리고 급격하게 쇠락하는 건강문제에 이르기까지, 이전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들이 이제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중장년층의 시기에 접어든, 그래서 사회의 중심적인 역할에서 서서히 밀려나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현실에 대한 허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어 주목을 이끈다. 따라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세월의 흐름 속에 속절없이 무너져버린 중년세대의 현실적인 문제를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해 다시 한 번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책 속에는 모두 5편의 중단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지나 중년의 시기에 걸쳐진 세대들이 현재 안고 있는 공통적인 관심사들에 관하여, 사실적이면서도 절망을 넘어 새로운 희망을 그려내고 있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나름대로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옴니버스식의 형태로 각기 다른 주제를 내세워 폭넓은 시각으로 다루어 낸 이 소설은, 사실 작년 일본 NHK에서 5부작의 미니시리즈로 방영되어 세간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그 원작이기도 하다. 첫 단편에서의 내용은 퇴직한 남편이 매일같이 TV앞에만 머물러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아내가 이혼 결국에는 결정을 하고, 이후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힘든 일상을 보내면서도 따분하고 건조한 과거로 회귀하지 않고 홀로서기를 통해 현실을 극복하려는 이야기가 전개되어 있으며, 두 번째로 나오는 단편의 경우에는 작은 출판사에 정리해고의 형식으로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이 공사장에서 일용잡부로 일하던 도중에, 노숙자로 전락해버린 동창생을 우연히 만나 그로부터 뜻하지 않은 사실을 듣게 되면서,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일깨우는 애틋한 내용이 전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팻로스라는 단편이었는데, 무뚝뚝한 남편과 아울러 삶의 활력을 잃어버리고 우울한 갱년기를 맞게 된 어느 중년 여성에 관한 이야기로,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각별한 애정을 쏟으며 키우게 된 반려견이 죽게 되면서 겪게 되는 심리상태를 예리하면서도 이채롭게 펼쳐내고 있다.


이 작품의 저자 무라카미 류는 이 소설을 통해 중년세대들에 대하여 늙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며 또한 경제적으로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점차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시대의 흐름 앞에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며, 그럴수록 불안감에 매몰되어 당황하거나 분노에 휩쓸려 감정적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가급적 주변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출발점에 와 있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함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실업난이 점차 심각해짐에 따라 사회로 진출하려는 청년들의 입장이 곤란해진 것만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육체의 노쇠화 현상과 직장 내에서의 정년퇴직의 압박, 그리고 가정에서는 자녀와의 대화부족으로 인한 소통의 문제 등을 고려해보면 중년층 역시도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소설은 중년의 시기에 접어든 사람들에게서 흔치 않게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문제들 중에, 배우자와의 사별이나 이혼으로 인한 재혼, 퇴직으로 인한 재취업의 문제와 세대차 갈등으로 인한 가족의 붕괴등과 같은 일들을 누구나 쉽게 체감할 수 있도록 흥미롭게 다루고 있지 않나 싶다. 물론 막상 닥치지 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별거 아닌 일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학의 발달로 인해 과거에 비해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오늘날의 현상을 고려해 볼 때, 중년의 시기는 하나 둘씩 무언가를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하는 때가 아니라,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지나온 자신의 인생이 헛되지 않도록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중요한 시점으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독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우리 인생에 있어 중년의 의미란 무엇일까를 한 번 되새겨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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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유성룡이 보고 겪은 참혹한 임진왜란
김기택 옮김, 임홍빈 해설, 이부록 그림, 유성룡 원작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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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을 통일하고 자국 내부의 분열을 잠재우는 것과 동시에 해외로 눈을 돌려 영토 확장을 향한 자신의 야욕을 채우려고 했던, 7년의 기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조선을 침략한 전쟁이다. 그 시기에 조선왕조의 상황을 보면 나름대로 전쟁을 대비한 준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갖춘 일본의 군사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으며, 그 결과로 수많은 민초들이 왜군에 의해 학살당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소중한 우리 문화재의 소실, 그리고 대부분의 집과 농토가 파괴되는 등의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되었는데, 징비록은 바로 이와 관련한 당시 조선의 국내 상황의 전후 맥락의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적어 놓은 기록물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많은 독자들이 임란의 내용에 관한 역사기록물로 대개 이순신이 직접 쓴 난중일기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난중일기는 이순신이 일본군의 해상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벌인 당시 해전상황의 전반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거시적인 시각에서 임란의 전체적인 부분을 다루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징비록은 1592(선조 25)에서 1598년까지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7년간 역사적 사실을 총괄하여 세부적으로 담았기에 누구나 한번쯤 살펴봐야 하는 필수역사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독자의 입장에서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의 정치, 사회, 군사 전반에 이르는 다양한 실제의 내용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으며, 아울러 혼란스러웠던 전란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있어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여겨진다.


징비록은 서애 유성룡이 임진왜란이 끝나고 난 후에, 당시 영의정과 도제찰사라는 조정의 직책을 맡아 임란의 위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실제 겪으면서, 훗날 또 다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교훈적인 의미에서 자신 생각하고 느낀 바를 직접 쓴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개인이 쓴 기록물이어서 그 내용이 다소 미화되거나 과장되어 있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책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당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저자 유성룡은 시종일관 중립적인 입장에서 역사적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서술하려는 객관적인 자세로 취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책의 서문에서 유성룡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난날의 회상하듯 매번 임진왜란 중의 모든 일을 생각하면 황송스러움과 부끄러움에 몸 둘 곳을 모르겠다.” 라고 피력하고 있는데, 이 문구만 보더라도 당시 조선왕조의 정치실정이 어떠했는지를 독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 속에는 임진왜란의 단초가 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이전의 대일관계에 관한 극히 일부의 서술을 제외하면, 나머지의 대부분은 임진왜란 중에 일어났던 실제의 내용을 상세하면서도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일본이 곧 조선을 침략할 것이라는 소식이 조정내부로까지 이어지자 선조가 일본에 통신사를 보내게 된 과정과, 왕과 조정의 신하들이 향후에 미칠 파장을 예측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거나, 더불어 전장에 나선 장수들도 제 목숨을 구걸하기에 바쁜 당시의 상황을 마치 영상을 보는 것처럼 실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통해 임진왜란이 진행된 과정을 보면, 일본의 경우 철저한 전쟁준비를 거쳐 20여만 명의 병력을 동원하여 고니시가 이끄는 왜군 선봉대를 주축으로 불과 15일 만에 지금의 서울을 점령했고, 이후 계속 북상하여 조선왕조를 절체절명의 위기상태로 몰아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조선왕조는 비록 군사력이 일본에 뒤쳐진 것은 사실이지만 유성룡과 이순신 같은 일부의 신하와 장수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나 같이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는데 급급했다. 게다가 선조는 도성을 버리고 평양에서 의주로 피난하는 비굴함을 보인 것은 물론이고, 훗날 말하기를 이번 왜란의 적을 평정한 것은 오로지 명나라군의 힘이었음을 자처한 것으로 보아 무능에 가까운 치세를 드러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조선왕조는 유성룡이 남긴 징비록의 내용에서처럼 임진왜란의 과정을 마음의 교훈으로 삼아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했음에도, 임진왜란 때와 비슷한 청나라에 의해 야기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의 치욕스런 일을 당했으며, 더 나아가 근대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본에 의해 식민 지배를 받는 암울한 상황으로까지 이어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독자의 눈에는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이 때로 불편하고 결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오욕으로 비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역설한 신채호 선생의 말에서 보듯, 우리 선조들이 이루어 놓은 좋은 모습만을 볼 것이 아니라 조금은 부끄러울지라도 과거의 일을 발판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하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 시각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이 책이 작게는 임진왜란의 실상을 한층 가까이에서 들여다봄으로써 역사의 진실을 목도할 수 있으며, 넓게는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역사서로 참고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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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백지연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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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모 방송국에서 조기 유학을 위해 아이와 부인을 외국에 보내고 그 뒷바라지를 위해 국내에서 악착같이 돈을 벌어 송금해야 하는 고독하고 힘든 삶을 견디어내야 했던 한 남자의 안타까운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있다. 물론 그러한 삶의 선택과 판단은 자신 스스로에 의해 결정된 일이기에 그 감당에 대한 결과 역시 자신의 몫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돌이켜보면 다큐 속 주인공이었던 그 남성도 결혼하기 전까지는 그러한 가정생활이 예상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지금 그에게 주어진 삶은 자신의 모든 개인적인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아이의 교육비를 벌어야 하는 일종의 기계와 같은 소모품으로 전락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그 영상물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몰입되어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나는, 이전에는 깊이 생각해보거나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인생에 관하여, 일종의 허무랄까 같은 그리 달갑지 않은 감정의 회오리에 갇혀 잠시 고민의 시간을 가졌던 적이 있었더랬다. 그래서 만약 그가 그와 같은 삶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인생을 살았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제3자로서의 개인적인 아쉬움과, 만약 내가 그 상황에 놓여있었더라면 나는 능히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관조적인 자세로 향후 펼쳐질 내 삶의 모습을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듯하다. 같은 맥락에서 이 소설은 여섯 명의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녀들이 겪어왔던 삶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의 차이에서 오는 정체성 문제를 흥미롭게 펼쳐내고 있어 독자의 입장에서 눈길을 끌면서도 이채롭게 다가온다.


소설 속 이야기는 사회적 유명인사들과 인터뷰를 하는 인터뷰어로 나름대로 성공을 이룬 커리어 우먼이면서도 독신여성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민수가 자신의 동창생 수경으로부터 생각지 못한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사실 그녀에게는 학창시절 체육시간에 물구나무서기 실기시험 때, 우연한 해프닝으로 맺어진 여섯 명의 단짝 같은 친구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졸업 후에 뜻하지 않은 사소한 일이 오해로 확대가 되어 돈독한 우정이 결국 소원해지면서 지금까지 연락을 하지 않는 불편한 관계로 남아 있다. 수경은 이들 중에 한 친구로, 그녀는 민수를 만나 잠깐의 어색함을 뒤로하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나지 못한 아쉬움의 회포를 풀어 가는 도중에, 자신은 현재 재벌가의 며느리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지만, 최근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으며, 또한 자신은 마치 전업주부와 다르지 않은 따분한 삶에 깊은 회의감이 든다면서 나름대로의 개인적인 고민과 함께, 같은 친구였던 하정이가 죽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된다. 민수는 수경이 안고 있는 개인적 고충에 위로와 격려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 언제나 밝고 명랑했던 하정이가 죽었다는 사실에 대해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사회생활에 쫓긴다는 핑계로 그동안 한 번도 연락을 하지 못했다는 자신을 원망한다. 그리고 수경에게서 듣게 된 하정이의 죽음을 계기로, 일일이 친구들을 만나 그동안 서먹서먹해진 관계를 푸는 것과 동시에, 과거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현재의 삶으로 정착하기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해 마음으로만 담아 두었던 애틋한 사연을 나누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 책이 소개되었을 때 저자가 한때 뉴스 앵커였으며 인터뷰어로서 활동을 익히 보아온지라 자신의 소회를 담은 에세이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뜻밖에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고 조금은 의외적인 느낌이 없지 않았고 아울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소설의 내용을 읽으면서 그러한 생각이 선입관에 불과했다는 것임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작품은 인터뷰어로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커리어를 가진 주인공 민수를 중심으로, 그녀가 학창시절 끈끈한 우정을 다져왔던 친구들과 한때의 해프닝으로 관계가 멀어져 있었던 그때의 친구들을 다시 만나 저마다 살아온 인생의 이야기를 실타래 풀어가듯 전개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내용을 담았다. 소설 속에 나오는 여섯 명의 친구들은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는 만족할만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녀들은 나름대로의 심각한 개인적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누구나의 인생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를 집중인터뷰 하는 것 같은 형식을 취한 이 소설은, 지금 우리의 삶과 과거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해왔던 삶의 모습과 과연 얼마만큼 달라져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지못해 자신이 선택한 삶이기에 어쩔 수 없이 비굴적임에도 이를 감수하고 희생하며 현재의 삶을 계속해서 유지하며 살아가야만 하는지를 작품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되묻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물론 작품 중간 중간에 다소 감성적인 면에 치우쳐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물구나무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때로는 자신 혹은 타인의 삶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는 변화의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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