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보다 높은 향기
김재형 지음 / 지식과감성#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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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남녀의 관계에서 오는 사랑에 대한 감정은 사랑을 대하는 개인의 주관적인 관념이어서 사람마다 생각하고 느끼는 바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사랑이란 딱히 어떤 관계어야 한다거나 혹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신뢰를 바탕으로 진실한 마음의 문을 열고 나와 함께 한다는 상대에 대한 존재의 의미를 깨달으며, 그래서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배려하려는 행위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로맨스 문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있다면, 아마도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서간체 소설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한 번쯤 읽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베르테르가 이미 다른 사람의 약혼자가 되어버린 로테라는 여성을 만나 첫눈에 반해 사랑에 눈이 멀어 열병을 앓던 도중에 그녀와 함께 사랑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마침내 권총으로 자살에 이른다는 극단적이면서도 애틋한 줄거리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작년에 개봉되었던 영화 왓 이프의 내용을 살펴보면 과거 시련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순정남과, 사랑스럽고 유쾌한 성격으로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을 지녔지만 이미 5년 동안 사귀고 있는 애인을 둔 여성이 우연히 서로 만나 호감을 갖게 되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사랑의 과정이 그려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위의 두 작품을 언급한 것은, 이 소설이 별개의 두 작품을 마치 혼합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고 있지 않나 싶고, 아울러서 조금은 진부하게 여겨지는 사랑의 이야기에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닌, 사랑이 우리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게 하는지를 일깨워 주고 있기도 해서 한번 쯤 주목할 만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작품 속 이야기는 축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래서 장차 세계를 무대로 그라운드를 누비고자 하는 한 소년의 개인적 열망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한때 일본 유소년 축구클럽에서 함께 축구를 즐겼던 민수라는 친구를 중학교 축구부에서 다시 만나 꿈을 펼쳐나가던 도중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 친구를 잃게 되고, 한편 자신은 시합에 지장을 줄만큼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으면서 돌연 축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점차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실의에 빠져 몇 년 간의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소년은 중학시절 마음속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유미라는 친구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이를 계기로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도 그녀를 향한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 이후 그는 국비장학생으로 선정되어 일본으로 유학길에 올라 열심히 공부한 끝에 수석졸업의 영예를 얻으며, 유미와 조금 더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에 미국으로 다시 유학길에 오르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연인이라고 믿었던 유미에게서 이미 다른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한 번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만다. 그렇게 실망으로 좌절의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그는 누군가가 바에 놓고 간 핸드폰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그의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여자를 만나는 기회를 얻기에 이른다. 그녀는 어릴 시절 미국에 입양된 한국인 여성이었으며, 그녀와의 우연한 만남을 지속하면서 과거에 그가 겼어야만 했던 두 번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삶의 희망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인생사 호사다마라더니 잠시 일본으로 떠난 그녀에게서 뜻하지 않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마침내 그의 삶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급격하게 전환되어 버린다.


이 작품은 한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여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고 있는데, 다른 무엇보다 독자로 하여금 작품 속 등장인물에 감정을 이입하게 할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다만 이 소설에서 조금 아쉬운 것은, 중간 중간 이야기의 연결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것과, 인물들 간의 갈등에서 오는 심리적인 묘사가 두드러지지 않아서 몰입에 조금은 방해가 되고 있지 하는 점이다. 이 소설이 중점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사랑의 내용과 관련하여, 요즘의 우리 사회세태를 들여다보면 사랑을 마치 상품처럼 인식하여 조건부적인 사랑이 우선시 하거나, 또는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으로 믿고 인생의 모든 것을 던져버린다든지 하는 식의, 사랑과 이별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인스턴트 식의 사랑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나 싶다.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반적인 사회구조가 그러한 흐름으로 나아가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여겨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랑의 본질이 더러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든 재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에 노부부의 소박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의 내용을 그린 다큐멘터리 독립영화가 많은 관객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사랑으로 시작해 부부 간의 인연을 맺고 한 평생을 지켜간다는 것이 얼핏 보면 극히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사랑에 기초한 굳건한 신뢰와 믿음 없이는 힘든 일이다. 우리는 사랑으로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의 기쁨을 얻기도 하지만, 때로 사랑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은 사랑만큼 우리의 인생을 빛나게 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 소설은 가독성 있는 줄거리와 극적인 분위기를 통한 재미도 재미지만, 한편으로 보면 우리가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들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이유에서 독자들이 이 작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일독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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