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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부터 헬로라이프 ㅣ 스토리콜렉터 29
무라카미 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8년이 되면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인 고령화 비율이 14%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으며, 2020년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세대에 진입하게 되면 머지않아 초고령사회로 바뀌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고령사회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서구 선진국이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도 사회경제적으로 미처 생각지 못한 여러 가지 문제점에 노출될 것이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노년기를 앞둔 중년층의 사람들이 향후 자신들이 겪게 될지도 모를 다양한 상황에 대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극복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정년퇴직을 하고나서 부딪치게 될 생활고에 대한 두려움이라든지, 혹은 외부와 점차 단절되어가는 고독감, 그리고 급격하게 쇠락하는 건강문제에 이르기까지, 이전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들이 이제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중장년층의 시기에 접어든, 그래서 사회의 중심적인 역할에서 서서히 밀려나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현실에 대한 허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어 주목을 이끈다. 따라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세월의 흐름 속에 속절없이 무너져버린 중년세대의 현실적인 문제를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해 다시 한 번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책 속에는 모두 5편의 중단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지나 중년의 시기에 걸쳐진 세대들이 현재 안고 있는 공통적인 관심사들에 관하여, 사실적이면서도 절망을 넘어 새로운 희망을 그려내고 있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나름대로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옴니버스식의 형태로 각기 다른 주제를 내세워 폭넓은 시각으로 다루어 낸 이 소설은, 사실 작년 일본 NHK에서 5부작의 미니시리즈로 방영되어 세간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그 원작이기도 하다. 첫 단편에서의 내용은 퇴직한 남편이 매일같이 TV앞에만 머물러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아내가 이혼 결국에는 결정을 하고, 이후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힘든 일상을 보내면서도 따분하고 건조한 과거로 회귀하지 않고 홀로서기를 통해 현실을 극복하려는 이야기가 전개되어 있으며, 두 번째로 나오는 단편의 경우에는 작은 출판사에 정리해고의 형식으로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이 공사장에서 일용잡부로 일하던 도중에, 노숙자로 전락해버린 동창생을 우연히 만나 그로부터 뜻하지 않은 사실을 듣게 되면서,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일깨우는 애틋한 내용이 전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팻로스라는 단편이었는데, 무뚝뚝한 남편과 아울러 삶의 활력을 잃어버리고 우울한 갱년기를 맞게 된 어느 중년 여성에 관한 이야기로,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각별한 애정을 쏟으며 키우게 된 반려견이 죽게 되면서 겪게 되는 심리상태를 예리하면서도 이채롭게 펼쳐내고 있다.
이 작품의 저자 무라카미 류는 이 소설을 통해 중년세대들에 대하여 늙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며 또한 경제적으로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점차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시대의 흐름 앞에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며, 그럴수록 불안감에 매몰되어 당황하거나 분노에 휩쓸려 감정적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가급적 주변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출발점에 와 있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함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실업난이 점차 심각해짐에 따라 사회로 진출하려는 청년들의 입장이 곤란해진 것만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육체의 노쇠화 현상과 직장 내에서의 정년퇴직의 압박, 그리고 가정에서는 자녀와의 대화부족으로 인한 소통의 문제 등을 고려해보면 중년층 역시도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소설은 중년의 시기에 접어든 사람들에게서 흔치 않게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문제들 중에, 배우자와의 사별이나 이혼으로 인한 재혼, 퇴직으로 인한 재취업의 문제와 세대차 갈등으로 인한 가족의 붕괴등과 같은 일들을 누구나 쉽게 체감할 수 있도록 흥미롭게 다루고 있지 않나 싶다. 물론 막상 닥치지 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별거 아닌 일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학의 발달로 인해 과거에 비해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오늘날의 현상을 고려해 볼 때, 중년의 시기는 하나 둘씩 무언가를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하는 때가 아니라,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지나온 자신의 인생이 헛되지 않도록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중요한 시점으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독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우리 인생에 있어 중년의 의미란 무엇일까를 한 번 되새겨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