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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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느 정도 사리분별을 명확히 할 수 있는 나이에 이르게 되면, 주어진 삶에 관하여 가치 있는 인생을 추구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번쯤은 하게 마련이다. 일부 어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말하기를 세상의 이치에 맞게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는 그저 적당히 처신하며 살아가면 될 것 아닌가 라고 쉽게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적당하게라는 말의 기준도 제각기 달라 애매모호할뿐더러,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는 사회 속에 부대끼다 보면 그것이 생각만큼 단순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대개 자기의 이익에 우선하여 보고 듣고 행동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을 직시하되 자신의 양심에 크게 거스르지 않으며 사회적 존재로서의 만족스러운 인간적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 결단력 있는 판단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것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과거 선인들이 펼쳐왔던 인생의 흔적들로부터 그들이 남겨놓았던 말과 글을 통해 교훈을 얻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각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그와 연관해서 때로 시대적 논란거리가 되기는 했지만 인류 역사의 문명이 진보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공명을 불러일으키고 커다란 획을 그었다고 여겨지는 몇 권의 책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독자의 눈길을 이끈다. 정치가, 방송인 등 다양한 이력을 거치며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저자는, 지금은 자칭 지식소매상으로 활동하고 있으면서 어려운 내용을 요점만 알기 쉽게 설명하는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의 이력이 말해주듯이 이 책의 내용에는 문학에서부터 경제, 사회, 과학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고전들이 담겨져 있는데, 그의 이해하기 쉬운 해설이 바탕이 되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친절하고 부담 없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본다. 따라서 독자들이 한 권이 책속에서 또 다른 책의 내용을 관찰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고, 무엇보다 책의 내용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볼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마음에 담을 것인가 하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으로 여겨져 기회가 된다면 가급적 일독해 보기를 권해본다.


이 책은 러시아 문학의 거장으로 널리 알려진 도스토앱스키의 죄와 벌을 시작으로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끝으로 모두 14권의 위대한 고전들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종의 저자가 책을 읽고 느꼈던 책에 대한 단상이기도 하며, 또한 한편으로 앞으로 독자들이 이러한 책을 접하고자 할 때, 옆에 두고 참고해도 좋을 가이드 형태의 충분한 활용서로 간주해도 무방할듯하다. 소개된 책들 중에는 필독의 교양도서로 분류되고 있기는 해도 독서를 취미로 하고 있는 독자라도 좀처럼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난해한 책들의 내용도 있으며, 또한 일부는 암흑과도 같았던 오래전 우리의 정치현실과 사회분위기와 비교해 우리의 폐부를 찌를 만큼 깊은 감동을 주는 책도 있다. 그러나 독자의 입장에서 정작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책에 관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중 어느 것 하나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그래서 어쩌면 간직하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도서목록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책의 내용과 관련하여 우리는 세상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중에 숱한 오류를 범하기도 하며 때로 가고자 하는 길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그른 것인지를 인식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책의 서두에서 말하기를 우리가 설사 지나온 발자취를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을지라도, 향후 자신의 인생에 분기점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다시금 놓여 있어 갈등을 빚고 있을 때에, 현자들의 고민과 사색이 묻어난 책을 통해 정도를 향해 걷는 판단의 근거로 삼아보기를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책에 나와 있는 목록 중에 좀처럼 잊히지 않는 것은, 부를 향해 쫓아가는 인간의 욕망을 다룬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의 내용과 진실을 왜곡하거나 여론을 호도하여 또 다른 양상의 폭력을 불러오는 언론의 문제점을 질타한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의 이야기는 다름 아닌 오늘 우리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저자의 도서 선정에 대한 섬세함과 탁월함이 몸소 느껴진다 하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어디서 들은 것인지 혹은 어느 책에서 문득 보아온 것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생각이 난다. 그때는 이 속담이 주는 진정한 의미를 모르고 무작정 독서를 해왔던 듯하다. 그런데 이 책을 펼쳐보기 전까지만 해도 책을 손에 들면 그 속에서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보려는 노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면에서만 본다면 이 책은 나에게 있어 독서에 관한 관념의 틀을 재정비하게 하게 만드는 귀한 기회를 준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 한편으로 고맙게 다가온다. 이에 더하여 새로운 눈을 뜨게 만드는 고전의 목록까지를 세세하게 길잡이 해주고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을 만큼의 반가운 마음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이 가장 많은 국가 중에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보니 모두가 빠르고 바쁘게 사느라 독서를 즐길 시간은커녕 마음의 여유를 느낄 시간조차 부족하다. 그래서 누군가는 책이란 시간을 쪼개 틈틈이 읽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렇게 해서 책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암묵적인 대화가 가능할지가 의아스럽다. 독서를 함으로써 얻어지는 가치가 여러모로 상당하다는 것을 우리 대부분은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마음만 앞설 뿐, 책과 거리를 두며 살아가고 있지 않나 싶다. 그것은 일 년에 책을 평균적으로 얼마나 읽는지에 대한 여론조사가 그 사실을 대변한다고 본다. 물론 다수의 유익한 고전이나 교양서를 읽는다고 해서 남보다 모든 일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더 현명하게 사는 것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책을 대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책을 조금 더 접한 사람이 보다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으며 한층 확장된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책은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의 새로움을 찾게 만드는 공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자의든 타의든 간에 기존에 일방적으로 편집된 자신의 의식을 새로이 일깨울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해주는 훌륭한 도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한 시각에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으로 인해 풍요로운 독서의 시간을 즐겼으면 싶고, 더 나아가서 책을 통해 세상에 담대하게 맞서는 동기부여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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