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형제 세트 - 전2권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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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국내외 여러 나라의 문학을 읽어보았지만 의외로 중국작가의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로 거의 없는듯하다. 아마도 그 바탕의 이유에는 어떤 특별한 선입관이 없음에도 선뜻 먼저 손이 가게 되지 않는다는 점과, 또 한 가지는 국내에 소개된 작품들도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실 이 작품을 가급적 읽었으면 했던 것은, 오래전에 작가가 국내에 소개한 다른 소설을 우연히 접하면서 그 안의 줄거리 흐름을 집중하여 따라가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인데, 그 연장선상에서 과연 이 작품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져 있을까 하는 궁금증의 발로였다고 볼 수 있겠다. 결과적으로 이 책의 선택은 내심 기대했던 것 이상의 흡족한 재미를 안겨주었다고 할 수 있을듯하다. 저자 위화는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로부터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명성을 얻어왔는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작품이 영화화 된 적이 있기도 해서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듯하다. 독자의 입장에서 그의 소설을 모두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 몇몇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생생한 현실을 보는 것 같은 사실적이면서도 거칠 것이 없는 과감한 서사의 진행과, 능청스러울 만큼의 직설적인 문장 표현의 연속임에도 그것이 결코 거부감 있게 다가오지 않고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덧붙여 작품 속 사건의 전개 속에 나타나는 등장인물을 통해 독자에게 인간의 희로애락의 공감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는 힘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소설은 중국의 어제와 오늘을 차례로 조명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시대변화를 겪는 과정 속에 사회 전반의 조류에 휩쓸려 거스를 수없는 운명에 맞닥트린 형제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내고 있는데, 때로는 비극적으로 때로는 희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마치 오래전 등사기에 놓인 영화 필름을 떠올리게 할 만큼의 생동감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어서 매혹적 있게 다가온다. 따라서 문학을 선호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관심을 가지고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이 소설의 전반부는 1960년대 중반 중국 최고지도자 마오쩌둥이 자신의 권력 회복에 대한 일환으로 추진했던 문화대혁명이라는 극심한 공포와 혼란이 야기되었던 시기를 다루고 있으며, 이어지는 후반부에서는 그러한 극좌 사회주의 운동이 엄청난 후유증을 남기고 결국 실패로 끝나면서 중국의 차기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덩샤오핑이 대대적인 개방개혁과 시장자본주의를 도입하면서 파생된 급격한 사회변화의 형성과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품 속 이야기는 중요인물이 되는 이광두가 10대 시절에 여자화장실을 훔쳐보다가 붙잡혀 마을사람들에게 모두 알려지게 되면서부터 시작한다. 이후 그의 어머니는 그 애비에 그 자식이라며 탄식을 쏟아내고 마을 사람들은 그를 불량스러운 소년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는 송강이라는 배다른 형이 하나 있었는데, 그 인연의 단초는 광두의 아버지가 불미스러운 일로 세상을 등졌을 당시에 송강을 홀로 키우던 이웃 아저씨가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그의 어머니에게 도움을 준 것이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이 재혼했기 때문이다. 광두와 송강은 그렇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채로 형제의 연을 맺게 된 것이다. 새롭게 가족인 된 이들은 가정에 충실하며 자상했던 송강의 아버지와 그런 그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광두의 어머니의 노력으로 가난하지만 남부럽지 않은 화목한 시기를 보낸다. 하지만 문화대혁명이라는 격동의 사태를 맞으면서 송강의 아버지는 과거 한때 지주의 집안이었다는 이유로 온갖 박해를 받다가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광두의 어머니 역시 그의 죽음을 가슴 속에 한으로 남긴 채 우울한 삶을 몇 년간 보내다가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생각지 못한 부모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고아가 되었지만, 그 사이 성인으로 성장한 송강과 광두는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면서도 자신들은 형제로 맺어진 관계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친형제 이상의 돈독한 우애를 쌓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형제는 여자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게 되고, 결코 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두 사람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면서 마침내는 이 사건이 빌미가 되어 예기치 못한 엉뚱한 상황으로 내몰린다.


이 작품을 언급하기에 앞서 생각해 볼 것은 중국이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약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들은 우리나라가 그래왔듯이 상당히 짧은 기간 안에 빠르고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왔고 그러한 경제발전 덕분에 자국의 국민들에게 풍요로운 삶의 기회를 넓혀주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그처럼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의 밑바닥에는 처참할 정도의 자본주의 병폐가 만연되어 있으며, 이제는 쉽게 치유하기 힘든 고착화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바로 그러한 시대상황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중국의 사회와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줄거리는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장편이지만 작가 특유의 흡입력 있는 구성 전개로 인해 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페이지를 가볍게 넘길 수 있을 만큼의 가독성 있는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야기 흐름의 저변에 풍자와 해학의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며, 급변하는 중국의 시대적 변혁기를 둘러싸고 등장인물들이 펼쳐내는 각별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감동과 연민의 감정을 충분히 전달하는 드라마틱한 내용을 제공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극중 캐릭터들이 너무 정형화되어 있어서 작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과, 소설 속 이야기의 일부의 내용을 보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억지스럽기도 해서 괴리감에 따른 거부감을 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말하기를 이 작품의 내용은 오늘 중국인들 앞에 놓여 있는 불편하고 불행한 극단적 간극의 상황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러한 점이 바로 그들만의 문제만은 아닌듯하다. 따라서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중국의 사회와 문화의 이면에 은연 중 감추어진 어두운 현실을 들여다보게 하고 더 나아가서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 과연 어떠한가를 조심스럽게 반추해보게 만드는 의미심장한 주제를 담고 있어서 재미와 아울러 의미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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