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노화의 공포는 단지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만은 아니다. 그것은 고립과 소외에 대한 공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는 그다지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돈을 더 바라지도, 권력을 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가능한 한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삶의 이야기를 쓸 수 있기들 바랄 뿐이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대한 직접 선택을 하고, 자신의 우선순위에 따라 다른 사람이나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쇠약해지고 의존적이 되면 그러한 자율성을 갖는 것이 불가능해진다고 생각하게 됐다.

 

 

의료인들의 책임은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한 번 죽는다. 생이 끝나 가는 걸 경험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지막에 이른 사람들은 차마 꺼내기 어려운 대화를 기꺼이 나눠 줄 의사와 간호사를 필요로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 해주고, 앞으로 닥칠  일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아무도 원치 않는 '죽을을 기다리는 창고'같은 시설에서 잊혀 갈 운명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p290

 

나이가 드는 과정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는 삶에 끝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다. 이는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다. 그런 용기를 갖는 것만도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 진실을 직면하기를 꺼린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용기가 있다. 바로 우리가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다. 문제는 어떤 것이 현명한 길인지 알기 어려운 때가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나는 이게 단지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기 어려우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아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나는 우리에게 닥친 문제가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데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우리는 자신의 두려움과 희망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 지를 판단해야 한다.

p355

 

결국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

p373

 

 

죽어간다는 건 우리의 생물학적 제약에 대처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이다.

p39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얘야, 세상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 마을을 지나간단다. 그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찾아서 오지.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똑같은 사람으로 남아 있을 뿐이야. 그들은 성(城)을 보려고 언덕으로 올라가서는 옛날이 지금보다 좋았다고 생각해. 머리가 금발이거나 피부가 검은 사람들도 있어. 그렇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란다.

-하지만 저는 그 사람들이 사는 성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그들은 우리 마을의 초원과 우리 마을 여자들을 보고는 언제까지나 여기서 살고 싶다고 말하지.

-저는 바로 그들의 땅과 그 곳의 여자들에 대해 알고 싶어요. 실제로 그 사람들이 우리 마을에 남아 살지는 않으니까요.               p27-28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대로 세상을 보는 거지.                 p73

 

-나는 이미 내게 일어날 일이며 내 앞에 기다리고 있는 일, 그리고 함께 나눌 대화와 기도까지 상상해보았어. 다만 내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커다란 절망이 두려워 그냥 꾸므로 간직하기로 한 거지.                     p94-95

 

-결정이란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었다. 어떤 사람이 한가지 결정을 내리면 그는 세찬 물줄기 속으로 잠겨들어서, 결심한 순간에는 꿈도 꿔보지 못한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p116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p1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0년 후 미래 - 세계 경제의 운명을 바꿀 12가지 트렌드
다니엘 앨트먼 지음, 고영태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미래를 예측하는 책들은 경제질서가 불안정할 수록 찾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전문가나 미래학자들의 책에서 길을 찾거나 찾는 방향을 얻고자 한다. 따라서 예측가능한 범위내에서 비교적 정교한 접근을 기대한다. 혹은 추정내용을 구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책장을 넘기면서 그 속에서 헤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서두에서 제시하는 대전제에서 구체적으로 풀어나가야하는 구체적 내용은 모호하기만 하다. 책장을 넘길수록 이 책이 제시하는 10년 후는 누구나 쉽게 접근가능한 뉴스기사들에 전문적인 용어들로 치장한 모습이다. 최근에 읽은 2020 퓨쳐캐스트, 2030 부의 미래 지도, 2020 부의 전쟁 in asia등에 훨씬 못 미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aum의 아고라에 있는 청원 'TV 책을 말하다' 폐지를 반대합니다에 들러 서명해주세요. 시청률이 저조해서 폐지하는 모양입니다. 그렇치않아도, 시간대가 너무 늦어 다 보고 자려면 힘들건만 그래도 보려고 노력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공영방송이 시청률에 영합한다면, 민영방송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책을 소개하는 유일한 공중파 프로그램을 지키는데 힘을 보태주세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09-01-03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청률이 너무 낮은 이유가 심야에 하기 때문 아닌가요. 이건 원...좋은 건 다 폐지되는군요. 가서 서명하겠습니다.

앨런 2009-01-05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께도 알려주세요. 제 서재는 워낙 한가한 곳이라 많은 분들께 알리질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거든요.^^.
 

 얼마 전에 마음에 드는 책 두권을 저렴한 가격에 중고샵에서 구입을 했었다. 책은 빠른 속도로 배송이 되어 내 손에 들어왔다. 배송된 책 이외에도 예쁜 보라색 메모장과 메모가 한 장 들어있었다. 내용인즉 전에도 이런 인연으로 구면인 거 같다면서 반가운 마음에 책을 골라 보내고 싶은데 마음에 들지 안들지 몰라 메모장을 같이 보낸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고마운 마음인가. 그저 책이 좋아 모인 곳에서 서로 책을 사고 파는 관계로 인연을 맺었지만, 그것을 잊지 않고 고이 챙겨주는 마음이 가을날 파란 하늘처럼 곱기만 하다. 그러고보니 지난 4월에도 고마운 판매자님이 있었다. '호텔 아프리카'를 주문했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권수는 빼고 했더랬다. 그 판매자님이 보낸 택배에는 내가 주문하지도 않은 한권과 메모가 같이 있었다. 님의 말인즉 표지가 물에 젖어 팔수는 없지만, 내가 혹 필요할지도 몰라 같이 보내본다는 것이었다. 참 고마운 마음이다.

한편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고운 마음을 꺼내 준 적이 있을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8-07-28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내는 사람에겐 약간의 배려지만 받는 사람에겐 정말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오는것.
알라딘에는 그런 분이 참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