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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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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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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best로 <악의> 와 바로 이 <방과 후>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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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아홉살 무렵 그냥 우연히 표지만 보고 대충 골랐던 책이었는데, 알고보니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는 책이라 읽는 내내 팔에 소름이 돋아 손으로 팔을 쓰러내리며 시간 가는줄 모르고 끝까지 읽었었다.
다 읽고 나서 독특한 충격에 휩싸였고, 정말 이상한 전율이 일었다.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 자체가 너무 깊고 섬세한 것이라 그 궁극적인 메세지 자체가 충격이자 전율이었다.
당시에 등장하는 여고생들과 나이가 얼추 비슷해서 더 뭔가가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언뜻보면 여느 추리소설과 비슷해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스토리를 서술해나가는 방식이 꽤 독보적이라 아직도 이만한 추리소설은 그리 많지 않다.
잊을만하면 다시 또 읽을 수 밖에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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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국인과 일본인같은 동양적정서를 가진 사람이 아닌 서양 사람이 읽었을 때 과연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어쩌면 서양사람들은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할것이다.
‘수치심’에 대한 정서라든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군대식 위계질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조금 떨어질 수 있기에 작중 인물들의 감정변화와 맥락을 파악하기 조금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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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에서 벌어진 두 번의 살인사건.
첫 번째 살인은 탈의실 밀실 살인사건으로, 피해자는 평소 보수적이고 학생에 대해 막말도 줄곧 일삼는 학생지도부 교사였다.
의문 투성이에 속임수가 너무 많아 경찰도, 교사도 그 누구도 밝혀내지 못하며 애를 먹는다. 속임수 위에 또다른 속임수 그 위에 또 다른 속임수. 풀어도 풀어도 결국 범인은 나오지 않는다.
두 번째 사건 역시 체육행사 날 독극물에 의해 운동장에서 공개적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피해자는 역시 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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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양궁부 지도교사이자 수학 교사인 나 ‘마에시마’는 사실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몇달 전 부터 의문의 누군가로부터 여러 번 생명의 위협을 느껴왔다.
일부러 누가 위에서 화분을 던진다던지, 샤워실에서 어떤 장치로 인해 감전사 당할뻔한 일도 있었고, 누군가 선로로 밀친적도 있었다.
그래서 두 번의 살인사건과 자신이 밀접한 연관이 있고, 다음 타켓은 자신이 될 수도 있고(어쩌면 원래의 타겟은 자신이었다고 생각해) 누구보다 범인을 잡기위해 애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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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은 ‘범인’에 대해 선입견을 갖기 마련이다.
작가가 그렇게 장치를 심어놓기 때문이다.
당장 ‘누가 살인자인지’를 추리하는데 급급할 수 밖에 없다.
마치 이 책에서 실제 범인이 속임수를 통해 ‘선입견’을 심어놨듯이.
대부분은 ‘살인 사건을 추리’할때 감상적인 접근을 하지 않는다.
최대한 냉정하고 계산적으로 접근하려한다.
그렇기에 범인의 정체와 그 동기는 색다른 느낌의 충격이고 조금은 어려운 생각들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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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개인’들은 말 그대로 ‘개인’으로서의 시간을 보낼 자유가 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가 아닌 온전한 개인으로서의 시간이 필요하고, 누구에게나 그런 자유시간은 주어진다.
타인에게 맞추고, 규칙과 질서에 따르고, ‘도덕’을 의식해야하고, ‘정조’를 지켜야하는 것들 따위의 모든 사상에서 벗어나 온전하게 자신의 행동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하는 시간.
하지만 우리 사회문화 속에 깊게 뿌리박힌 ‘공동체주의’는 필요 이상의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에서 벗어나면 안된다는 집요한 주입식교육 끝에 필연적으로 ‘자유’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 처절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누군가가 아주 개인적인 시간까지 침범한다면, 침범 당한 자의 수치심은 어느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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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남의 일에 너무 지나치게 관심이 많을때가 많다.
그 ‘공동체적’이라는 것이 지나치게 오바될 때가 많다.
그런 지나친 관심과 규칙이 ‘이해와 공감’ 능력을 상실한 누군가와 만나면 악惡 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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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𝑝.159) 요코에게는 그런 일을 해치울 듯한 비장감도 있고, 동시에 도저히 그런 짓은 못할 듯한 순진함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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